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2.24 16:58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중소기업인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중소기업인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청와대 영빈관에 6개사 제품을 전시하는 부스가 24일 차려졌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수출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이 그 주인공이었다. 의료기기 회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가상현실 테크 기업, 방사선 장치 제조 기업, 고성능 서버 및 AI카메라 기업, 유전자 검사전문기업으로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UAE 순방에 동참했던 중소기업인 40여명과 간담회를 갖기 앞서 6개사 제품의 특성과 작동방식,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중동시장 공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지난 23일 올해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발표한 상황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요구된다. 이를 감안, 윤 대통령은 향후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개선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직접 살펴본 제품 또는 서비스라는 '실적'은 수출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로부터 아바타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로부터 아바타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둘러본 6개사 면면이 관심을 끈다. 앙트러리얼리티는 웹캠 1대로 별도의 모션캡처 장비 없이 사람의 움직임을 추정해 아바타에 동기화하는 '실시간 모션트래킹 아바타 제작' 기술을 시연했다. 윤 대통령은 3D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한 아바타 프로그램에 맞춰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그는 "(내 아바타가) 생긴 것도 비슷하다. 더 예쁘게 만들었네"라고 호평했다. 앙트러리얼리티는 아랍인들이 아랍어 글자 입력이 매우 어려워 영상통화를 선호하는 만큼 아바타를 통한 소통에 이 기술을 적용시킬 방침이다.

김미숙 엑스바디 대표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사의 종합검진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김미숙 엑스바디 대표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사의 종합검진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엑스바디는 4개 모듈장비로 전신 근골격 전반의 정량 분석 및 결과를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종합검진시스템을 병원, 한의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위한 3D 인체 측정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윈 아바타 제공시스템도 구현한 상태다.

와이즈넛이 개발한 WISE i Chat' 이미지 (그림= 와이즈넛 홈페이지 캡처)
와이즈넛이 개발한 WISE i Chat' 이미지 (그림= 와이즈넛 홈페이지 캡처)

와이즈넛은 지난 22년간 자체 개발한 자연어처리기술과 텍스트 의미 분석 및 검색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챗봇솔루션인 'WISE i Chat'을 통해 질의 응답, 검색, 멀티패션 대화 등 민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빅데이터 검색 및 분석, 수집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박종래 포스콤  대표이사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휴대용 엑스레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박종래 포스콤  대표이사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휴대용 엑스레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포스콤은 배터리로 작동돼 이동이 편리한데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로 촬영이 가능한 휴대용 엑스레이를 개발, 판매 중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격리된 환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엘텍코리아는 주·야간, 밝기 등 외부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한뒤 다양한 방법으로 영상을 개선하는 국내 최초의 하드웨어 일체형 디포그(Defog) 카메라를 개발했다. 안개, 폭우, 폭설 등 열악한 기상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는 CCTV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쓰리빌리언은 환자의 유전정보와 증상정보를 통합 분석, 희귀질환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번의 테스트로 유전자 2만여개 분석이 가능하다. 새롭게 발견되는 증상이나 질병, 변이정보를 반영해 추가검사없이 환자를 재진단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영빈관에서 중소벤처기업인들을 상대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영빈관에서 중소벤처기업인들을 상대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직·간접수출을 합쳐 수출의 약 40%를 중소·벤처·스타트업이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한뒤 “여러분의 땀과 열정이 담긴 혁신 기술이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체계조립업체로서 완제품을 제작하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기술력과 미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중소·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만 수출기반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는 행사를 자주 가질 필요가 크다.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동지역 공략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의 수출 1위 품목은 중고차이고 2위는 자동차부품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20개 중동 국가에 수출한 금액은 54.8억달러로 재작년보다 9.0% 늘어났다. 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국부펀드 300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UAE 수출액은 15.3억달러로 재작년보다 38.8% 급증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비중은 45%에 달했다. 중동지역의 수출거점인 두바이에 인프라를 강화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UAE에서 제품을 직접 팔려면 현지 사무공간과 금융기관의 법인계좌가 필요하다. 두바이 현지은행인 ENBD는 법인계좌 개설의 조건으로 사무공간 확보와 예치금 1억원을 요구해왔다. 이런 실정을 감안, 정부는 기존 두바이 수출인큐베이터를 확대, 오는 3월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개소한다. 개방형 공유공간에 20개사가 입주하고 글로벌 스마트워크센터에는 80개사가 이용할 수 있다. 두바이 GBC와의 협약을 통해 최초예치금을 3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고소득을 자랑하는 두바이에서 의료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치과용 3D 영상소프트웨어와 임플란트를 판매하는 사이버메드는 정부의 특화 프로그램 지원 등을 받아 두바이 보건부와 인증기관, 유통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UAE 의료제품 인증을 받았다. 현지 유력 바이어와 손을 잡고 전시회에 참여한 끝에 임플란트 및 수술용 키트 수출액이 2021년 20만달러에서 지난해 201만달러로 10배가 됐다. 경쟁력을 갖춘 유망 기업의 현지 진출 특화프로그램을 강화, 제2의 사이버메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중기부가 오는 6월 UAE에서 'K-비즈니스데이'를 갖고 우수 중소기업 제품·서비스 전시와 시연, 수출상담, 바이어 초청 세미나를 갖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중기부는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은 두바이 정부 소유의 공식 미디어 기업인 DMI와의 협력을 통해 이 행사에 참여할 뷰티, 의료기기, 콘텐츠 분야 50여개사를 선별할 방침이다.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에 송출되는 8개 TV 채널과 라디오, 신문을 통한 보도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한류열풍을 최대한 활용하기위해 참가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전시회 대상을 작년 4회, 90개사에서 올해는 8회, 170개사로 늘린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해외바이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는 11월 UAE 석유가스 전시회에 최신 전시 흐름을 반영한 '프리미엄 한국관'을 운영한다는 것도 'K-명품화 전략' 실천 차원에서 효과가 기대된다.

중동지역 수출을 늘리려면 민관협력을 통한 풀코트 프레싱이 요구된다. 원자력 발전소 수주, 산업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기업, 공공기관과 함께 중소기업이 동반진출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더 늘려야 한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 관리하고 애로 해소에 요구되는 예산, 세제, 금융, 제도개선에 나서는 '원스톱수출·수주지원단'이 정부 임시조직으로 24일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공식적으로 신설된 것은 의미가 크다. 지원단은 규제완화와 마케팅, 물류, 통상, 외교협력 등을 돕기위해 지난해 11월 30일 문을 연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중소벤치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중소벤치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기획재정부 1차관이 단장을 맡는 지원단은 수출총괄팀(팀장 산업부), 수주인프라지원팀(팀장 국토부), 금융재정지원팀(팀장 기재부), 투자협력팀(팀장 금융위)의 4개 부서로 구성된다. 여러개 부처가 각자 전문성을 갖고 협업하는 범부처 조직이 출범한 것이다. 특정한 과제 수행을 위해 특별업무조직을 수시로 만드는 민간기업을 연상케 한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상설조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도 돋보인다. 원활한 팀플레이로 기업의 애로를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에 지원단의 성패가 달려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지원단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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