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5 13:26
조승환(왼쪽 다섯 번째)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0일  '우리가 그리는 바닷속, 우리가 꿈꾸는 바다숲'을 주제로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 11회 바다식목일 기념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현대자동차, 효성그룹과 '바다숲 블루카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진행했다. 바다식목일은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육지의 숲과 같은 '바다숲' 조성을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조승환(왼쪽 다섯 번째)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0일  '우리가 그리는 바닷속, 우리가 꿈꾸는 바다숲'을 주제로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 11회 바다식목일 기념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현대자동차, 효성그룹과 '바다숲 블루카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진행했다. 바다식목일은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육지의 숲과 같은 '바다숲' 조성을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은 반도체, 의약품 등 무게 대비 가격이 비싼 상품이나 급한 운송이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고는 선박으로 수출입을 하는 무역대국이다. 안정적인 물류 지원 차원에서 앞으로도 초대형선 투입과 신규 항로 신설 등을 통해 해운 수송력을 키워야 한다. 항만 하역능력 증대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완전자동화 항만을 구축하고 항만 배후단지 개발도 서두를 때다. 수산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을 늘리고 자율운항 선박시대를 주도하며 해양생물을 기반으로 유망 바이오 소재 개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시기다. 

이처럼 해양수산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반면 이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이끌어야할 핵심인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4일 '해양수산과학기술 핵심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 발표한 것도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마당에 서둘러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해양수산 분야 교육·연구기관으로 특성화고 10개교와 관련 학과가 설치된 204개 대학·대학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해양부 직할 3개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있다. 각종 양성사업도 진행 중이지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등 연계성과 체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 과학기술 분야 석사나 기사 이상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했거나 이에 준하는 자격이나 학력, 경력을 보유한 핵심인재는 2020년 기준 9000명으로 국가 전체 연구인력 74만7000명의 1.3% 수준에 그친다. 출연연이나 전국 8개 광역지자체에서 '해양한국발전프로그램'으로 수행 중인 씨그랜트 (Sea Grant)에서 연구개발 중이거나 스마트항만, 해양바이오, 해운물류분야에서 활동 중인 인력을 포함한 수치다.

무엇보다 대학원 졸업생 수가 2017년 760명에서 2020년 72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평가, 처우도 그리 좋지 않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를 방치하면 세계 해양수산 산업에서 국가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뒤늦게나마 2022년 말부터 산·학·연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번 전략을 마련했다.

(해양수산 과학기술 핵심인재 육성 추진방향. (표제공=해수부)
(해양수산 과학기술 핵심인재 육성 추진방향. (표제공=해수부)

신 해양강국 도약을 위해 향후 10년간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인재 1만명을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선진형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력양성지원기관도 5개 지정한다. 초중고에서 대학·대학원, 채용, 퇴직 등 전 주기에 걸쳐 양성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계와 학계·연구계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낸다는 기본방향은 적절하게 입안됐다고 여겨진다

청년연구자가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한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씨그랜트센터와 연계, '대학연구센터 사업'을 신설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해양수산 분야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 연구자 10인 내외 연구융합그룹을 지원대상으로 삼는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총 3개 센터에 센터당 연 10억원 내외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과 학계, 연구원의 인재 채용도 돕기로 했다. 석·박사급 연구이후 공동연구기관인 국·공립기관이나 민간 기업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현재 스마트 수산양식 채용연계 연구개발에 국한된 채용연계형 R&D를 내년부터 친환경, 첨단선박, 해양바이오 등으로 넓힌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R&D 출연금에 비례한 의무채용, 현금 매칭 감면연계, 기술료 감면을 통한 청년 고용 'R&D 패키지 3종' 제도를 추진한다. 해수부는 업계의 복지와 임금체계 등 고용환경개선 노력도 유도할 방침이다.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30년 이상 종사한뒤 퇴직한 전문가에게 '해양수산과학기술 명장'이란 호칭을 부여하고 청년연구가 기술 멘토링을 맡게 하는 등 공헌활동을 지원한다는 대책도 효과가 기대된다. 

해양수산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전략.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해양수산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전략. (인포그래픽제공=해수부)

청년연구자의 성장 지원 차원에서 올해부터 산업계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특화전공과정을 새로 만든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 수요를 기반으로 해양대 안에 자율운항선박 운영인력 양성과정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장학금과 실습, 채용을 적절히 지원한다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양학을 대학 기초필수과목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흥미롭다. 해양대 등 특성화대학에 우선 적용한뒤 씨그랜트가 설치된 대학까지 늘린다는 발상이다.

올해부터 우수인재의 채용과 경력관리를 지원하는 인재정보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출연연과 해양환경공단 등 산하기관의 연도별 연구개발 소요인력과 채용정보 등을 통합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올해부터 초중등 지구과학 교과서에 해양수산 과학기술 파트 확대 추진 ▲내년 해양교육 교과서 개발 및 보급 ▲올해 초‧중‧고 교원 대상으로 해양수산 과학기술 TFT(Training For Teachers) 프로그램 신설 ▲올해 남해와 서해, 동해권별로 3~5일 코스의 '젊은 해양수산 과학자 아카데미 캠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영재고와 과학고를 대상으로 해양수산 과학기술 경진대회를 올해 개최하고 내년부터 산하기관별로 1대1 매칭 장학사업을 신설하겠다지만 의대 진학과 인공지능 등 컴퓨터 분야에 집중된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해수부는 관련 기관, 대학, 기업 등과 실무적인 협의를 거쳐 6월 중 해양수산 과학기술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뒤 관련 예산을 투입해 인력 양성 프로그램 신설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승환(왼쪽 두 번째)해양수산부 장관이 4월 28일 인천지역을 방문, 인천 북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에서 안전관리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해수부)
조승환(왼쪽 두 번째)해양수산부 장관이 4월 28일 인천지역을 방문, 인천 북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에서 안전관리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해수부)

미래 해양 신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인재부터 키워야 한다. 이번에 마련한 대책이 차질없이 실행돼 해양수산분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위상도 높아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4년마다 연구개발 일몰제 대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씨그랜트 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보강하는 작업부터 필요할 것이다.

이병걸 제주씨그랜트센터장(제주대 교수)는 현대해양 기고를 통해 "100년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그랜트사업은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매년 예산이 반드시 반영되게 되어 있는데 반해 한국 씨그랜트사업은 평가결과에 따라 일거에 사라질 수 있는 풍전등화와 같은 사업"이라며 "지역의 해양수산산업 발전을 위한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가로 인해 리스크 있는 사업은 과감히 시행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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