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7.07 06: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이호근 대덕대 교수 "中 LFP배터리 대응할 '나트륨배터리' 주목해야"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K-배터리로 대표되는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K-배터리가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 구조적으로 광물 의존도가 높고,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한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은 중국에 비해 기초체력이 크게 열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K-배터리 산업에 큰 분기점을 만들었다. IRA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란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그간의 전개를 볼 때 인플레이션과는 큰 상관은 없어 보인다. 중국의 경제적 패권 야욕을 꺾으려는 최종 목표 아래, 중국을 배제하는 규제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 공급망 확대에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이 미국 포드와 손잡고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하는 등, 중국 업체들은 IRA를 우회하며 미국에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발판 삼아 도약하려는 국내 배터리 업체로서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뉴스웍스는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를 만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 해법을 물었다. 이호근 교수는 1993년 대지특수금속㈜ 이사, 2000년 ILS System㈜ 대표이사 생활을 하다가 2002년부터 대덕대학교에서 부교수직을 맡고 있다.

-미국의 IRA 정책 방향, 본래 기조대로 가고 있는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포드와 CATL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국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 시장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IRA가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진출을 활성화시키는 측면이 생긴 것이다. 

광물 보유량을 기준으로, 미국은 IRA 발표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를 신차 시장의 68%, 즉 3대 중 2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100% 배제할 경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결국 자원과 시장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IRA가 과연 국내 기업에 도움 된다고 볼 수 있는가. 

"향후 몇 년 정도는 IRA가 국내 배터리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원 소재 등 광산 확보 비중에 있어서 중국이 워낙 압도적이다. 본래 IRA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관건이다. 미국이 최근 'IRA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2~3년 이내 CATL과 포드의 합작사와 같은 행태의 IRA 우회 전략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과의 본격적인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맞다. 현재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1차 광물인 리튬·니켈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다. 당분간은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산 광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곧 '우려국가(FEOC)'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발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러시아·이란 등 국가의 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부품은 2024년,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 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는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 같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소재와 부품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공장을 현지화하는 등, 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K-배터리가 시장 승기를 잡기 위해 주력해야 할 부분은.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즉 '가성비'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매장량이 리튬에 비해 400~1000배 이상이고, 월 폭주 위험이 없으며, 저온에서 안정적이다. 그래서 중국의 LFP 저가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은 나트륨 배터리 연구개발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

먼 이야기지만, 전기차 이후 펼쳐질 수소경제분야에도 집중해야 한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기존 자동차 기업의 핵심 역량 확보를 넘어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솔루션 등 새로운 분야에서 과감하게 모빌리티 한계를 넓혀가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지원이 효과적인가.

"경쟁력은 통상 4가지 요인으로 평가한다. 자원, 시장, 기술력 그리고 제도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이고, 시장도 작지만, 기술력은 매우 뛰어나다. 결국 남은 경쟁력은 제도인데, 불행하게도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규제가 많다. 

스타트업들이 투자 규모가 크고 규제가 적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조건으로 각종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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