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09 17:04
카드사 종합지급결제업무 도입 필요성과 기대 효과. (그림제공=여신금융협회)
카드사 종합지급결제업무 도입 필요성과 기대 효과. (그림제공=여신금융협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은행들의 과점영업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정부가 발급한 면허에 의해 운영되는데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민 혈세까지 지원받았던 은행권이 공공성을 도외시한 채 실세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높이고 수신 금리는 낮추면서 이익 극대화에만 주력해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을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은행과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소규모 은행 신설을 유도, 은행권 내부에서의 혁신을 부추기고 비은행권이 은행 핵심 업무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은행권 전체에 '메기 효과'를 일으키는데 실패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에 그리 뒤지지 않는 자금력과 상품력을 갖춘 비은행권의 선두주자들을 '금융대전'에 참전시키고 은행은 사회적 약자 지원에 보다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유효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현재 논의되는 대안은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 확대 등이다. 사안 하나하나마다 금융산업에 큰 변화를 야기할 내용이다.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이해당사자 간에 건설적인 논의를 가속화해 최종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금융위)

여신금융협회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8일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카드사에 종합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할 필요성과 기대 효과, 도입 방안, 우려 해소 방안 등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결제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종합지급결제업무'의 범위와 진입 요건을 정의하고 제도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진입요건과 관련, 상법상 주식회사로서 최소자본금을 200억원 이상으로 대통령에서 정하며 종합지급결제업자에 대한 특례를 신설하자는 점도 강조했다.

카드사가 향후 금융위원회로부터 젹격사업자 허가를 받게 되면 직접 계좌를 발급하고 금융결제망에 참가, 이체와 결제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은행(유니버셜뱅크)이 계좌를 보유하면서 신용카드업도 영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우리가 도입하려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유사하게 기능별로 규율하고 있다.

우리카드 본사. (사진제공=우리카드)
우리카드 본사. (사진제공=우리카드)

카드사가 종합지금결제사업자가 되면 소비자의 소득공제 한도를 감안해 신용, 선불, 직불 복합 결제 비율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고 결제포인트와 할인서비스, 부가서비스 등의 제공도 가능해 소비자 후생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협회 주장이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금융소외자나 디지털금융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향상되고 금융이력을 축적할 기회까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로 인해 카드사의 결제불이행, 결제 처리의 안정성 저하, 소비자보호 사각지대 발생, 우월적 지위 남용 우려가 은행권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종합지급결제업은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지급결제 시장 개방을 검토 중이다. 카드사는 각종 대출 영업을 이미 하고 있는 만큼 은행의 지급결제 부문에 해당되는 규제를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취자금에는 이자를 줄 수 없어 결제불이행 위험이 낮다는 설명은 타당성을 갖는다.

증권회사 지급결제 리스크 보완 장치 (그림제공=금융투자협회)
증권회사 지급결제 리스크 보완 장치 (그림제공=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도 이날 증권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에 따른 리스크 보완 제도를 내놓았다. 협회는 자금이체대상이 고유재산과 구분해 100% 이상 증권금융에 예치하거나 신탁해야만 하는 '투자자예탁금'이라는 점에서 결제불이행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차액결제시점과 투자자예탁금 정산시점 간의 시차 ▲RP형·MMF형 CMA의 경우 고객계좌 입금 시점과 매도대금 회수시점 간 일부 시차 발생에 따른 '결제자금의 유동성 이슈'가 일부 존재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협회는 ▲대행은행을 통한 차액결제방식 채택 ▲대행은행의 대행한도 및 순이체한도 설정·관리 ▲차액결제 대행한도(100%) 이상의 담보 제공 ▲대행은행과의 일중(日中)대출계약 체결 의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14년이후 CMA 법인 잔고비중은 14~15%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더라도 만기 불일치 해소 등 운용상의 이유로 CMA 규모를 대폭 늘릴 수 없음을 강조했다.

지급결제라는 금융인프라는 같은 기능, 같은 위험, 같은 규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카드사나 증권사, 보험사에게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주식투자나 카드결제, 보험료 납입 및 보험금 수령 등에서 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편익 증대와 효용 제고 기여라는 잣대에 맞춰 업권별 신종 업무 수행에 따른 합리적인 규율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들은 자신의 업무영역이 침탈되는 것에 불만을 갖기 보다는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새로운 업무 진입을 통해 수익성 제고와 성장성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하는 것이 옳다. 업권간 업무 범위 다툼으로 번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비은행 금융사가 지급결제업무에 새로 진입할 경우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업권별로 예상되는 지급결제 규모와 이로 인한 리스크 규모,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칫 무리한 경쟁에 내몰려 금융사의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추가하고 모든 국민의 후생을 늘리는 방향에서 합리적인 업권별 관리감독 방향이 세워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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