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01 15:19
블루카본에 대한 설명. (인포그래픽제공=해양수산부)
블루카본에 대한 설명. (인포그래픽제공=해양수산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산림 등 육상생태계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그린카본(Green Carbon)이라 호칭하고 해양생태계가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부른다. 조석에 따라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돼 소금기의 변화가 큰 축축한 땅인 염습지(鹽濕地)와 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해초(海草)로서 '바다의 숲'을 이루는 잘피의 탄소 고정능력은 같은 면적의 열대우림에 비해 각각 4배, 3배 빠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유기물의 분해는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해양생태계는 토양이 바닷물에 잠겨 산소가 매우 부족한 곳이다. 미생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해도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퇴적층에 저장된다.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효과가 이처럼 큰 것은 탄소 장기 저장환경을 갖추고 있어서다.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가 육상보다 최대 50배 빠르다 보니 육상 산림보다 면적이 좁은데도 탄소흡수총량은 비슷하다. 

그린카본은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맺은 이후 탄소흡수원으로 널리 인식되었지만 블루카본은 200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될 정도로 과학적 연구와 정책이 초기단계에 머문 상태다. 국제사회는 2013년 ▲바닷속 식물이 자라 군락을 이루는 해초대(seagrass) ▲염분에 강한 갈대와 칠면초 등이 자라는 염생식물 서식지(salt marsh) ▲열대 및 아열대 해변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서식지를 의미하는 맹그로브(mangrove) 등 3종을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인정했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 지침에 따라 지난해 염생식물 서식지로 32㎢를 등록했다. 올해 해초대를 추가 등록할 예정이다.

(표제공=해양수산부)
(표제공=해양수산부)

한국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 규모보다 4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룩하다는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을 국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해양수산분야에서 2030년 106.4만톤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2030 NDC를 2021년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해저퇴적물이 57.7만톤으로 비중이 가장 높고 ▲비식생갯벌 26.3만톤 ▲해초·해조류 14.4만톤 ▲굴패각 4.5만톤 ▲염생식물 3.6만톤 순이다. 오는 2050년에는 136.2만톤을 흡수하고 배출은 187.5만톤 줄이겠다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도 내놓았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5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3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캡처)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5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3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캡처)

해양수산부는 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23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을 위해 해양의 탄소흡수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해양 식생 조성으로 탄소흡수 능력을 키운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우선 염생식물을 꾸준히 심어 현재 32㎢에 그치는 서식면적을 2030년에는 105㎢로, 2050년에는 전체 갯벌 면적(2482㎢)의 27%인 660㎢로 확대한다. 이리 되면 현재 1.1만톤에 그치는 탄소흡수능력이 2030년에는 3.6만톤, 2050년에는 23만톤으로 커진다. 

해초와 해조류 식재를 통해 현재 291㎢의 바다숲을 2030년에는 540㎢로 넓힌다. 이를 통해 9.8만톤의 탄소 흡수능력을 7년뒤 18만톤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같은 수치는 당초 NDC 목표(14.4만톤)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블루카본 추진전략과 과제. (표제공=해양수산부)
블루카본 추진전략과 과제. (표제공=해양수산부)

해양식물이 없는 갯벌을 뜻하는 비식생갯벌도 탄소저감 능력을 갖고 있다. 표면에 살고 있는 미세조류 등 미세한 동물이 탄소를 흡수하고 퇴적물 내에 탄소가 쌓이기 때문이다. 2482㎢에 달하는 한국의 갯벌은 연간 49만톤의 탄소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자동차 20만대가 배출하는 분량이다.

이같은 점에 주목해 폐염전, 폐양식장과 방치된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하기로 한 결정도 주목된다. 해수가 들어오고 나가도록 하면서 탄소흡수기능을 회복시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체 갯벌의 절반 이상인 1318㎢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치를 유지한다.

월파 등 연안재해가 자주 발생하거나 해안이 무너지는 지역에는 염생식물이나 해조류 서식지를 조성하고 방파제와 제방 등 인공구조물도 습지, 산호초, 인공사구 등 자연 상태로 되돌린다. 블루카본을 이용해 기후재해에 대응하는 '숨쉬는 해안' 모델을 개발, 전국 연안에 적용한다면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인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은 효과가 예상된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해조류 양식기술을 지닌 어업인과 생태계 유지 및 증진을 위한 사전 계약을 맺고 어업인이 조성한 바다숲 면적과 기능 등을 고려해 계악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한국이 해조류 생산량 3위 국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차원의 탄소흡수 능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환(왼쪽 세 번째)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재근(네 번째) KB국민은행장이 5월 24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캡처)
조승환(왼쪽 세 번째)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재근(네 번째) KB국민은행장이 5월 24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캡처)

대기업이 중점 추진 중인 지속가능경영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 기아는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와 '블루카본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유휴 갯벌에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하고 복원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KB 바다숲 프로젝트' 실시를 위해 해수부와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와 효성도 지난 5월 해수부와 바다숲 블루카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바 있다. 해수부는 향후 분야별로 신규 협력사업을 발굴, '블루카본 ESG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방침이다.

(표제공=해양수산부)
(표제공=해양수산부)

발등의 불은 신규 블루카본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비식생갯벌과 해조류를 2026년까지 IPCC 지침 내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한 국가 중에서 71개국은 해양생태계를 활용한 감축원으로 블루카본을 포함시켰지만 한국은 준비 부족 등으로 내년 중 IPCC에 국가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에 널리 분포된 비식생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으려면 IPCC 지침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IPCC에서 인증하면 정부는 복원된 갯벌 등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즉각 등재하고 2030 NDC 실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국제사회에서 공인을 받으려면  과학적 연구 근거를 축적하는 것이 요구된다. 해수부는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를 마련하고 해역별로 연구거점 인프라를 조성할 방침이다. 서해권(충청·전북)은 비식생갯벌과 염생식물 서식지, 동해권(경상도)은 잘피·해조류·굴패각, 남해권(전남제주)은 염생식물 서식지와 잘피·해조류·산호류 등에 대한 특화연구를 실시한다. 국제 세미나와 회의 개최 등을 통해 블루카본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탄소중립 대전환을 달성하고 기후위기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국가적으로 추진할 만한 비전이 아닐 수 없다. 블루카본 추진전략에 따른 세부실행계획을 마련, 블루카본 선제적 보호와 복원에 힘쓰면서 신규 블루카본의 국제 인증을 달성하는 것은 국가이익에 직결되는 현안이다. 미국과 호주는 미역과 다시마처럼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 서식지를, 영국과 중국은 대륙붕 해저에 분포하는 해저퇴적물을 신규 블루카본으로 집어넣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비식생갯벌이 포함되도록 주요 국가와의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블루카본의 분포와 탄소흡수량에 대한 데이터를 고도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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