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5.26 13:07

진짜 손님 '실용위성' 궤도에 안착시켜…1993년 과학위성1호로 시작한 30년 우주도전사 '쾌거'
'가성비' 무기로 발사서비스 시장 진출…달까지 탐사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우주강국 G7' 진입

누리호가 지난 25일 지축을 흔들며 우주로 치솟고 있다.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아파트 15층 규모에 해당하는 높이 47.2m, 무게 17.5톤의 육중한 몸체가 지축을 흔들며 하늘로 치솟았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계획된 18분 동안의 비행을 완벽하게 해냈다. 

누리호는 지난 25일 6시 24분 3500도 초고온 고압가스의 힘을 받아 하늘로 힘차게 솟구쳤다. 이어 발사 125초 후 고도 64.5㎞에서 1단을 분리했고. 234초 후에는 고도 204㎞에서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덮개)이 발사 후 272초가 지나며 258㎞ 상공에서 2단이 각각 떨어져 나갔다. 발사 후 783초가 지난 시점에서 목표 고도인 550㎞ 상공에 도달했다. 

1·2차 발사때는 위성모사체·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한 바 있는데 3차 발사에서는 '진짜 손님'인 실용급 위성을 최초로 태웠다. 

발사체 3단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기, 한국천문연구원의 나노급 군집위성 도요샛 4기, 민간기업에서 제공한 져스텍, 루미르, 카이로 스페이스 등 3기의 큐브위성이 실렸다. 목표 고도에 도착하자 KAIST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제일 먼저 분리됐다. 이어 20초 간격으로 천문연의 도요샛 위성 4기와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위성 3기가 차례로 사출됐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독자 개발한 합성개구레이더(SAR)의 우주에서의 지구 관측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SAR은 위성에서 쏜 마이크로파가 지상에서 반사돼 돌아온 신호를 통해 지구관측레이더 영상을 획득한다. 북극 해빙변화, 산림 생태변화, 해양환경오염 탐지 등의 임무수행이 기대된다.

도요샛 4기는 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를 함께 편대비행을 하며 약 6개월 간 우주날씨의 변화를 관측할 예정이다. 편대 비행을 통해 단일 위성 관측이 갖는 관측 한계를 넘어 우주 플라즈마 분포의 시·공간적 변화를 미세한 수준까지 관측해 향후 태양풍에 의한 우주폭풍 및 우주환경 실시간 예보와 분석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발사 약 1시간 30분 뒤 위성과의 초기 교신에 성공했다. 

1993년 6월 4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과학로콋 1호(KSR-Ⅰ)가 발사되고 있다. 1단형 고체엔진을 장착한 KSR-Ⅰ은 고도 39㎞,를 비행하며 한반도 상공 오존층을 측정했다.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시작한 지 30년만에 이룩한 쾌거다.

1993년 6월 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과학로켓 1호(KSR-I) 발사를 시작으로 2009년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되며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속도가 났다.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 준공 이듬해인 2010년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1·2차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30년 우주개발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7년 독자기술로 과학로켓 2호까지 만들었지만 이후 '한-미 미사일지침'에 묶인 탓에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준으로 비행고도를 높일 수 없었다. 2003년엔 30톤급 액체엔진을 만들어놓고도, 국내 시험장이 없어 러시아에 가져가 연소시험을 해야만 했다.

누리호에 앞서 발사된 '나로호'의 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로호는 러시아 안가라 로켓을 1단으로 2단은 독자기술로 만든 발사체다. 2009년 6월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고 두달 뒤, 나로호를 쏘아올렸지만,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첫 발사부터 쓴맛을 봤다. 1년 뒤인 2010년 6월, 2차 발사 때는 1단 로켓이 폭발했다.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한 건, 2013년 1월 3차 시도에서였다. 로켓 개발은 옥죄던 미사일지침은 2021년에야 폐지됐다.

첫 로켓 개발 후 연속 발사 성공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도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이번 실전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들을 중심으로한 연구원들의 뚝심이 있었다. 

우주발사체는 반복적인 발사 운용을 통해 발사 과정 최적화, 안정화 및 신뢰성 향상이 요구된다. 해외 우주선진국들도 첫 발사 이후에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제고시켜 왔다.

첫 발사 성공 이후 이어진 발사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미국 발사체 '아틀라스I'은 1990년 첫 발사 뒤 두번째 발사에서는 실패하고, 세번째 다시 성공했다가 네번째는 또 실패하기도 했다. 일론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팰컨9'는 2010년 첫 발사에 성공했으나 2012년 발사에서 부분 실패를 겪고, 2015년 발사는 완전 실패했다.

