• 입력 2023.01.04 15:45
2022년 12월 19일 출고 행사에 나온 GTX-A 전동차. (사진=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캡처)
2022년 12월 19일 출고 행사에 나온 GTX-A 전동차. (사진=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토교통부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30분대로 대폭 줄이기 위해 광역급행철도(GTX)의 사업 일정을 보다 신속히 진행한다고 밝혔다.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칼퇴근' 하더라도  집에 가면 오후 9시라는 직장인들의 고통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의 최대 관심은 말만 많았던 GTX가 과연 언제 운행되는가에 집중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GTX-A(운정~동탄)는 올해 하반기 재정구간 종합시험운행에 착수하고 민자구간 터널 굴착을 마치게 된다고 전했다. 내년 상반기 수서~동탄 구간부터 개통하고 내년 하반기 운정~서울역 구간을 개통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하반기에 GTX-A 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삼성역과의 연결 시기는 2028년이다. 

GTX-B(송도~마석)는 1월 중 재정구간 설계에 착수하고 민자구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내년 상반기 재정 구간부터 단계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GTX-C(덕정~수원)는 오는 2월 민자적격성 검토를 완료하고 올 하반기에 실시협약을 체결, 착공할 방침이다.

GTX 연장과 D·E·F 등 신규 사업노선과 관련, 기획연구를 통해 최적노선을 도출하고 노선별 추진방안을 6월 중 수립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국가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GTX 공기 지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심 대선 공약을 확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공언과는 달리 우선협상대상자를 고르고 실시협약을 체결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토부는 조기 개통도 지속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의 단지 밑 관통을 반대하는 것처럼 각종 민원 제기에 따른 법적 다툼 등 돌발 변수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날 제시한 일정을 그대로 지키는 것 자체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올 하반기 중 GTX의 정의와 기준, 지방자치단체 역할 등 사업 추진 원칙을 담은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국토부 결정은 어이없다. GTX 3개 노선 건설은 2011년 제시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15년)에 포함됐다가 추진 주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늦어지면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년)에 반영된 바 있다. 장기간 논의되어온 GTX 건설과 관련해 이제야 관련 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은 그간 사업 추진이 얼마나 주먹구구이었는지를 반증한다.

수도권 광역철도인 대곡소사선이 올 하반기에 개통하고 별내선도 내년에 운행에 들어가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대폭 향상될 것이다. 국토부의 약속대로 GTX 기존 사업도 적기에 개통된다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서울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면서 겪는 시간 낭비와 불편도 대폭 감소할 것이다.

이처럼 큰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이용자들이 내야할 교통요금은 기존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보다 훨씬 비쌀 것이 분명하다. 대심도 공사로 인해 건설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민간사업자의 적정 수익도 보장해야하기 때문이다. 고물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점도 악재다. 정부와 지자체는 GTX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키우기에 앞서 '고비용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약점도 주민들에게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GTX시대가 본격 개막될 경우 '서울공화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장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주요 역 근처로 회사가 들어서고 아파트도 세워지면서 '서울공화국'으로의 인구 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미 핵심 산업단지가 없는 비수도권은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정주 여건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성장동력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의 격차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2021년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47.2%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0년 51%, 2015년 49.9%, 2017년 48.7%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출생아가 줄어드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감안, 국토부가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을 지역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해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 대상을 현행 30만㎡에서 100만㎡로 확대하는 방안을 새해 추진계획에 담은 것은 잘한 결정이다. 특히 반도체, 방위산업, 원자력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산업을 지역에 추진하는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치도 주목된다.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된다.

소형모듈원전, 원자력수소생산, 나노·반도체, 우주발사체 등 지역의 미래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산업단지를 10개 이상 새로 조성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후보지를 발표하기 전에 그린벨트 해제와 농지 매입 등과 관련해 관계기관 협의를 완료, 추진기간을 현재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면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은 틀림없다. 기업과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전담 지원팀을 구성해 기업 수요를 반영하고 애로사항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도심융합특구.(사진제공=국토교통부)
도심융합특구.(사진제공=국토교통부)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 지원한다는 방안도 차질 없이 수행될 필요가 크다. 기업과 인재가 선호하는 도심에서 특화산업이 육성되도록 과기부는 디지털 인프라, 중기부는 펀드·금융, 산업·과기·중기부는 연구개발비 등을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협업방안을 지난해 12월 마련한 바 있다.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에서 세제 혜택을 주고 규제실증 특례를 적용하며 산업특화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특례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근거 법률을 제정하고 오는 12월까지 선도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방이 살아야 한국도 존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부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주거, 업무, 여가 등 다양한 기능이 융복합된 도심 거점을 만들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 도시계획 체계를 유연하게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민간과 지자체의 자율성이 대폭 반영되도록 토지의 용도와 밀도 등에 대한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개발 가능한 도시혁신구역을 의미하는 ‘공간혁신구역’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초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지방에서 토지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공익성 협의 권한을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지방토지수용위원회로 이양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과 맞물리면서 대전, 광주, 대구, 울산, 부산 등 선도사업지에서 지역 주도의 혁신성장 공간이 조성된다면 비수도권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지역활력타운.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지역활력타운.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수도권에 거주하던 은퇴자의 지방 유입을 유도하고 귀농·귀촌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주거와 돌봄, 일자리가 복합된 ‘지역활력타운’을 올 상반기 중 7곳 선정한다는 계획도 관심을 끈다. 우선 고령친화설계로 지어지고 제로에너지를 지향하는 타운하우스를 분양 또는 임대로 공급한다. 노인지원 및 복지시설, 문화체육시설, 실외체육시설을 지역주민과 공동활용하고 창업공간 겸 카페테리아 내 마을기업 근무나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다면 전국 곳곳으로 확산시킬만한 모델로 여겨진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생활친화형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오피스텔 내에 어린이집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보편화된 마당에 뒤늦게나마 건축법령을 올 상반기 중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연두색 계열의 법인차 전용번호판을 오는 6월까지 도입한다는 방침도 법인차의 무분별한 사적 사용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어디에 살거나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의 권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촘촘하고 편리한 대중교통망을 활용, 빠른 시간내 지역내 주요 거점이나 수도권 등으로 편히 이동하고 싶은 수요는 더 커질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 실질적인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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