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6 17:13
2022년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초지 복원지역 해양생물 (사진제공=환경부)
2022년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초지 복원지역 해양생물 (사진제공=환경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해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됐다. 2050년 이산화탄소 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 규모보다 40% 줄여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녹화사업을 시작한뒤 수십년이 지난 영향으로 2025년부터 수령 41년 이상 된 수확기 나무가 산림의 59%를 차지할 전망이다. 산림이 노후화되면서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흡수원으로 해양을 중시해야할 이유다.

블루카본(Blue Carbon)은 해초지(海草地)와 염습지(鹽濕地), 갯벌, 패류 등 연안에서 사는 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가 저장, 격리 중인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숲이나 정글 등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는 그린카본(Green Carbon)보다 탄소가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저장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2013년부터 탄소감축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바닷속 식물이 자라 군락을 이루는 해초지와 조석에 따라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돼 소금기의 변화가 큰 축축한 땅인 염습지, 열대 및 아열대 지역 바다에서 자라는 80여종의 맹그로브 나무숲이 대표적인 블루카본이다. 맹그로브는 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 부분을 말하는 조간대(潮間帶)에서 주로 서식하며 대부분의 나무와는 달리 바닷물에서 생존할 수 있다. 

복원 이전 해초지. (사진제공=환경부)
복원 이전 해초지. (사진제공=환경부)

문제는 연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훼손된데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 등 어구, 바닷가에 적치된 폐타이어 옹벽 등으로 오염되면서 동식물이 살기 부적합한 곳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 국립공원공단은 2016년 염습지 300㎡를 처음 복원한데 이어 2017년부터 서식 환경이 악화된 해초지와 염습지를 꾸준히 살려왔다. 지난 7년간 해초지와 염습지 18만9385㎡를 복원, 연간 27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해초지·염습지 복원 계획 (표제공=환경부) 
올해 해초지·염습지 복원 계획 (표제공=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해상국립공원 등에 23만㎡ 면적의 해양탄소흡수원을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복원한다고 16일 밝혔다. 복원 대상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금해변, 창포, 외초리, 신전해변 등 8곳, 한려해상국립공원 월곡, 명사항, 외항, 다시몰항 등 7곳, 태안해안국립공원 기지포, 도장골, 바람아래해변, 학암포 등 9곳이다. 다도해와 한려 15곳의 해초지 21만5000㎡와 태안 9곳의 염습지 1만5000㎡으로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3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다. 

복원 이후 해초지. (사진제공=환경부)
복원 이후 해초지. (사진제공=환경부)

이번 복원을 통해 해상·해안국립공원의 탄소 흡수량이 연간 316톤 늘어날 것으로 공단은 전망했다. 30년생 소나무 4만8천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해안의 생물다양성이 증진되는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해초지를 복원하려면 훼손 요인을 조사하고 해양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해양에 쌓인 쓰레기를 장비로 수거한뒤 해저면에 거머리말 등을 수작업으로 이식한다. 사후 조치로 활착률 등을 모니터링한다.

복원 이전 염습지. (사진제공=환경부)
복원 이전 염습지. (사진제공=환경부)

염습지도 유사한 절차를 밟는다. 염생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폐수문이나 콘크리트 농로, 경운기 진입로 등을 철거 또는 폐쇄한다. 해양쓰레기도 제거한다. 키가 크고 뿌리도 튼튼해 갯벌을 육지화시키는 외래종 식물인 갯줄풀 등을 없애고 갯잔디 등 염생식물을 심는다. 적잖은 인력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공단 예산 중에서 기후대응기금이 투입된다.  

복원 이후 염습지. (사진제공=환경부)
복원 이후 염습지. (사진제공=환경부)

무엇보다 블루카본의 복원효과가 뚜렷히 나타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한려해상국립공원 명사항과 벽련항의 해초지 복원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이곳에 사는 해양저서무척추 동물과 해양 어류, 해조류는 49종에 달했다. 인근 미복원 지역 17종의 2.88배에 달했다. 복원지에서 어린 물고기와 알 등이 관찰돼 해양생물의 번식과 성장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이락사,월차 염습지 복원 결과. (사진제공=환경부) 
한려해상국립공원 이락사,월차 염습지 복원 결과. (사진제공=환경부) 

지역 주민과 함께 염습지 복원을 추진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이락사갯벌과 월차갯벌의 경우 복원 이전보다  흰발농게 서식지가  6곳에서 15곳으로, 갯게는 1곳에서 5곳으로, 대추귀고둥은 1곳에서 3곳으로 늘어났다. 갈대와 작은 동물의 사체, 유기물을 먹어 치우는 갯벌의 청소부인 갯게는 복원 전 23개체에서 복원후 33개체로 증가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살기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2050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3월 21일 발표한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2018년 배출된 727.6백만톤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36.6백만톤으로 40% 줄인다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갯벌 복원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한 국가 중에서 71개국은 해양생태계를 활용한 감축원으로 블루카본을 포함시켰다. 한국 정부는 준비 부족 등으로 2024년에나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 (사진제공=화성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 (사진제공=화성시)

한국의 갯벌은 높은 생태가치와 함께 온실가스 흡수·저장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탄소감축원으로 인증받은 해양 서식지는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에 국한된다. 갯벌은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토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국내 갯벌의 탄소흡수 절차와 흡수량 연구를 본격화해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도록 과학적 근거를 쌓는 것은 물론 외교적 노력을 펼치는 것이 시급하다. 

안산시가 시조 '노랑부리백로'를 해양보호구역 대표 브랜드로 선정했다. (사진제공=안산시)
안산시가 시조 '노랑부리백로'를 해양보호구역 대표 브랜드로 선정했다. (사진제공=안산시)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해양생태계와 해양경관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지정, 관리하는 지역을 말하는 해양보호구역 확충도 발등의 불이다.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PO26)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30-30 목표이었다"며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것이지만 해양부는 2021년 5차 해양환경종합계획에서 2030년까지 2020년(영해 내측 면적의 9.2%)에 비해 2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제 추세에 맞춰 30%까지 높여야한다는 권 교수의 주장을 눈여겨 볼 때다.

복원된 블루카본 지역의 생태관광자원화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염생식물을 활용한 생태관광 아이템을 발굴하고 어민들의 생산 소득 사업을 지원하며 해양치유 프로그램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성공사례가 확산된다면 지역주민들부터 해양자원 보호와 보전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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