일본도 비슷한 실패를 겪었다. H2 발사체의 경우 1994년 첫 발사성공 이후 1999년 발사에 실패했으며, H2A 발사체는 2001년 첫 발사 성공 이후 2003년 여섯 번째 발사는 실패했다. H3 발사체는 2023년 첫 발사에서 1단 엔진 미점화로 발사 중단, 두 번째 발사에서 2단 엔진 미점화로 발사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0월 발사된 누리호 1호기 역시 위성 모사체를 싣고, 700㎞ 고도로 날아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일찍 꺼지면서 위성 분리 속도가 초속 7.5㎞에 미치지 않아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한 바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4차 발사, 2026년 초소형위성 2~6호의 5차 발사, 2027년 초소형위성 7~11호의 6차 발사 등 순차적 일정이 수립돼 있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비교 (자료제공=항공우주연구원)

올해 착수 예정인 차세대발사체(KSLV-Ⅲ)는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적용한 2단형 발사체다. 1단에는 100톤 이상 엔진 5기, 2단에는 10톤 이상 엔진 2기로 구성되어 재사용발사체 기반 기술이 탑재된다. 2030년 달궤도투입 성능검증위성, 2031년 달착륙선 예비모델, 2032년 달착륙선을 보내는게 최종 목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세 차례 반복 발사하고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차 발사가 앞선 1·2차 발사와 가장 다른 점은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1·2차 발사는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했으나, 3차부터는 한화에어로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는 3차 발사 준비의 전 과정에 참여해 항우연으로부터 종합적인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았다. 한화에어로는 4차 발사부터 점차 역할을 확대해 6차 발사때는 발사책임자(MD)와 발사운용책임자(LD) 및 발사관제센터(LCC) 일부 콘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발사 임무를 주도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리고, 위성을 서비스하는 '우주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목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화에어로는 국내 위성 제조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하기도 했고, 한화에어로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우주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윈엡에 3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기대를 모으는 방산 기업이다. KAI는 누리호의 체계총조립과 엔진클러스터링 임무를 수행했다. 여러 제조사의 부품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를 구축했다. 탯줄로 불리는 '엄빌리칼 타워'는 발사 전에는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고, 발사 시에는 정확히 분리되는 기술이 요구된다. 현대로템은 연소시험와 유지 보수를 맡았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시험 설비에서는 7톤, 75톤, 300톤급 발사체의 연소 시험이 가능하다.

이번에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면서 또 다른 수출 먹거리를 찾았다. 다른 나라의 위성을 대신 쏘아올려주는 발사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K-방산' 수출은 높은 기술력 대비 저렴한 '가성비'가 한 몫했다. 우주 산업에서도 이 같은 가성비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동환 한화에어로 우주사업본부장은 지난달 외신과 인터뷰에서 "우주선 발사 가격을 스페이스X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는 민간 우주경제로 도약하는 원년이다. 한화에어로는 '한국형 스페이스X'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향후 계획된 정부의 우주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우리나라 우주경제의 선두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세계 우주경제는 3700억 달러 규모인데, 위성활용서비스가 전체 85%를 차지하며 제작·발사서비스 등 나머지가 15%를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2045년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 도약을 위해 미래우주경제 로드맵과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로드맵에서는 5년 내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독자 발사체 엔진 개발,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 시작,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화성에 착륙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달·화성 탐사,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 육성, 우주인재 양성, 우주안보 실현, 국제공조의 주도 등의 6대 정책방향과 지원방안을 밝혔다.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해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도 내놨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주강국 G7'로 인정받게 됐다. 누리호를 통해 1.5톤급 실용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

위성제작 기술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위성 17기의 개발을 완료해 9기를 운영 종료하고 8기를 운영 중에 있다. 현재 다목적6·7·7A호, 차세대중형위성2·3·4호, 초소형군집위성, 천리안위성3호 등을 개발 중이다. 초정밀 위치·항법·시각(PNT) 서비스에 필요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정지궤도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 5기 등 총 8기 위성시스템 개발도 이루어지게 된다. 

지난해 8월 5일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달 궤도 상에서 6개의 탑재체를 활용해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종범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개발은 국가적 힘으로서의 '하드파워'인 동시에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 인류지식을 향상시키는 '소프트 파워', 시장 방임으로는 한계가 있는 '공공사업', 부가가치 향상 '상품' 등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한 발사체의 신뢰성 제고 등 우주산업 순환경제가 육성되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까지 우리나라 경제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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