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19 18:10
(사진제공=해양수산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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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부산항은 국내 최대 항만이지만 자동화 측면에선 주요 경쟁국 항만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중국 상하이항, 미국 롱비치항, 싱가포르 TUAS항은 컨테이너선이 입항하면 실린 화물의 하역과 적재지역으로의 이송, 보관이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모든 영역에서 자동화항만(Full-Automated Port)을 이룬 상태다. 대형 선박이 접안, 계류하는 해안구조물인 안벽에서 화물을 내리는 야적장까지 항만 전체의 자동화를 기반으로 항만 내 무선인터넷 접목과 터미널운영시스템(TOS)을 통해 선박 간 최적 연계 운영이 이뤄지는 지능화항으로 발전하면서 자율운항 선박 취항에 대비하고 물류최적화도 실현하는 스마트항을 추구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항만 중 6곳에서 전영역 자동화항만을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부산항 신항과 인천 신항의 일부 항만 적재지역만 자동화된 상태다. 지난해 6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6부두에 높이 53m의 무인 자동 안벽크레인이 처음 설치됐다. 이제서야 자동화항만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통제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원격 조정하면서 과거보다 업무효율성이 10% 이상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항은 오는 2026년까지 완전 자동화터미널을 갖출 예정이다. 

항만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거점이자 국가중요시설인데도 한국은 주요 항만 장비를 외국산에 의존한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그 위험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4월 6일 발생한 부산항 크레인 붕괴 사고다. 부산신항 2부두로 정박 중이던 컨테이너선이 후미로 크레인을 밀면서 20m급 크레인이 완전 붕괴되고 옆의 4개 크레인도 부서졌다. 이로 인해 부두 운영이 장기간 중단됐다. 크레인을 공급한 중국 ZPMC 기술자의 입국이 늦어지면서 복구되는데 90일이 소요됐다. 

크레인에 관한한 한국은 2000년대초까지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2003년 세계 안벽크레인 점유율은 8.1%에 달했다. 2000년대 신항만 건설로 수요가 늘어난뒤 급감한데다 가격경쟁력도 약화돼 2008년 3.9%로 추락했다. 2013년 이후 재작년까지 0%를 기록했다. 주요 항만에서 최저가 장비를 도입한데다 시장 위축에도 불구, 해수부의 육성정책도 나오지 않았다. 이 틈을 노리고 중국의 ZPMC는 자국내 엄청난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저가로 진출했다. 이러다보니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항 신항에 설치된 안벽크레인 70개는 모두 외국산이었다. 국산은 설 땅조차 없었다.

이런 실정에서 터진 2020년 크레인 사고는 되레 보약이 됐다. 작년에 부산항 신항에 최초로 국내 기업이 제작한 안벽크레인이 설치됐다. 외국 기술에 종속된 위험성을 뒤늦게나마 인정,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항만기술장비를 공급하던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철수한 여파까지 겹치면서 항만스마트화 역시 경쟁국보다 한참 늦어졌다. 자동이송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선박 건조는 세계 1위이라지만 스마트항만 기술력은 선진국보다 1.8년(운영시스템)에서 3.8년(이송장비 분야) 뒤졌다는 것이 해수부의 분석이다.

안벽크레인 장비 중 국내 기업 부품 점유율은 29.3%, 야드크레인은 58.6%에 불과하다. 모터 등 핵심 부품은 모두 수입산이다. 해수부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항만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림제공=해양수산부)
(그림제공=해양수산부)

해수부는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진해신항 등에 최소 2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크레인 발주가 예정되어 있는데다 경쟁국의 스마트항만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19일 '스마트항만 기술산업 육성 및 시장 확대 전략'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해수부는 지난 4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부산항 신항과 진해신항을 '스마트 메가포트'로 본격 개발, 화물처리 속도를 35% 높이고 인천항 신항과 광양항도 2026년까지 완전자동화 항만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국가연구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크레인과 이송장비 등 스마트항만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율협력주행기반 화물운송시스템 개발 등 5개 R&D 등에 1007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중 스마트항만 연구개발 로드맵을 수립한다. 내년부터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 오는 2030년까지 기술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나서 부품국산화율을 6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광양항과 부산항 신항 등 국내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에 2027년까지 'K-스마트항만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전영역 자동화와 무선인터넷기반 자능화 기술을 활용, 부산항 진해신항을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최고의 스마트항만으로 개발한다고 공언했다. 3만TEU급 선박 9선석을 갖춘 부두와 방파제 1.4㎞, 호안 8.1㎞를 구축하는데 총사업비 7조9000억원이 들어간다.

해수부는 기존 항만터미널을 포함, 항만운영사가 스마트항만 장비를 도입할 경우 내년부터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금융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4년 목표로 '항만기술산업육성법' 제정 ▲우리 기업들이 항만 설계에서 건설, 장비 설치, 운영시스템까지 통합 공급하는 '토탈포트솔류션(TPS)' 체계 구축 지원 ▲2026년까지 광양항 테스트베드에 개발기술 실증 공간 조성 등을 통해 2031년까지 국내 스마트항만 기술산업시장의 90%, 세계 시장의 10%를 치지할 방침이다.

전세계 항만기술산업 시장은 2021년 9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안벽크레인(QC)이 3조7000억원, 야드크레인(TC)가 2조3000억원, 자동이송장비(AGV)가 6000억 규모이다. 2024년에는 10조9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핀란드는 2025년까지 연안선박 무인화, 2030년까지 국제운항선박 무인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2025년까지 부분자율운항 단계를 마치고 운항자율단계에 들어간뒤 2030년부터 완전자율단계 운항에 나설 방침이다. 자율운항선박시대가 오면 자동계류, 스마트관제 등의 장비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은 틀림없다.

모처럼만에 나온 해수부 전략이 차질 없이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항만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도 본격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항운노조와 한국항만물류협회, 해수부 등에서 고용안정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항만장비산업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힘을 갖출 수 있도록 입찰제도 보완을 통해  능력 있는 기업에게  일감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시장과 산업 간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우리 항만장비 기업이 전세계에 스마트항만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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