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5 19:10

조우래 KAI 상무 "기술료 부담 덜어준다면 수주가능성 높아져"

류성걸(앞줄 왼쪽 첫 번쨰)국민의힘 의원과 이종섭(두 번째) 국방부장관, 한기호(세 번째)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방과학기술의 소유·관리에 관한 정책세미나'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류성걸(앞줄 왼쪽 첫 번쨰)국민의힘 의원과 이종섭(두 번째) 국방부장관, 한기호(세 번째)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방과학기술의 소유·관리에 관한 정책세미나'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수출(수주 기준)은 173억달러를 돌파했다. 재작년 대비 134.5%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 안보 위협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무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기회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전차와 자주포 등 일부 국산 무기체계는 미국이나 독일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과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3분의 1 이상 싸다는 것이 해외방산업계의 평가다. 대체로 가성비가 좋은데다 수입국 정부의 기술이전과 현지공동생산 요구도 잘 받아들이면서 핵심 무기수출국가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50여년 만에 방산 선진국으로 올라선 데에는 북한군에 맞서 군 전력 증강과 자주국방태세 구축을 위해 국산 무기 개발·생산에 주력해온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개발능력도 도움을 주었다.  민간산업 분야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생산과 조립 과정에서 민수 분야 공정 적용과 지속적인 해외 마케팅 등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과 맞물리면서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해외에서 인정받는 체계통합 방산기업이 생겼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항공기 엔진 등 핵심부품은 외국산에 100% 의존하는 등 국산화율은 80%를 넘는 수준에 그친다.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미국 대비 80% 후반에 머무는 현실에서 중국과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 방산 중·후발국가들이 국제수출시장에 속속 들어오면서 수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방산 수출 증대를 희망한다면 가격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부터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방산기업들의 공통된 요구다. 방위사업법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시행되는 국방연구개발사업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상용화(시험개발·체계개발)에 관계없이 정부가 성과를 소유하고 실시권도 갖는다. 개발과정에 참여한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이 수출 등에 나설 경우 기술료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똑같이 정부 예산을 투입, 진행했는데도 개발기관이 성과를 소유하고 실시권도 행사하는 일반부처 연구개발사업과는 판이하다. 일반부처 R&D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운영된다. 이 법은 모든 정부 부처 R&D 사업에 적용되는 일반법적 성격을 갖지만 특정 사업 영역의 경우 다른 법률을 적용하도록 인정하고 있다.  

양영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15일  '국방과학기술 기술소유권 민간이전 방안'을 주제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양영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15일  '국방과학기술 기술소유권 민간이전 방안'을 주제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로 인해 발생 중인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일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방과학기술의 활용과 방위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양영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국방과학기술 기술소유권 민간이전 방안'을 주제 발표하면서 "첨단과학기술의 많은 분야에서 민간연구역량의 국방으로의 적용(Spin-on) 촉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산학연이 국방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소유권을 부여한다는 원칙으로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 (표=양영철 연구위원 주제발표문 캡처)
해외 사례. (표=양영철 연구위원 주제발표문 캡처)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개발의 특허권을 국가가 소유했다. 1980년 바이-돌 법(Bye-Dole-Act)이 제정되면서 특허권 소유자가 계약자로 바뀌었고 정부는 무상실시권을 갖게 됐다. 물론 국방연구개발도 계약자가 특허권과 저작권을 소유하고 정부는 무상실시권을 보유한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인도도 마찬가지다. 개발성과물의 상업적 활용이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민간 분야가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각국이 주목한 결과다. 유독 한국만이 국방과학기술은 국가 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소유한다는 법규를 존치 중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지정토론에 참석한 조우래 KAI 상무(글로벌수출·전략본부장)는 "K-방산의 주요 해외 고객이 대부분 국방예산이 넉넉하지 않는 국가들인 상황에서 어떠한 비용의 추가도 경쟁력 저하를 가져 온다"며 "금번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처럼 개발 참여 업체에 개발결과물의 소유권을 부여함으로써 그동안 수출 경쟁력에 어두운 영향을 주고 있던 현행 수출기술료 부담을 덜어준다면 수출경쟁력 확보를 통해 수주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상무는 이어 "현재 많은 수출대상국은 자국 내 산업발전을 희망하며 납품용 항공기의 구성품 생산이나 현지 최종조립 등을 희망한다"며 "국제공동개발과 기술협력사업에 필요한 기술이전까지 업체가 협상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에 대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주는 정책으로 입안되기를 희망하다"고 덧붙였다. 수출 최일선에 뛰고 있는 조 상무의 제안이 하루속히 받아들여져야 K-방산이 순항할 수 있음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임병헌(왼쪽 첫 번째)국민의힘 의원과 정우택 의원(두 번째·국회부의장)이 15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임병헌(왼쪽 첫 번째)국민의힘 의원과 정우택 의원(두 번째·국회부의장)이 15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행사를 주최한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민간부문의 기술력이 가속화되면서 국방과학기술을 정부가 소유하는 것이 오히려 방위산업의 자발적 성장을 저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국방기술 소유 정책이 우수한 민간연구기관의 국방 R&D 참여와 방산업계의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고 현행 정책을 꼬집었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존 국방과학기술 관리와 활용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입장으로 평가됐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향후 정부 방침을 분명히 밝혀 주목을 끌었다. 엄 청장은 "개발된 국방과학기술 소유권의 민간 이전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방과학기술의 소유와 활용권한을 개발기관에 부여하는 것이 국방기술의 활용과 가치를 더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최근 관련 법령 개정으로 국가와 연구개발기관이 상호협의할 경우 국방연구개발사업으로 얻어지는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군은 지재권의 공동소유를 통해 민·관·군 협력을 강화하고 개방적 국방연구개발 체계를 정립하는 등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방사청 국방기술보호국 토론자료 캡처)
(표=방사청 국방기술보호국 토론자료 캡처)

