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30 14:31
(표제공=고용부)
(표제공=고용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6개월 일하면서 고용보험료를 내고 '비자발적'으로 그만둔 뒤 재취업활동에 나선다면 실업급여로 최저임금의 80%를 4개월 간 받을 수 있다. 올해 실업급여 1일 하한액은 6만1568원으로 한 달 기준으로 184만7040원을 수령한다. 이에 비해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떼고 월 180만4339원을 받는다. 실직자 수입이 취업자보다 4만원 가량 더 높은 셈이다.

이같은 소득역전 현상과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사회보험료와 소득세로 인해 오히려 세후소득이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OECD는 "짧은 급여 기간과 높은 급여 하한액이 근로의욕과 재취업 유인을 낮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타당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지원단'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추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근속기간도 6개월에서 10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둘러 실천해야할 대책이다. 

구직급여 수급자격자가 구직급여를 받으려면 실업인정 대상기간 중 재취업을 위해 적극 노력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상태임을 의미하는 '실업인정'을 확인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취업  노력이 없었다면 구직급여를 주지 않아야 하지만 부지급 처분이 내려지면 강한 반발이 나오는 만큼 고용복지센터 창구에선 형식적·소극적으로 실업인정 업무로 기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실직자들은 4주마다 1번씩 이력서를 반복적으로 제출하고 취업 면접에는 참석하지 않거나 면접에 응하더라도 실제 취업 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한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타더라도 큰 불이익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메뚜기 실직자'를 방지하기 위해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으면 10~50%를 감축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2021년 7월 입법예고하고 11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의당,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5년 동안 직장에서 세 번이나 쫓겨난 노동자의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대책이며 부정수급자를 적발해 처벌하는 것이 옳은데도 실업으로 고통 받는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에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고갈돼 재정건전화가 시급하다. 당면한 경제난 속에서 고용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만큼 새어나가는 실업급여부터 막아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 복지·실업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구인애로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 강화 등을 목표로 내세운 '고용서비스 고도화방안'이 지난 27일 고용정책심의회를 통과했다. 취업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실업급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진다.  

고용부는 작년 7월부터 실업급여자를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실업인정 재취업활동기준 강화방안'을 오는 5월부터 전면 적용한다고 29일 밝혔다. 허위 또는 형식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면접에 불참 또는 취업을 거부하면 구직급여를 주지 않는 등 실질적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면 실업인정 확대로 취업서비스 제공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1차는 초기상담 및 집체교육으로, 4차는 구직의사와 능력 점검을 위한 출석형으로 전환한다. 재취업활동 의무횟수와 관련, 실업인정차수 1~4주차는 4주 1회, 5주차부터는 매 4주 2회 이상으로 늘린다. 구직활동 촉진을 위한 채찍을 강화하는 셈이다.

수급자별 특성을 반영, 실업인정 방식을 차별화하다는 조치도 주목된다. 반복수급자의 재취업활동은 구직활동(직업훈련 가능)으로만 제한한다. 특히 장기수급자는 8주차 이상부터 1주 1회 이상 구직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한마디로 실업인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OECD가 1994년과 2006년, 2018년에 걸쳐 실업자 사회안전망과 고용서비스를 개혁하라는 권고를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수급자가 현금 급여보다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제도를 만들라는 주문을 받아들여 수급자의 적극적인 구직노력을 의무화하는 상호의무원칙과 활성화조치를 강화한 조치로 여겨진다. 독일은 실업수당 수급자의 적극적 구직활동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법률에 명시, 시행 중이다. 호주는 구직활동 포인트제를 실시하고 있다. 구직자는 일자리계획에서 약속한 과업별 수행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한다. 핀란드도 실업자 조기 취업을 위한 1대 1 밀착지원을 강화하고 구직활동 소홀에 대해 제재를 강화한 모델을 구축했다.

2022년 건설일용과 모성보호 등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적발된 바 있다. 고용부는 올해 지역 산업분포를 고려한 기획조사 가이드라인을 시달하는 등 실업급여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강화하고 검찰·경찰과의 합동조사도 상시 진행하기로 했다. 부정수급 특별점검을 작년 연 1회에서 올해는 연 2회로 늘리고 특별점검대상 발굴도 확대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고용보험기금을 갉아먹는 세력을 찾아내 환수해야할 것이다.

고용과 복지와의 연계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고용부가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 중인 만 18세 이상 만 64세 이하의 조건부수급자도 구직촉진수당 수급자에 준해 적극적 구직노력 의무를 부여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들은 매월 2회 이상 고용센터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구직활동 이행 상황을 확인받고 대면상담을 통해 구직의사를 중간에 점검받게 된다. 올해부터 조건부수급자가 취업활동계획을 수립한 뒤 3개월 이내 취업하면 조기취업성공 수당으로 50만원을 1회 지급한다는 것도 눈에 띈다.

고용부는 단기이직자가 많은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 보험료율을 추가적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당연하고 꼭 필요한 조치다. 구직급여를 반복적으로 받거나 구직급여에 의존해 살아가는 실업자가 줄어들도록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인 개정 고용보험법과 징수법의 통과를 위해 정부와 국민의힘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용부는 수급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구직급여 기여 기간 ▲지급 수준 ▲지급기간 및 방법 개선 등을 담은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상반기 중 마련한다고 밝혔다. 고려 기준은 ▲도덕적 해이 최소화 ▲고용보험을 가입한 근로자간 형평성 ▲저소득층 보호 등이다. 아플 경우 평소 납부했던 건강보험료의 지원을 받는 것과는 달리 고용보험은 장기근속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 아는 국민이 전무한 상태다. 실업급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던 사람이 정년에 도달했거나 질병에 걸려 직장을 그만둘 경우 상대적으로 실업급여를 보다 많이 주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용부는 '고용서비스 고도화'가 제대로 추진되면 구직자의 취직이 쉬어지고 기업도 적합한 인력을 빨리 채용하고 고용복지센터 직원들의 상담 능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업안정법을 개정, 고용서비스 기본법으로 바꾸면서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규제가 혁신되면 민간고용서비스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면 고용을 통해 생산과 복지가 성공적으로 결합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구직자와 기업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고용서비스도 보다 원활히 작동되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과제인만큼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향후 3년내 실업급여 재취업률을 현행 26.9%에서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고용서비스센타가 취업·채용서비스 전문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고용센터 직원들이 고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 고용촉진지원금을 심사하기 위해 직원들이 28개에 달하는 요건을 충족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다른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지원금액도 직접 계산해야 한다. 단순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뒤늦게나마 고용부가 2024년까지 고용장려금, 실업급여 등 각종 지원금 신청에 대한 심사를 자동화·간소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음성인식 엔진을 통해 상담 음성데이터를 자동으로 문자로 변화시켜 기록하고 요약하도록 하면 업무량도 줄어들 것이다. 차질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표제공=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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