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25 17:40
깅종민(앞줖 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영표(세 번째) 의원, 김진표(네 번째) 국회의장 등이 25일 열린 'AI기반 금융혁신 방안' 토론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깅종민(앞줖 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영표(세 번째) 의원, 김진표(네 번째) 국회의장 등이 25일 열린 'AI기반 금융혁신 방안' 토론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해외 금융권은 수년간 인공지능 활용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했으며 최근 들어 안정화 및 확대 도입 추세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 Marcus를 개발, 신용도 분석과 대출 행동 예측 등에 활용하고 있다. JP모건은 2017년 법률 문서를 몇 초 만에 분석하는 인공기능 기반 계약분석 도구인 COiN을 도입했다." (오중효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장)

공공분야와 산업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디지털화 흐름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나오면서 AI시대가 활짝 열렸다. 금융분야는 전산망을 통해 이동 가능한 금전을 매개로 제공되는 무형의 서비스이기에 디지털화가 가장 손쉬운 분야로 손꼽힌다. 이제 누구나 휴대폰으로 수수료 없이 돈을 보내고 받는 모바일뱅킹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은행 지점 창구를 찾아가 수수료를 물고 다른 은행에 돈을 송금했던 시절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금융서비스가 현실로 찾아온지 오래다. AI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산업도 미국 금융회사처럼 AI 도입 범위 확대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안전성과 신뢰성도 확보해야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이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AI 기반 금융혁신 방안: AI와 금융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AI 기반 금융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야만 주요국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 중인 AI 활용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 신성장포럼의 공동대표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금융산업은 인공지능의 보고"라며 "금융거래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거나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고 가상비서 등 고객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업무 자동화로 금융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지적처럼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의 검색을 통해 사람이 하지 못하는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 머신러닝으로 판단능력도 키워갈 수 있다. 대체로 정형화된 작업에선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처리 속도가 빠르다. 가끔 피로에 지친 나머지 실수하거나 감정에 흔들리는 인간에 비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인공지능의 위력을 인류에게 각인시켜준 것은 구글의 AI 개발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컴퓨터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였다.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대회 3회 우승자인 판 후이 2단을 상대로 5번 싸워 모두 이긴데 이어 2016년 3월에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대의 1의 승리를 올렸다. 사람들은 AI의 놀라운 학습능력과 발전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AI가 인류를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그간 한국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가성비 높은 상품을 제조, 세계에 수출하면서 중심국가 반열에 올라섰다. 향후 가능성이 보이는 유행 상품이라면 관심을 갖고 접근, 값어치를 판단하는데 익숙하다. 전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자 2016년 9월 국내에서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테스트 베드가 도입됐다.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AI가 빅데이터를 분석, 투자자의 자산 운용을 자문해준다는 서비스의 미래를 보고 많은 금융사가 뛰어들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와 관련,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공동대표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21년 6월말 가입자수 기준 37만 9477명, 관리자산 금액 기준 1조7584억원으로 폭증했다"며 "2017년 3월 대신증권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최초로 AI 기반 상담용 챗봇인 '벤자민'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금융권에 챗봇이 확산됐다. 지금은 챗봇을 안 쓰는 금융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 금융회사는 금융서비스와  AI 융합을 시도했지만 AI가 스스로 학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부족한데다 질도 떨어져 AI 기반 금융서비스 경쟁력이 미국 등 선진국에 뒤지는 상황이다. 홍 의원은 "AI의 혁신을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데이터의 집적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국어나 스페인어, 영어에 비해 사용자가 훨씬 적은 한국어 기반 챗봇이 태생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방안은 더 많은, 더 넓은, 더 깊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단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를 준비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AI는 고객서비스, 이상거래 탐지, 신용평가,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이자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창조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수익원 다양화에 AI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이성복 자본사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캡처)
(표=이성복 자본사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캡처)

금융회사가 주목해야할 AI 유형과 관련, 대화형 AI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금융분야에서 AI의 역할과 과제' 발제를 통해 "비용절감을 목표로 미들오피스나 백오피스 업무에 활용되는 AI와 달리 프론트오피스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대화형 AI는 금융회사의 수익성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단순한 질의응답 서비스에 그치는 챗봇은 많은 금융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다. 상투적이고 교과서적인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투자 조언 ▲청구서 관리 ▲이상거래 경고 ▲재무계획 제공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AI 기반 가상 금융서비스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화형 AI 서비스의 대표사례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018년 내놓은 에리카(Erica)가 벤치마킹 모델로 거론된다. 대화형 금융거래앱으로도 일컬어지는 에리카는 지난해 10월 기준 3200만명의 이용자를 유치했다. 매일 평균 150만명의 이용자에게 문자와 음성대화를 통해 계좌조회, 카드관리, 개인송금, 거래보고, 투자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BOA는 올해 상반기까지 에리카 이용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금융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소개하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AI 활용을 늘려나가면서도 AI의 개인정보 유출, 인종 차별, 정치적 조작 등 각종 위험요인을 최소화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맞춤형 상품 제공 과정에서 자칫개인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고 고객의 SNS 활동기록을 토대로 대출 과정에서 차별할 경우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 자체 오류나 외부 해킹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우려도 상존한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이날 토론에서 "블룸버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금융서비스 기업들은 생성형 AI인 GPT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초거대 언어모델 원천기술 내재화와 업무 적용을 실행하고 있다"면서도 "고객 정보 등을 다루는 JP모건체이스와 버라이존은 지난 2월부터 사내 챗GP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nAI는 2023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사용자 정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GPT-4는 ChatGPT와 OpenAI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림=오중효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장 발제 캡처)
(그림=오중효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장 발제 캡처)

이런 현실에서 개인신용평가나 대출심사, 카드발급심사, 보험심사 등에 인공지능을 쓴다면 AI의 동작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설명가능한 AI(eXplainable AI)'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오중효 금융보안원 데이터혁신센터장은 "사람이 XAI가 내린 결과에 대한 판단기준을 보고대응하면서 차별적이거나 고위험 결정 등을 방지하고 신용정보법이나 금융소비자법이 요구하는 규제도 준수할 수 있다"며 "7개 금융그룹과 워킹그룹을 구성해 금융분야 XAI 적용범위, 적용절차, 기준 등에 관한 안내서를 3분기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분야에 일반적인 AI를 적용하면 편향성과 정확성 이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금융전문가의 견해이다. AI가 수행한 결과에 대한 이유를 고객에게 친절히 설명하면서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신뢰까지 쌓는 노력이 절실하다.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출처의 신뢰성과 변조 여부 등을 확인하고 서비스 개발부터 운영까지 고도의 보안성을 확보하며 충분한 시범운용을 통해 위험성을 최소화하는데에도 주력해야 한다. AI 윤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고객을 적극 포용하려는 자세도 요구된다.  AI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냉정함이나 딱딱함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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