다만 방사청 국방기술보호국이 이날 토론자료로 제출한 '국방기술 효과적 보호와 활용을 위한 정책방향’은 엄 청장의 의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책임모면에 급급한 관료적 발상이란 비판을 받을 만 하다. 국방기술보호국은 "ADD 소유를 근간으로 국방기술관리시스템이 구축된 현황과 군·사업부서의 우려를 고려해 우선 정부 소유 기술 권한을 민간에 양도하는 제도의 활성화를 추진한다"며 "연구개발 종료후 모든 국방 R&D 성과물은 ADD가 보유한다. 개발종료 후 10년 등 일정기간이 지났거나 기술의 중요도 및 보호 필요성 저하, 일정비율 이상 기술료 환수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지재권과 연구중간 산출물 등은 민간소유로 전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단계적 전환이란 대의명분을 앞세운 채 현행 제도를 미조정한다는 발상은 수출방산기업의 절박한 입장을 도외시한 것과 다름없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ADD 연구계획부 성과확산실도 정부 방침에 사실상 반대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기술료 수취로 연구원들이 받는 수익이란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내부논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예상된 반발이다. ADD는 '종합의견'을 통해 "현행 법률상 연구개발 주관기관과 연구개발참여기관의 공동소유 근거가 존재하는 만큼 이미 허용된 공동소유 절차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내세웠다. 다만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 명시된 규정대로 공동소유가 이뤄진 실적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ADD는 현재처럼 국가 주도로 개발된 성과물을 관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무형적 권한만의 민간으로의 소유 원칙 전환은 민간의 실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임병헌(왼쪽 첫 번째)국민의힘 의원과 정우택( 두번째) 의원 등이 15일  국방과학기술의 소유 관리에 관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임병헌(왼쪽 첫 번째)국민의힘 의원과 정우택( 두번째) 의원 등이 15일  국방과학기술의 소유 관리에 관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방산 수출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외화 획득은 물론 유사시 해외 수입국에 비축한 물자를 빨리 공급받아 전쟁지속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다 기존 군 장비의 성능 개량도 촉진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그렇다고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수출을 놓고 미래먹거리이자 새성장동력이라고 떠벌리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

K-방산이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기존 경쟁력을 은밀히 발전시키면서 부족한 역량을 채워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기술을 지닌 민간 연구소 등의 신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방과학기술 소유권을 더 이상 정부가 아닌 참여기관으로 이전한다는 원칙을 서둘러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5일 행사 포스터 (포스터제공=임병헌 의원실)
15일 행사 포스터 (포스터제공=임병헌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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