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13 16:18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 이철우(왼쪽) 경북지사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 이철우(왼쪽) 경북지사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윤석열 정부의 여섯 번째 국정목표이다.

윤 정부는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 시대를 열기 위해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재정력 강화(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교육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소통·협력 강화(행안부)를 손꼽았다.

인구 소멸 위기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 발전을 이끌 정책 마련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독자적인 사업을 수행하려면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평소 알뜰한 재정운용을 통해 곳간에 자금을 쌓아야 하지만 4년마다 치르는 선거 통에 늘어나는 포퓰리즘 공약 수행으로 쓰기에 바쁘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  탄탄한 재정기반 구축이란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건전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용하는 지자체일수록 지출에서 자율성을 누리도록 보장할 필요성이 높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국가 정책에 반하거나 국가 또는 다른 지자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되고 예산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한뒤 그 결과를 예산에 반영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지방재정 운용의 기본원칙이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 조정제도와 지방세제 간의 조화로운 발전방안 ▲합리적·효율적인 예산 편성·관리기법 및 지방재정 운용 상황의 측정 기법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지방재정 운용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연구, 개발해 시행할 책임을 갖는다. 

2022년 9월 22일 안동 리첼호텔에서 열린 '2022년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황명석(가운데) 경북도 기조실장과 입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2022년 9월 22일 안동 리첼호텔에서 열린 '2022년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황명석(가운데) 경북도 기조실장과 입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행안부는 지방재정분석제도를 1988년 도입한뒤 1998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방재정분석은 전국 243개 지자체의 재정현황과 성과를 결산자료를 토대로 서면분석과 현지실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방재정 모니터링제도이다. 목적은 지자체의 재정건전성과 효율성 제고이다. 미흡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정자문을 실시한다. 

학계에선 재정분석을 통해 미래의 재정건전성을 파악하고 지방재정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약점은 재정분석의 결과가 10월말 확정되는 만큼 익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정분석의 사후 제도적 연계가 어렵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평가지표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시계열분석이 힘들고 이로 인해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3월 31일 한국지방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지방재정분석제도의 개선방안'을 통해 "잦은 지표의 변경으로 지속적인 자료 구축이 어려워 컨설팅 기능의 내실화가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23년 지방재정분석 평가지표 (표제공=행안부) 
2023년 지방재정분석 평가지표 (표제공=행안부) 

행안부는 학계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방재정분석제도 지표를 또 바꾸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지방재정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 건전성 평가를 확대하고 신규지표를 추가한다고 13일 밝혔다. 전문가의 제안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올해 지방재정분석제도 평가는 건전성, 효율성, 계획성 등 3개 분야에서 실시된다. 행안부는 건전성 평가비중을 20%에서 30%로 높이면서 ▲전년도 대비 채무증감률(관리채무증감률) ▲미래에 상환해야할 채무규모(관리채무상환비율) ▲경상수지비율 등 3개 지표를 추가했다. 재정건전성을 입체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지만 지표가 14개로 늘어난 것에 따른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 행안부는 우수 지자체에게 27억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제공하고 건전성과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자체에 대해선 재정진단을 실시할 방침이다. 특교세 교부라는 미끼로 지자체를 줄 세우는 시도가 지방분권 강화라는 국정기조와 맞는지 의문이다.

이에 반해 지방재정분석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지표는 5개에 불과하고 변화도 매우 적다는 것이 조임곤 교수의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은 2008년부터 ▲재정력지수 ▲경상수지비율 ▲실질공채비율 ▲장래부담비율 ▲물가지수 등 5개 지표를 적용한 결과를 공개한다. 기준 재정 수입액을 기준 재정 수요액으로 나누어 얻은 수치의 과거 3년간 평균치로 산정되는 재정력지수 발표를 통해 지자체의 재정력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평균 수치의 공개와 함께 모든 지자체 원시자료를 한군데 모아 엑셀로 공개한다. 조 교수는 "일본은 중요한 자료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고 5개 지표를 이용하는데 비해 우리의 경우 지표의 산출, 정권별로 강조하는 지표의 추가 등 지표의 변동이 너무 심하다"며 "또한 특별교부세 교부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 재정분석 평가방식. (표제공=행안부)
지자체 재정분석 평가방식. (표제공=행안부)

그간 한국은 재정분석 결과에서 지자체별 지표값만 발표해왔다. 뒤늦게 행안부는 올해부터 평가 등급까지 자치단체별 누리집과 지방재정 365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과만 알려줄 것이 아니라 과정도 파악할 수 있도록 중요한 자료를 세세히 공개해야 한다. 인구 규모와 재정자립도가 비슷한 지자체끼리 상호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어야할 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2월 중앙정부의 국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조1000억원 덜 걷혔다. 2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이미 24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만큼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을 수립할 여건도 아니다. 국가나 지방정부 모두 보수적인 견지에서 재정을 운용해야할 시기다.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지방양여금, 보조금 등에 대한 집행권한을 갖고 시·군·구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었다. 1991년 각급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기초·광역단체 의원 및 단체장에 대한 4대 동시선거가 실시된지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행안부의 위세는 여전하다는 것이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평가다

한창섭(왼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7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5층 영상회의실에서 '제4차 지방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안부)
한창섭(왼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7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5층 영상회의실에서 '제4차 지방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안부)

진정한 지역주도의 균형발전 시대를 개막하려면 중앙정부의 권한 축소부터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료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명분과 이유, 핑계를 들이대며 사실상 '저항'할 것이다. 지역 스스로 고유한 특성을 살려 발전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하다. 국가 차원에서의 결단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의 자구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자체세입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지방 재정력을 강화하려면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것이 본질적 해법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정치권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벌여야할 것이다.

이에 앞서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지방재정분석이 이뤄지도록 행안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일본처럼 지자체 원시자료를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크다. 이런 자료가 공개되면 차기 선거 출마를 노리는 후보자들이 방만한 재정현황을 분석한뒤 취약점을 제기하고 대안도 제시하면서 건전한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조 교수는 "중요한 자료에 대한 상세한 제공, 지표의 대폭 축소, 특별교부세 교부 폐지 등 중앙정부 개입 축소가 필요하다"며 "재정분석의 몫은 연구의 몫이 되거나 정치의 비판자료로 활용되도록 정부의 관여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 지방경제실과 지방자치균형발전실이 귀담아들을 만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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