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17 15:50
한국지엠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 추세가 반년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무역수지 적자액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에야 수출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수출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1~3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24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폭(-477억8500만달러)의 46.9%에 달했다. 더구나 올해 들어 4월 10일까지의 무역수지 적자는 258억6100만달러로 작년 적자 규모의 54.1%를 기록했다. 4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다면 14개월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엔화 등 주요 통화와 달리 원화는 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물가 안정에 방해가 된다는 얘기다. 원유가 다시 반등하는 시점에서 원화가 적정가격으로 거래되려면 수출부터 힘을 얻어야 한다.

(그래프제공=관세청)
(그래프제공=관세청)

관세청은 3월 수출이 551억700만달러를 기록, 작년 3월보다 13.6% 줄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수입은 597억3900만달러로 1년전보다 6.4%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46억3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지난 1월(-16.4%)보다는 낮지만 2월(-7.6%)보다는 높다. 작년 3월 수출이 637억8700만달러로 월간 수출액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달성한 바 있다. 기저효과로 감소폭이 커지긴 했지만 550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9월(572억달러)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일말 기대를 갖게 한다. 

(표제공=관세청)
(표제공=관세청)

수출 부활의 키는 반도체이다. 반도체 수출이 8개월 연속 줄면서 전체 수출 감소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 3월보다 33.8% 줄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감소규모(45억200만달러)는 전체 수출 감소폭(86억800만달러)의 52.3%를 차지했다.

다만 수출 감소율에 있어 지난 1월 43.4%를 나타낸뒤 2월 41.5%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감소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 발표이후 현물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상반기 중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현물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야 전체 수출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대중국 수출이 10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감소폭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중 수출은 작년 3월보다 33.4% 격감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에서 작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차전지 재료 등  원자재 반입이 늘어나면서 대중국 수입은 4.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대중무역수지는 27억73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작년 3월보다 적자폭이 57억8800만달러 늘어났다. 1~3월 대중무역수지 적자는 78억4000만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중동(211억3500만달러 적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전통적인 무역흑자국가였던 중국이 무역적자국으로 반전된뒤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르노삼성차의 QM6가 유럽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의 QM6가 유럽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게 봉쇄조치에 나섰던 중국에서 방역조치 해제 이후 기대됐던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중국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데다 IT 부문 등에서의 높은 재고 수준, 자급률 상승 등으로 인해 리오프닝 파급 효과가 지연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동남아 수출도 134억9600만달러로 작년 3월보다 24.6% 줄었다. 1~3월 누계기준으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2% 감소한 상태다. 중국과 함께 수출증대 노력을 보다 집중해야할 때다. 

10대 수출품목 중 자동차를 제외하고 9대 품목 수출이 일제히 감소한 것도 '적신호'로 여겨진다. 액정디바이스의 감소율이 62.3%로 가장 높았고 가전제품(-44.7%), 무선통신기기(-40.3%) 등의 순이었다. 무선통신기기와 액정디바이스는 작년 4월부터 1년째 수출이 계속 줄고 있다. 품목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그나마 자동차의 선전이 돋보인다. 3월 수출은 62억6000만달러로 1년전보다 65.6% 급증했다.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미국 수출 증가율이 62.8%에 달했다.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독일 수출증가율이 124.4%에 달하고 프랑스에서도 116.6% 늘어난 것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주요 국가에서 확고히 자리잡은데다 기아의 전략차종이 선진국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프제공=관세청)
(그래프제공=관세청)

우리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국세 징수가 줄어드는 등 상반기 내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흐름을 반영,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1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5%로 제시한 바 있다. 1월 전망치보다 0.2%p 낮아진 것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IT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중국내 재고도 줄면서 수출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 수입 수요가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나면 즉시 대중 수출 증대에 나설 수 있게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중 수교이후 맺어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사회와 문화 분야부터 보다 공고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전략 마련과 실천이 요구된다.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과의 안보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비정치적 차원에서 한중간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국익 증대의 길이다. 프랑스와 독일, 브라질이 정상외교 등을 통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친중 기조' 수위를 높여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다. 발등의 불인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불허 조치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표제공=관세청)
(표제공=관세청)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이려면 정부가 이미 발표한 반도체, 선박,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동시에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위해 유류세 탄력세율의 단계적인 정상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 시기를 계속 늦추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물가가 안정 기미를 보이는 시점을 활용,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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