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30 15:15
(표제공=보건복지부)
(표제공=보건복지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 의료기술은 주요 5대 암 생존율이나 장기이식 성공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22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의 전문병원'에 서울아산병원(30위), 삼성서울병원(43위), 서울대병원(55위) 등 16개 병원이 들어갔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2022년 5월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암치료비는 한국이 29만원으로 미국(67만원)의 절반에 못 미쳤고 OECD 평균(34만원)보다 다소 낮았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 능력, 첨단 의료장비 도입·운영에서 국제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령의 재미동포들이 중병에 걸리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수술 받기를 희망하는 것도 언어소통의 편리함과 함께 가성비 높은 한국 의술을 믿기 떄문이다.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외국인환자 유치가 허용되고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등록제가 도입된 이후 2017년까지 총 진료수입은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환자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도, 피부양자도 아닌 환자를 의미한다. 환자측이 진료비 전액을 낸다. 2019년 한국 의료기관을 찾은 중동 환자 중 가장 고액의 진료비는 5억6000만원에 달했다. 외국인환자의 5%는 1억원 이상의 진료비를 썼다. 병원 입장에서 고마운 고객이 아닐 수 없다.

(그래프제공=복지부)
(그래프제공=복지부)

성형 수술이나 피부 미용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환자의 상당수는 동반자와 함께 치료가 끝난뒤 한국 관광을 즐긴다. 산업연구원은 2019년 의료관광 지출액이 3조331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환자수와 1인당 추정 진료비를 곱한 금액이 의료 지출액이다. 관광 지출액은 실환자수와 평균 동반자수(1.4명)를 1인당 평균 지출액과 곱한 금액이다. 의료관광 총지출로 인한 생산유발액은 약 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국이 의료관광객 유치경쟁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외국인 환자 유치경쟁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크게 뒤진다는 점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최다기록은 2019년 49만7000명이었다. 같은 해 말레이시아를 찾은 외국인환자는 120만명으로 우리의 2.4배에 달했다. 각종 장기체류상품과 연중 내내 따뜻한 기후, 저렴한 물가가 외국인환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결과로 분석된다.

(안포그래픽제공=보건복지부)
(안포그래픽제공=보건복지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입국 규제부터  풀리면서 의료관광산업은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3년 신한국 의료 붐을 위한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의료관광시장이 2021년 109조원(82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240조원(1820억달러)로 연평균 9.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에 70만명을 유치, 아시아 의료관광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엄격한 출입국 절차부터 완화한다. 2021년 외국인환자 상위 13개국 중 중국,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은 비자를 받아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원칙적으로 환자가 재외 한국공관을 방문, 신청해야 하지만 공관측에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거절하거나 심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실정이다. 통상 발급하는데 2~3주 가량 걸린다. 의료관광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환자의 불법체류율은 2019년 6.9%에서 2021년 3.67%로 떨어졌다.

(표제공=복지부)
(표제공=복지부)

이를 감안, 평균 3일이면 발급되는 전자비자 신청권한을 갖는 법무부 우수 유치기관을 현재 27개에서 5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2016년 제정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복지부에 등록된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또는 외국인환자 유치업자가 불법체류율, 초청(진료)실적, 사증 불허율 등에 대한 심의를 거쳐 우수 유치기관으로 지정받으면 대한민국비자포털을 통해 전자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복지부가 유치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과 환자 안전성 평가를 통해 우수 의료기관(KAHF)으로 인증한 7개소와 상급종합병원(현재 45개소)이 우수 유치기관으로 신청할 경우 심사 없이 당연 지정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중복분을 제외하고 45개소가 추가 지정되면 외국인환자 3만2336명과 동반자 4만5270명이 전자비자를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5만2748명이었던 전자비자 발급규모가 향후 13만354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치료 등을 위해 입국하고 싶어도 비자 문제로 고민했던 외국인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의료관광 유수 유치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환자에게 전용보안검색대와 출입국 우대심사대 이용권한을 제공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대 3명을 동반할 수 있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본인과 가족이 우대받으면 제2, 제3의 방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잘한 결정이다.

일반 유치기관은 작년만 해도 입국시 비자가 필요한 환자를 동시에 5명 이하로만 초청할 수 있었다. 1명이 본국으로 출국하면 추가 초청이 가능했다. 올해부터 발급 쿼터를 10명으로 늘리고 배우자나 직계가족 유무, 질병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초청 대상 간병인 범위를 형제나 자매까지로 확대한다. 재정능력 입증서류 제출의무도 면제한다. 전자비자 신청자에게 제공되는 기존 혜택을 확대적용한다는 것이다. 재외공관의 신속발급을 돕기 위해 관련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면 비자발급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2009년이후 외국인환자 진료과목별 비율 (표제공=복지부)
2009년이후 외국인환자 진료과목별 비율 (표제공=복지부)

진료 분야 다양화에도 주력한다. 한국 의사들이 잘하기로 소문난 성형·피부과와 중증·복합성 질환 환자 유치를 위해 질환별 우수의료기관 현황을 전달하고 환자 송출협력을 추진하며 해외 의료인 연수도 확대한다. 아직까지는 환자 비중인 낮은 한방통합 과목을 부각시키기위해 중동, 독립국가연합(CIS),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 한의약세계화추진단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홍보를 강화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결정이다.

2016년 유치기관 평가·지정제가 도입된뒤 작년까지 지정기관은 최대 7곳에 불과했다. 유효기관이 2년에 불과한데 평가기준은 엄격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평가·인증제로 틀을 바꿨다. 법무부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당연지정하고 유효기간도 4년으로 늘리는 대신 부당하게 인증을 받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미등록업자의 유치행위 근절을 위해 포상금 지급기준도 유치기관 벌금액의 10%에서 30%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유치기관의 질 관리를 위해 평가인증제를 활성화하면서 질관리를 강화한 것은 필요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환자의 사전상담과 사후관리, 한국의료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해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는 결정도 주목된다.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 진료를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원칙적으로 1차 의료기관은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며 도서나 벽지, 재외국민 등 의료취약지역이나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우선추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 추진사항을 반영해 의료해외진출법도 개정할 방침이다. 방한 환자의 효과적 치료와 만족도 제고를 위해 현재 몽골과 카자흐스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ICT 기반의 사전상담·사후관리(Pre-Post Care Center) 대상국에 아랍에미리트(UAE)를 연내 추가한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앞서는 대목은 외국인환자를 위한 장기체류상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활성화전략에는 현재 찾아보기 힘든 장기체류상품을 신설한다는 내용은 없다. 2022년 25만명이었던 외국인환자를 매년 26% 늘리려면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 편중 완화, 유치산업 경쟁력 강화, 한국 의료 글로벌 인지도 제고라는 4대 전략 추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나 배트남 등 코로나19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았던 국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이후 한국에 장기간 편히 머물면서 휴양하고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해야할 것이다. 

(인포그래픽제공=복지부)
(인포그래픽제공=복지부)

외국인환자 유치는 관광 등 다른 분야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보건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등과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치기관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수시로 파악한뒤 대안을 마련,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6개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웰니스·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가 휴식과 치유, 치료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연간 개소당 5억원이 지급되는 이 사업이 수도권에 편중된 외국인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의료관광 거점으로 발돋움한다면 70만명 유치라는 도전적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