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7 16:42

이동주 "김성원·이철규 의원 나서면 통과될 것"…이철규 "민주당서 반대하지 않으면 의결"

7일 열린 토론회에 최형두(왼쪽부터)의원, 이인선 의원, 이철규 의원, 김성원 의원, 김선복 회장, 김주영 의원, 홍정민 의원, 이동주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7일 열린 토론회에 최형두(왼쪽부터)의원, 이인선 의원, 이철규 의원, 김성원 의원, 김선복 회장, 김주영 의원, 홍정민 의원, 이동주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전기는 사람이 가장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로 손꼽힌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는 평가도 많다. 호롱불을  쓰다가 백열전구를 접하면서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 전기를 쓰기 이전과 이후로 문명을 구분할 수도 있다. 현재 산업과 소비 구조에서 전력 공급이 부족할 경우 초래될 경제적·사회적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2022년 한국의 발전총량은 60만GWh로 2010년보다 21% 이상 늘어났다. 1인당 소비 전력량도 1만330kWh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탈탄소화를 위한 인류의 대장정이 시작된 만큼 ▲신재생 에너지자원으로의 전환 ▲스마트 그리드 구축 ▲에너지 절약기술 효율성 제고 ▲보다 멀리 가는 안전한 전기차 개발 ▲히트 펌프 발전 등에 있어 국내 전기산업과 관련 산업의 동반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K-전기강국'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요 발전소는 서해안과 동해안에 집중돼 있다.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과의 거리가 멀다. 고압 송전선로가 있어야만 한다. 전자파와 철탑에 대한 거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송·변전 건설공사는 평균 2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신규 송전망 건설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충남 북당진에서 신탕정까지 345kV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은 대표적으로 장기간 지연된 프로젝트다. 태안화력발전소(1~8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수도권과 인근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2003년 처음 추진됐다. 2012년 6월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11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역주민들은 당진시와 아산시를 잇는 35㎞ 구간에 걸쳐 철탑 72기를 세운다는 것이 알려지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전력은 2011년에야 설비계획을 수립하고 경과지 선정에 착수했다.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당진시는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한전이 신청한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반려하면서 시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송전선로 구간 지중화를 요구했다. 한전은 투자비를 감안, 송전선로는 가공선로 건설이 원칙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등 일부 구간에 한해 지중화하고 있다며 거절했다. 한전은 당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당진시에 건축허가 반려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송악읍에 대한 특별지원 합의서가 체결되고 6.3㎞ 구간에 대한 지중화 결정이 내려지면서 준공목표 시기는 연기됐다. 2019년 6월 전원개발 실시계획을 변경, 2023년 12월 완공하기로 했지만 또 다시 2024년 12월 준공으로 또 늦어졌다.

LS전선 직원들이 지하에 설치된 송전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 직원들이 지하에 설치된 송전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송전망 확충 지연은 우리 경제의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와 지난 7월 내놓은 첨단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가 예정대로 가동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전력의 투자 역량을 확충하고 전력을 쓰는 지자체와 공급하는 지자체 간에 상호협력모델을 구축하며 관련 규제와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총체적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전기의 생산, 공급, 이용 및 관리 등에 대한 산업과 그밖에 설계, 제조, 공사, 감리, 안전관리, 진단 등과 관련된 산업을 의미하는 전기산업이 혁신기반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세워질 필요성도 크다. 기술 발달과 기후변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민간발전사업자가 늘어나고 전기와 ICT 기술의 융·복합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전기분야의 비약적 발전이 예상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 12명 주최로 7일 켄싱턴호텔 여의도 그랜드스테이션에서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정치권이 전기산업의 기반 조성이나 육성을 위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안은 2020년 10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022년 12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발전, 송전, 배전, 전기판매, 구역전기 사업 등 전기사업의 허가 ▲전력수급 안정과 전력산업의 경쟁촉진 등에 관한 전력수급기본계획 ▲한국전력거래소 신설 ▲전력시장과 전기위원회 등 전력공급과 수요에 방점을 둔 법률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불구, 송전망 사업이 마냥 지연되는 사태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전기안전법은 전기안전기본계획과 전기설비의 안전관리 방점을 두고 있고 전기공사업법과 전력기술관리법은 각각 전기공사, 전력기술관리와 같은 전문분야를 관장한다. 정부가 전기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오늘 논의된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어러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오늘 논의된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어러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전기산업은 건설 등 타 분야와 달리 모법이라고 할 기본법의 부재로 사업단체 또는 분야별로 개별법에 의존하기 때문에 산업확장성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국가 핵심 인프라로서 전기산업이 국민 삶과 매우 밀접히 맞닿아 있는 만큼 전기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관리, 교육, 정보통신, 과학기술, 소방, 건설, 수산어촌, 농업농촌 등 국가 핵심 인프라는 오래전부터 개별 유관 기본법을 근간으로 관련 산업 육성이 이뤄지고 있다. 

김성원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전기산업 발전을 견인한 법률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성원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전기산업 발전을 견인한 법률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전력공급 및 설비·유지 보수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성장했던 전기산업이 이제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전기산업 개념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전기산업의 혁신과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홍정민 민주당 의원이 7일 토론회에서 전기산업의 혁신과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현행 전기 관련 법은 전력수급 계획, 전기 안전관리, 전기공사 및 기술관리 등 개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전기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정책을 유도해낼 근거법이 부재한 실정"이라며 "우리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전기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진흥하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산업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팔수재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기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실정이다.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이 7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이 7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건설, 정보통신, 소방, 과학기술 등 전기 관련 산업 모두에서 기본법 체계가 갖춰져 있는 반면 전기산업은 기본법이 부재한 현실"이라며 "전기산업발전기본법 19개 조항 하나하나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이 되어 전기산업을 지탱하고 새로운 양분을 전달하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전기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6개 전기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전기관련단체협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전기산업계 염원이 담긴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향으로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법률안을 발의할 정도로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의 당위성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동주 의원이 7일 "전기가 갖는 중요성이 거대해짐에도 불구하고 전기 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령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동주 의원이 7일 "전기가 갖는 중요성이 거대해짐에도 불구하고 전기 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령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의 산업이 기본법 위에서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집권여당의 산자위 소위 간사인 김성원 의원과 사무총장인 이철규 의원이 나서주면 법안은 당연히 통과되지 않겠나.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철규 의원은 "민주당에서 반대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면 법안이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응수하자 좌중에서 폭소가 나오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세계는 소위 최종에너지의 전기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0% 수준에서 2050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에선 50%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비례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대 교수도 토론자로 나와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존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전기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기산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능형전력망 (그림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능형전력망 (그림제공=산업통상자원부)

현재 모법 역할을 하는 전기사업법은 1961년 제정된 이래 총 71차례나 개정됐다. 전기사업에 대한 기본제도 확립과 건전한 발전, 전기사용자의 이익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전기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자칫 전기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곤란하다. 전기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다른 산업과의 기술융합 촉진을 통해 수출 증대에 이바지하고 국부 창출에 앞장서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최종 심의과정에서 관련 조문이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공포 후 1년 지난 시점에서 시행되는 이 법에 따라 정부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5년 단위로 전기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 추진한다면 실질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 방안이 실행될 수 있다. 정부는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을 계기로 전기산업 관련 기술개발과 투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기존 규제 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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