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14 17:36

비영어권 AI시장 공략 위해 동남아·중동 언어 데이터 수집 '주목'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4일 영빈관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4일 영빈관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를 하거나 소득확인증명서를 신청하려면 '홈택스' 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지방세를 내거나 자동차세 연납신청을 하려면 '위택스' 사이트 이용이 필수적이다. 긴급복지생계지원금이나 영아수당을 신청하려면 '복지로' 사이트 접속이 요구된다. 국세를 징수하는 국세청, 지방세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각종 복지서비스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가 제각기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2012년, 20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2010년부터 줄곳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7회 연속 3위 이내의 순위를 기록했다는 자랑이  무색하고 공허해지는 순간이다.

현재 정부 모습은 '따로따로 부처'와 다를 바 없다. 각자 영역에서 제 할 일만 하면 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가 남아 있어서다. 국민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화재신고는 119, 범죄신고는 112처럼 관련 사이트를 외워야 한다. 잘 모르면 이곳저곳 헤매게 된다.

칸막이가 있는 것은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등기소와 전자소송, 가족관리 등록시스템은 분절적으로 운영된다.

이용하는 국민과 기업의 불편에는 관심이 없다. 행여나 서비스 통합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나만 다친다는 보신주의가 공무원의 머릿속에 각인된 실정이다.

(그림=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그림=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국민에게 자신의 형편과 여건에 맞춰 행정서비스를 신청하라는 것이야말로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다. 생업에 바쁘거나 가사일에 지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잊거나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구비해야할 서류도 많아 포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전자정부의 인공지능이 국민 개인별로 적합한 서비스를 메신저 등으로 미리 알려주고 추천해준다면 국민의 대정부 만족도가 높아질 것은 틀림없다. 

납세의무를 지는 국민들은 선제적인 맞춤형서비스로 편리함을 누릴 권리를 누린다. 기업들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정부 혁신의 동반자가 되면서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야 한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결정을 과학화하고 서비스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임무를 갖는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민간기업들은 날로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의 디지털행정서비스는 말만 요란할 뿐 실제 이용단계에선 불편하기 일쑤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당면한 각종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융합시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은뒤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 서비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여겨진다. 방법을 몰라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했던 국민들에게도 정부가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담당 업무와 관련해 국민 누구나 친분 있는 공무원이 있건 없건 공정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존 전자정부를 국민행복, 정부 혁신, 기업 성장 지원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로 격상시키기 위한 실천방안을 14일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국민의 관공서 방문과 첨부서류 제출, 대기시간, 사각지대를 없애 오직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부터 눈에 들어온다. 정부는 한 곳에서 하나의 ID로, 한 번의 로그인으로 편리하게 모든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 통합서비스 창구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온라인으로 분산 제공 중인 1500여종의 서비스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계통합한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는 국민은 한 곳에서 원하는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함께 실시되는 '첨부서류 제로화'로 연간 2조원의 국민 시간·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아울러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1021종의 서비스를 받는 국민에게 2026년까지 미리 알려주고 추천하는 '혜택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AI를 통해 알아서 챙겨주겠다는 뜻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주요 일정과 목표. (사진제공=과기부)
디지털플랫폼정부 주요 일정과 목표. (사진제공=과기부)

