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31 14:41
이젤발트 선착장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리정혁.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이젤발트 선착장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리정혁.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2020년 2월 16부작으로 종영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스위스 작은 마을에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브리엔츠 호수 옆 이젤발트가 바로 그곳이다.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졌다는 에메랄드빛 호수 옆에서 북한 장교 리정혁이 피아노를 치던 장면을 잊지 못하는 팬들이 집결한다.

이젤발트는 스위스에서 흔한디흔한 여행객을 볼 수 없었던 한가로운 마을이었으나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라는 점이 구글맵에 표시될 정도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남여 주인공인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결혼했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스위스에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로 떴다. 관광대국 스위스가 'K-드라마'로 대박을 친 셈이다. 

매력적인 각본과 치밀한 연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결합된 영화나 드라마는 과거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TV+, 유튜브 프리미엄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국경과 언어, 시간이란 한계를 넘어 각국에서 '몰입형 시청자'들을 빠른 시간내 창출하기 때문이다. 양극화와 빈부격차, 인간애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데다 흥미로운 생존 게임을 담은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방영 12일 만에 세계를 정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막의 힘도 한몫을 했다.

현재 인천광역시 옹진군 선갑도, 월미도 마이랜드, 서울 남산공원길,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 상봉터미널, 충남 당진 대호방조제 등 촬영장소를 찾는 오겜 오덕후들이 적지 않다. 황동혁 감독은 작년 6월 "기훈, 프런트맨이 돌아온다"며 시즌2 제작 확정을 발표했다. 오는 2024년 헬러윈 시즌에 맞춰 방영된다고 한다. 배우 이정재와 이병헌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오겜 팬들이 TV와 PC, 휴대폰을 켜고 '정주행'에 나설 것이다.

논산션사인랜드 근대거리 세트장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논산션사인랜드 근대거리 세트장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콘텐츠가 성공하면 배우는 물론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주변상권도 활성화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장면을 찍은 논산션사인스튜디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연모' '슈룹' '옷소매 붉은 끝동' 등 한류 사극 드라마를 찍은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찾아간 관광객들은 주변 명소를 들르고 맛집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강원도 삼척 부남해변은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서래(탕웨이)의 최후를 되돌아보려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방탄소년단이 노래 '버터'의 앨범 재킷을 촬영한 것이 알려진뒤 강원도 삼척의 작은 어촌인 맹방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찍은 포항 북구 청하공진시장도 마찬가지다. 인근 식당과 상가는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외 관광지 곳곳에서 'K-드라마' 촬영 현장을 확인한 글로벌 여행객들은 결국 한국 방문을 버킷 리스트에 담기 마련이다. 반전과 아이러니, 익살을 갖춘데다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를 갖춘 'K-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한다면 방영 수익과 관광객 유입으로 한국의 국부는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모태펀드 문화계정(이하 K-콘텐츠 펀드) 2023년 1차 정시 출자' 공고를 통해 2400억원을 출자, 총 41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5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세계적인 원천 지식재산권(IP) 보유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콘텐츠 IP 펀드'(1500억원·정부 출자 900억 원)를 만든다. IP를 갖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나 보유한 IP을 활용한 프로젝트 등에 집중 투자해 콘텐츠 IP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콘텐츠 중소·벤처기업의 인수에 투자하는 '문화 M&A 펀드'(667억원·정부 출자 400억원)를 조성, 콘텐츠 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다. 

이어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 또는 만 39세 이하 임직원 비율이 50% 이상인 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유니콘 펀드'(500억원·정부 출자 300억 원)를 통해 콘텐츠 분야 유니콘 기업을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소외장르 또는 투자 소외 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문화상생 펀드'(500억 원·정부 출자 300억 원), 콘텐츠 가치평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가치평가 분석을 받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밸류 펀드'(333억원·정부 출자 200억원) 등을 조성한다. 콘텐츠 가치평가 제도란 콘텐츠 프로젝트의 사업화를 통해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가액, 등급, 점수로 표현하는 제도를 뜻한다. 

문체부는 올해 역대 최고 규모인 7900억원의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산업 내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K-콘텐츠를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2021년 K-콘텐츠 수출액은 124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K-콘텐츠는 수출 감소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최근 성장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도록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펀드 출자를 통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에[ 따라 투자 목표율을 상회하면 초과달성분의 1%를 관리보수로 추가 지급하고 민간 출자자에 대한 우선손실충당 비율을 종전 10%에서 15%로 확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익을 높이면서 위험은 줄여주려는 조치로 여겨진다.

문체부는 한국벤처투자 누리집을 통해 2월 27일부터 오전 10시부터 3월 3일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제안서를 받는다. 4월에 최종 운용사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늘어나면 관련 소비재 수출이 1억8000만달러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K-콘텐츠가 한국브랜드에 대한 명품 이미지와 프리미엄 효과를 이끌어내는 주력 먹거리산업으로 우뚝 선다면 경상수지 흑자 기반을 굳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IP 활용 상품 판매, 관광 수입 증대 등 전후방 효과도 기대된다.

K-콘텐츠가 수출시장에서 확고한 강자가 되려면 영상은 물론 음악, 만화 , 게임 등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글로벌 지식재산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요구된다.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이야기꾼을 찾아내고 육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성공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관계부처간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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