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16 18:50
마스오토의 자율주행트럭 4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마스오토 공식유튜브 캡처)
마스오토의 자율주행트럭 4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마스오토 공식유튜브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수도권에서 생산된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려면 통상 화물트럭에 의해 부산항으로 옮겨져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은 먼데다 수요도 많다. 트럭으로 이동하는데 통상 7시간 가량 걸린다. 기사는 장시간 운전은 물론 출발지와 목적지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을 돕거나 확인해야 한다. 

트럭은 승용차보다 차제가 훨씬 큰데다 중량도 무겁다. 사소한 실수가 대형사고를 부르고 제동거리도 길다. 운전자는 늘 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쌓인 피로를 풀기가 어려워 편도운행에 머물게 된다. 

만약 장거리 구간에서 하루 왕복운행이 이뤄지면 어찌될까. 트럭의 가동률이 2배로 높아진다면 운송회사와 운전자의 수입은 늘어나게 된다. 해법은 빠르고 정교한 자율주행 기술로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전혀 할 일이 없는 레벨 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단기간 내 오기는 힘들다. 한국보다 교통량이 훨씬 적고  주행 거리는 긴 미국에서 운전자가 테슬라 승용차의 뛰어난 자율주행 능력만을 믿고 운전에 소홀했다가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자율주행기업마다 관련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하지만 연구개발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하다. 

마스오토의 자율주행트럭에 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 (사진=마스오토 공식유튜브 캡처)
마스오토의 자율주행트럭에 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 (사진=마스오토 공식유튜브 캡처)

주행 과정에서 각종 돌발변수가 쏟아져 나올 수 있어 완전자율주행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설령 기술적으로 각종 난점을 해결했다해도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는 남는다. 완전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냈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할 것인지, 어떻게 분담해야할지에 대한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라이다 센서와 레이더 등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프트웨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술력이 뛰어난데다 쓰임새도 획기적인 제품이라도 사용과정에서 매력이 그리 높지 않고 가격경쟁력도 없다면 널리 팔리기 힘들다. 고객들이 소비 과정에서 이익을 꾸준히 얻어야만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수요보다 너무 앞선 혁신적인 제품은 시장 안착에 실패할 위험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2017년 10월 KAIST 전산학과 10학번인 박일수 대표와 09학번인 임규리 CTO가 공동창업한 스타트업 마스오토의 기술력이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게 된 것은 시장 수요에 한 발 내지 반 발 앞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국내 최초로 '유인(有人) 자율주행트럭 기반 화물 간선 운송서비스' 사업이 개시됐다고 16일 밝혔다. 마스오토는 작년 12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마스오토는 트럭 전후와 측방에 장착된 7대의 카메라와 소형 컴퓨터, 액추에이터로 등으로 구성된 레벨 3(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 시스템인 '마스 파일럿'을 장착, 화물운송에 나서게 된다. 화주로부터 돈을 받고 화물을 옮긴다는 점도 주목된다. 

마스오트의 자율주행트럭 카메라로 찍은  실시간 도로 모습. (사진=마스오토 공식유뷰브 캡처) 
마스오트의 자율주행트럭 카메라로 찍은  실시간 도로 모습. (사진=마스오토 공식유튜브 캡처) 

'마스 파일럿'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도로와 운전자 상태를 인식·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다가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센터와 자체 시스템이 운전자에 경고를 보내면서 차량 제어권한이 수동으로 전환된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나타난 도로와 사물정보를 기초로 거리를 계산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단, 제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물운송 노선의 평균 97% 구간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CES 2023 'Vehicle Tech and Advanced Mobility'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산업부는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 트럭 6대를 실제 화물 운송에 투입, 기술·서비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2차년도인 내년에는 14대로 늘어난다. 

기존 자율주행 관계법령은 시·도를 넘나드는 유상운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간 상용차 자율주행은 1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는 법률적 제약을 극복하고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수도권∼영남권 물류센터 간선도로 중 이미 설정한 운행구간에서 유인 화물 운송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법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고 임시운행허 취득차량을 이용해야한다는 부가조건도 달았다.

마스오토는 2018년 10월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얻고 2019년 6월부터 시작된 시험주행해온 결과 수동운전에 비해 연비를 15% 가량 향상시켰다고 전했다. 테스트 기간 중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자율주행에 따른 정속운전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는 것은 부수효과다.

2년간 시행될 실증 과정에서 전체 운송구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간선도로에서 운전자의 능동조작 없이 자율주행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사고 없이 연비 상승 등 성공적인 결과가 확인된다면 국내 화물 운송기업이 마스오토의 신규 고객으로 참여할 것이다. 이런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국내보다 수요가 훨씬 큰 미국이나 캐나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마스오토는 창업 초기부터 북미시장을 노리고 본사를 미국에 두었다고 한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가의 장비없이 카메라와 센서로 얻은 주행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자율주행 트럭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돋보인다. 테슬라와 유사한 접근을 한 셈이다. 저사양의 PC에서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북미 대륙은 승용차로 하루종일 쉬지않고 달려도 동서를 횡단하는데 일주일 넘게 소요된다. 트럭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걸린다. 넓은 땅에서 화물트럭에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면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보다 향후 이득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산 자율주행체제를 사려는 외국 운송기업이 앞다퉈 몰릴 것이다.

관건은 내구성과 신뢰성이다. 장기간 주행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작동된다면 고객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국산 자율주행기술을 장착한 화물트럭이 전세계 도로를 누비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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