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17 16:35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드론 DS30W. (사진제공=두산)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드론 DS30W. (사진제공=두산)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미국 국토 면적은 한국의 100배에 이른다. 인구밀도는 ㎢당 33.6명으로 세계 146위에 불과하다. 대도시 도심을 가야 한국식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서 산다. 대체로 마당이나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넓은 땅에 사람은 적은 곳이다.

이런 지형적 조건에서 대체로 고도 150m 이내 상공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드론으로 가벼운 물품을 옮기는 사업모델은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졌다. 긴 시간을 버티는 배터리가 개발되고 내구성과 신뢰성도 확보된다면 드론 배송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막상 현실은 이상과 판이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한 택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경영진은 이륙지에서 목적지까지 직선비행을 통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데다 배달인력을 구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 끌렸다. 첨단기술 상용화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선전 효과도 매력적이었다.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대부분이 5파운드이하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당초 드론 기체와 소프트웨어, 관제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인력만 있으면 상업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마존은 2013년 드론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를 발표하면서 5년 내 반경 11㎞ 이내 고객에게 30분 안에 주문한 물품을 전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미국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비행승인을 받는 데 7년 걸렸다. 결국 2022년 12월에야 드론 배송 서비스가 시작됐다. 대상지역은 캘리포니아주 한적한 마을 2곳에 그쳤다. 배송범위는 4.8~6.4㎞ 이내 거주 고객으로 한정됐다. 드론 상업배송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드론은 가벼운 상품을 빨리 옮기는데 적합하다. 무거운데다 많은 물량을 운송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에 비해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고층빌딩과 송전탑 등의 장애물만 잘 피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배터리 성능에 따라 비행거리는 달라진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숱하다. 가장 큰 위험은 추락 위험성이다. 사람이나 차량으로 떨어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드론은 배송하는 단계에서 돌풍이 부는 등 외부 조건에 따라 상품을 놓칠 수 있고 외부 충격 등으로 파손될 우려도 있다. 현재 배송 드론의 활용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이런 약점이 극복되지 않아 운영에 따른 수익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사일까지 장착한 군사용 드론은 실전에 이미 투입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드론 활용가치가 떨어진다. 도심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드론이 뜨거나 내릴 수 있는 장소도 찾기 힘들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무인비행이 제한되는 군사지역도 많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드론 비행을 하려면 수일 전에 관할지역 항공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도서나 산간 오지 배송에선 드론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우체국과 연계된 물품을 배송하거나 원격진료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어서다.

드론이 피자를 배송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 도미노피자)
드론이 피자를 배송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 도미노피자)

드론은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대구 수성구는 14일 한국 도미노피자와 '드론 배달 서비스'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드론 배달 서비스는 수성못 인근 지점에서 피자를 조리한 뒤 드론 전용 배송함에 담으면 드론이 수성못을 선회해 수상무대에 도착, 대기 중인 로봇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로봇이 주문자에게 피자를 전달한다. 드론 배달 서비스는 오는 4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수성못에서 진행된다. 하루 11회 한정이며 선착순으로 가능하다. 도심지 드론 배송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지만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도미노피자가  국내 최초로 세종시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진행했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이미 상용화에 성공한 최신 모빌리티이다. 다음 차례는 드론과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간 미래모빌리티의 총아로서 주목받아왔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올해를 드론식별시스템과 드론비행로 등 드론배송체계를 갖추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착수하는 'K-드론배송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갈수록 인력난이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드론에 대한 규제 완화와 수익모델 확충 지원, 드론 기능 확대 등을 통해 2027년 드론 배송을 상용화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국토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실시한 드론실증도시 도시 공모 과정에서 40개 지자체가 응모했다. 정부는 선정된 15개 자자체에 사업 규모와 서비스 내용에 따라 최대 14억원의 국비를 차등지원한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드론 활용모델 등을 발굴, 국토부에 제안하면 국토부는 규제 문제해결을 돕는다. 

