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09 16:41

"교사, 지식 전달자 아닌 학습 디자이너 돼야"

김진표(앞줄 왼쪽 여덟 번째)국회의장과 이주호(여섯 번째) 교육부장관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무처)
김진표(앞줄 왼쪽 여덟 번째)국회의장과 이주호(여섯 번째) 교육부장관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무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디지털 교육의 목표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을 실현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학생이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화해 창의성과 인성,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기 위해 교사의 역할도 지식 전달자에서 자신만의 학습경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밎춤학습환경을 디자인해주는 학습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심민철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에 걸맞은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듈 기반의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음으로는 이들이 반도체 플랫폼기업을 창업해 커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오상훈 럭스로보 창업자) 

국회 사무처와 국회미래연구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주관한 제4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토론자들의 주장이다. 영아 시기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조작하며 성장해온 어린이들은 종이책을 읽으면서도 그림이나 글자를 키워 보려고 시도한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위주의 교실 수업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교사가 학생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학습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심 기획관의 설명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챗GPT에 장착된 인공지능은 논문과 연설문, 기사를 순식간에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작곡까지 한다. AI의 향후 변화 양상은 도무지 예상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부터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검색으로 숱한 지식을 실시간으로 얻는 시대를 맞아 암기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성도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9일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무처)
김진표 국회의장이 9일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사무처)

이같은 흐름을 감안,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치열한 입시경쟁,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 계층 이동의 사다리 붕괴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금 교육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며 "다양성과 융합,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초일류 국가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는 '퍼스트 무버'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재 육성이 관건이다. 문제는 한국 공교육이 위기상태에서 벗어날 조짐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종현 이산학원 이사장이 9일 'AI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종현 이산학원 이사장이 9일 'AI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현실에서 김종현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학교법인 이산학원) 이사장이 이날 'AI 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방안'에 대한 발제문을 통해 한국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 주목된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학교 정규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OECD 국가별 일주일 공부시간에서 한국은 19.49시간으로 가장 길다. 핀란드는 7.07시간, 일본은 8.46시간, 미국은 10.8시간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다. 교장 평균 연령은 59세로 가장 높은 반면 교사 1인당 수업시간은 가장 짧다. 학령인구가 2010년 731만명에서 2023년 531만명으로 200만명 줄었는데도 교육교부금은 32조원에서 75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초중고교 교육에 돈을 쏟아붓는데도 읽기와 수학, 과학 성적은 경쟁국에 뒤지고 기초학력에 미달되는 중고생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대학교 진학이 사실상 좌절되는 상황이다.

김종현 이사장이 제언한 AI 기반 학습 플랫폼 (그림제공=김종현)
김종현 이사장이 제언한 AI 기반 학습 플랫폼 (그림제공=김종현)

MZ세대들이 결혼을 꺼리고 출산을 하더라도 한 자녀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교육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초래된 '사교육 지상주의'와 관련이 깊다. 아동이 급감하는 추세에서 1인당 공교육비 투자를 늘릴 여건은 충분하다.

공교육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강화된다면 사교육 기반이 부실한 지역의 학생부터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별 학습 격차가 줄어든다면 수도권에 인구가 몰릴 이유도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강소기업이 출현하면서 대기업과 함께 동반성장도 이뤄질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의 모습이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앉아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학교 현장에서 당장 IT 분야를 가르칠 교사가 태부족하다는 점이다. 김종현 이사장은 "2020년 전국 사범대 입학 정원 9079명 중 컴퓨터교육과 정원은 182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며 "대학의 정보컴퓨터 입학 정원 확대는 물론 초중고 정보 교과 시수와 교원을 늘려 수준 높은 IT 실력과 학업을 겸비한 자기주도적 창업 인재를 양성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AI시대의 교육에선 창의성과 통합적 사고력이 필요하다"며 "교사는 더 이상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지적 탐구심과 자기주도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변화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교육의 대전환 달성에 실패한 교육부의 책임이 너무나도 크다. 초중고교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맡기고 사업비 및 연구비 지원과 각종 규제로 대학을 지배해오면서 자율성 신장을 가로막아왔기 때문이다.

김종현 이사장이 제시한 AI시대 공교육 활성화 방안 (표제공=김종현)
김종현 이사장이 제시한 AI시대 공교육 활성화 방안 (표제공=김종현)

AI시대를 맞아 공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김종현 이사장은 "학력 증진을 위한 AI기반의 개인 맞춤 시스템 개발을 국가 주도로 진행해 사교육 영역이 줄게 해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교육방송 수준별 강의로 세분화 ▲교재의 디지털화·무료 공급 ▲IT·프로그래밍 등 전문기술과목에 한해 외국인 교원 '산학겸임교사 채용' 제도 도입 ▲100%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점 부여 ▲수능시험 과목 및 시험 횟수 개선을 제시했다. 

기계가 '지능'을 갖게 된 시대를 맞아 아날로그 발상에 따라 설계된 기존 교육의 틀을 서둘러 바꿔야 할 것이다. 날로 발전할 AI와 공존하기 위해 학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과 정보 검색·분석·비판능력은 물론 창의성과 협업능력, 자기주도에 의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중점을 둔 체험 위주의 학습공간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적성 등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학입시제도부터 바꾼다면 교육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능 점수와 내신 등급에만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체제 속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재가 얼마나 배출될지 의문이다. 최소한 30년 뒤를 내다보고 교육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제시하는 작업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정치권이 적극 나설 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