당장 올해부터 부처별 지역별로 산재한 청년정책을 종합해 추천과 알림, 접수 기능을 제공하는 '청년정책 통합플랫폼' 등 26개 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국민들의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다소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으려면 부처간 칸막이를 부수고 행정부와 사법부도 연결되어야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도 필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관 간 데이터 공유가 늘어나도록 활용의 걸림돌이 되는 법령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국민이 동의만 하면 따로 발급받지 않아도 기관 간 공유를 통해 행정처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부와 사법부 간 데이터 연계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서비스를 안전하게 연결하는 최상위 통합플랫폼 'DPG(Digital Platform Government) 허브(가칭)'를 구축한다는 방침이 눈에 띈다. 데이터 융합 인프라와 초거대 AI 활용 인프라, 테스트베드를 제공한다. 원팀 정부 구현을 위해 혁신적인 기반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한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민간이 개발 중인 초거대AI 인프라에 내부행정시스템(온나라) 생성문서, 보도자료 등을 학습시켜 세계 최초의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를 통해 정부행정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챗GPT 돌풍을 계기로 인공지능 일상화가 성큼 다가왔다. 민간의 초거대AI 개발과 고도화를 돕기 위해 올해 3901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초거대AI 개발의 전제는 양질의 텍스트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충하는 것이다. 산업계 수요를 기반으로 분야별 특화 학습용 데이터와 동남아·중동 등 언어 데이터를 2027년까지 200종 구축할 계획이다. 비영어권 시장 공략을 위해 책 15만권 분량의 자료를 모으려는 시도는 틈새 지역 공략을 노린 전략적 접근이다. 초거대 AI 한국어 성능 향상을 위해 고품질 말뭉치와 한국어 응용말뭉치를 2027년까지 130종 구축할 방침이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고=대통령실)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고=대통령실)

기존 출시된 초거대AI는 최신정보 미반영, 거짓답변 등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딥러닝의 학습능력과 신뢰성 향상을 위해 지난해부터 26년까지 2665억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기초연구에다가 논리적 리즈닝(인과관계 이해), 편향성 필터링, 모델 경량화·최적화 기술 개발에 나서 현재 초거대 AI의 한계 돌파를 시도한다. 성공한다면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거대AI를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AI반도체 기반 고성능·저전력 K-클라우드를 초거대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AI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가속처리 하드웨어를 개발, 실증에 나선다. 중소·벤처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컴퓨팅 자원 용량을 기존 TF급에서 PF급으로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초거대 AI 산업을 이끌려면 관련 생태계부터 조성되어야 한다. 법률, 의료, 심리상담, 문화예술,학술연구 등 민간 전문영역에 초거대 AI를 접목, 전문가의 업무를 보조하는 '초거대 AI 5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면 가속적인 개발과 이용이 이뤄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공공기관의 내부업무와 대민서비스 등을 효율화하는 초거대 AI 응용서비스도 개발한다. 

초거대AI를 기반으로 디지털 산업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투자, 신서비스 창출 등 협력 강화를 위한 '초거대 AI 협의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기업이 혁신적인 AI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초거대 AI모델과 컴퓨팅자원을 지원한다. 메타서비스 공간에서 초거대 AI를 지능형 비서 등으로 시각화, 서비스하는 융합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흥미롭다.

정부는 초거대 AI 개발과 활용에 전문화된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고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초거대 AI의 기초활용과 윤리 교육을 제공, 리터러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AI 법제정비단 운영을 통해 초거대 AI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해 개선방향을 도출한다. 초거대 AI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3의 기관에 의한 평가를 지원하고 비윤리적 표현이나 유해성 표현, 사실왜곡 등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셋도 구축한다는 방안도 관심을 끈다. 

자동차검사 예약, 국립자연휴양림 예약 등 국민의 수요가 많고 활용가치가 큰 공공서비스를 2026년까지 민간에 개방한다는 결정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산림청이 맡는 영역이다. 민간의 혁신서비스가 신속히 도입되도록 정부시스템 구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 서비스형 SW를 우선적으로 활용해 26년까지 1만개의 SaaS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표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표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마련되고 새로운 사업이 창출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초거대AI 시대를 맞아 데이터 수집과 학습,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원칙과 데이터 처리기준이 명료하고 합리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절실하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 실시간 얼굴 인식 기술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고위험 기술로부터 국민들의 생체정보를 확실히 지킬 방안도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초거대 AI의 성능과 위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과 동일시되는 시대가 왔다. 한국의 AI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작업은 미래 먹거리 확보와도 직결된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각종 대책과 방안을 이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재원 확충을 위한 방안을 심사숙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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