택배를 받기 불편한 도서나 산간 오지부터 드론배송 서비스를 시작, 도심내 공원지역까지 드론 배송상용화 지역을 넓혀나간다는 국토부 계획은 시의적절하다. 비행 중 추락하더라도 사고 우려가 낮은 곳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드론의 유용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제공=국토부)
(그림제공=국토부)

무엇보다도 제주도가 올해 하반기 중 서귀포 남서쪽 가파도 주민 130여가구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유상 드론 배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 주목된다. 스마티, 앰투앰넷, 나르마, 쿼터니안, 이노뎁이 참여한다. 제주도와 가파도에 드론 이착륙장을 마련하고 드론 비행로를 설정한다. 제주공항 관제권에서 드론식별시스템과 드론 안전관리 체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한다. 택배상용화에 나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만한 경영성과가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드론은 섬과 산간 지역에 물품배송 및 공공배송 서비스에 나선다. 충남 서산시는 '30㎏ 이상 도서·산간지역 드론 물류배송 사업'을 전개한다. 시는 물품 배송 실증 및 상용화, 섬 지역 원격진료 필요 의약품 긴급배송, 내륙과 섬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상반기 시범운영을 마치고 7월부터 고파도, 우도, 분점도 등에 물건을 실어나르게 할 방침이다. 고파도는 팔봉면 구도 선착장에서의 거리는 12㎞이다. 여객선이 하루 3회 운행된다. 태안군은 '더(THE) 스마트하고 더(THE) 안전한 태안형 명품 드론 도시 조성'을 통해 ▲해수욕장 및 연안 안전 관리시스템 구축 ▲섬 지역 물자 교류 유연화 ▲산불·선박 화재 등 조기 대응 체계 구축 등의 사업에 나선다.

전주시는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비빔밥을 드론배송 프랜차이즈로 사업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을 드론으로 배송하고 전주 배달앱 '전주맛배달'과 연계해 가맹점 인프라로 활용한다. 남고산을 중심으로 산불을 예찰하고 AI를 통해 시간대별 산불예상경로 표시, 산불 발원지 탐색 등으로 산불을 예방하는 '산불 초기진화 실증' 사업도 진행된다. 김천시, 영월군, 음성군, 창원시, 고흥군, 여수시 등도 유사한 사업 실증에 나선다. 

드론으로 물품을 나르고 드론을 경계감시업무에 투입 운영하는데 지역 관련 업체도 동참할 것이다. 이들이 사업계획에 맞춰 목표를 달성하면 향후 사업범위를 확장하면서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림제공=국토부)
(그림제공=국토부)

드론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사업도 눈에 띈다. 인천시는 중량 100㎏의 물품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개조, 해상 구조에 필요한 장비·물품을 운반하는 실증사업에 나선다. 울산시는 원자력발전소 재난에 대응, 50㎏급 원전 방호장구를 드론으로 운송하는 모델을 실증하는 것은 물론 드론으로 원전 방사능을 실시간 측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019년부터 지역 특성에 맞춰 드론 활용모델을 시험, 적용하기 위해 드론실증도시 사업을 펼쳐왔다. 시행 5년차를 맞는 올해부터 단순 실증 단계에서 벗어나 상용화를 촉진하는 대안을 내놓은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론배송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운영경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채산성 확보가 사업 성공의 원동력이다. 드론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공익적 가치도 높다.

SK텔레콤과 SK오앤에스 직원이 드론을 통해 통신탑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과 SK오앤에스 직원이 드론을 통해 통신탑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국민들이 드론 활용으로 편리해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신경 쓸 대목은 드론으로 인한 사고 예방이다. 국토부는 28일 세종시에서 15개 지자체, 항공안전기술원과 '2023년 드론 실증도시 협약'을 맺는다. 정부와 지자체, 드론업계, 배송·유통기업은 사업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안전도과 활용도를 동시에 높이는 난제를 해결해야만 장차 'K-드론 배송 대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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