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14 18:30

최근 4년간 1000여명 학생·학부모로부터 폭행 당해

김병욱(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병욱(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다년간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 속해 있었지만 실제로 교권보호위가 열린 건 딱 한 번이었다. 피해 선생님 당사자의 의지만으로 열리기 쉽지 않은 분위기도 있고 열린다해도 선생님으로서 제자를 상대로 열어야한다는 상황 자체로 이미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아예 참석하지 않는 학부모, 개최에서 처분까지 모든 절차상의 문제점을 꼬투리 잡아 소송을 거는 학부모도 있다. 받은 처분을 이행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장희진 산들중학교 학부모)

"교육부가 오늘 공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에는 대략 15개 대책이 들어있다. 예방 대책이 12개로 다양하지만 지원과 보상은 각각 1개, 2개에 그치며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 '원스톱 아동학대 현장 대응팀'을 설치, 소송 전반을 지원하고 교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청에 법무팀 신설도 필요하다. 아동학대로 기소 당한 교원에게 무혐의 판결이 내려지면 신체적·정신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민제 부산 신진초 교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2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2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4일 오후 2시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제기된 토론 내용이다. 행사를 주최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교권의 침해는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선량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 하나라도 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의 열정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교권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폭언·폭행이 남발하는 비정상의 학교현장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며 "아이들의 인권과 권리는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자유와 권리는 방종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하며 잘못된 길을 가는 학생이 있다면 제지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국가사회와 기성세대의 책임이고 교육의 역할"이라고 단언했다.

선생님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이 사리진 교실에서 인성과  가치 규범, 질서를 배울 수 없다. 교사들이 적극적인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교권을 강화하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웠다고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할 수 있고 학생으로부터 모멸적인 조롱을 받아도 마땅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가 고발된 사례만 1252건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이 무혐의 처분을 받지만 신고 즉시 즉위해제를 당했던 교사가 그간 당했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전무하다. 검찰로부터 기소될 가능성이 보이면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구해야 하는 등 모든 준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런 수모와 굴욕을 당하고도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대부분 교단에 다시 선다. 

전제상 공주교육대 교육학과 교수가 14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교권의 현 주소'에 대해 주제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전제상 공주교육대 교육학과 교수가 14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교권의 현 주소'에 대해 주제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여기에는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절차상 미흡 책임이 크다는 것이 이날 '대한민국 교권의 현 주소'에 대해 발표한 전제상 공주교육대 교육학과 교수의 결론이다. 아동복지법은 제3조 7항에서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어 17조 5항에선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의 정의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교하게 다듬는 내용으로 개정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 신설도 급선무라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10조에서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시도, 시군구,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학교의 장이나 그 종사자 등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즉시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상 조사 및 소명 기회조차  없이 교육청와 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라며 "의심 신고만으로도 실질적 처벌이 가능하다보니 신고 남발로 이어진다.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태규(완쪽부터)국민의힘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이태규(완쪽부터)국민의힘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이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이태규 의원은 이미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복지법 17조 1~6항에 의한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기한 바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거나 아동학대 금지 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교원의 수업 등 정당한 교육활동, 법령이나 고시에 따른 학생생활지도, 학교폭력 방지 활동 등을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것은 물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으로도 처벌하지 않도록 개정안을 병합심의, 서둘러 의결할 필요성이 크다. 아울러 교육기본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학부모는 아동학대와 관련된 교사와의 분쟁을 상호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신설, 상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비극을 예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날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겠다는 시안을 내놓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적극 돕기로 했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수사기관이 조사나 수사에 나서기 전에 교육청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며 경찰청 수사 지침에 교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하도록 하기로 했다.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피해 교원 보호 강화 차원에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은 즉시 분리하고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과 학생 보호자에게 특별교육과 심리치료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학교의 부담을 줄이면서 운영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교육활동 침해 조치 사항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중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 요건에 ▲피해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 신고 접수를 받은 경우도 추가할 방침이다. 교사가 교권보호위라는 방패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능도 강화한다는 뜻이다.

김민제 교사는 14일 학부모와 교원의 직접적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스마트 AI를 통한 민원창구 단일화 설계도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그림=김민제 교사 토론문 캡처)
김민제 교사는 14일 학부모와 교원의 직접적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스마트 AI를 통한 민원창구 단일화 설계도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그림=김민제 교사 토론문 캡처)

다만 교육부의 이같은 대책은 보강되어야 한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관(대한교육법학회장)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보호자상담 요청권, 보호자의 상담예악제 등과 함께 보호자의 교육활동에 대한 협조 의무 등을 규정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학생이 지켜야할 의무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휴대폰 사용에 대한 보다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이 스승의 날을 기념, 4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교총이 같은 문항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2006년만해도 만족도는 67.8%에 달했다.

교직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를 1순위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유지(25.5%)'를 2순위로 지적했다. 교직에 대한 인기가 시들어지면서 교대 합격선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우수 인재의 교직 기피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원본부장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언·폭행하는 학생을 제지할 수 없다는데 98.7%가 동의했고 교원은 감정근로자라는 점에 99.0%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자료=김동석 한국교총 교원본부장 토론문 캡처)
(자료=김동석 한국교총 교원본부장 토론문 캡처)

싸움을 말렸다고, 급식을 많이 먹으라고 지도해도 아동학대자로 내몰린다면 어떤 교사가 생활지도에 나서겠는가. 정상적인 수업 진행을 방해해도 교사가 별 대응을 하지 못하다보니 학생들은 교원을 무력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권위가 떨어진 교사는 매사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되돌아간다.

교육부 시안 중에서 학교장 직속으로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5명 내외로 '학교민원대응팀'을 구성, 운영하는 방안은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교총은 이날 악성민원 처리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다시 학교로 떠넘기는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강력 요구했다. 교육부의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최근 4년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교사는 무려 1000여명에 이른다. 무너진 학교 현장을 방치한다면 교육으로 흥했던 한국이 교육으로 망할 수 있다. 붕괴된 교권을 다시 세우고 바닥에 떨어진 교사의 자긍심을 높여야 할 때다. 

(자료=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 토론문 캡처)
(자료=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 토론문 캡처)

무엇보다 교원의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담임수당은 지난 20년간  단 2만원 올라 13만원이고 보직교사 수당 7만원은 20년간 그대로이다. 최소 20만원까지 올리면서 교원의 사기 진작에 나서야 한다.

현재 초임 교사의 본봉은 215만2400원이다. 직무에 따른 각종 수당은 사실상 생계보조비에 가깝다. 본봉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적용받으면서 수년간 실질임금이 삭감된 상태다. 보직수당, 담임수당, 교직수당을 장기간 동결하면서 교단을 등지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적절한 근무환경부터 조성해 놓고 나서 늘봄교실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하다.

2013년 12만9600원이었던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은 올해 100만원으로 771% 증가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월급을 150만원으로 올리고 적금 개념으로 내일준비자금으로 월 55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병사 200만원 월급을 공약했다.  

이에 반해 교사는 정치적 자유가 없어 정당으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당하고 있어서다. 정치적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교사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주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올바로 서야 국가가 기본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정상화의 주체는 바로 교원이다.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그 첫걸음은 정치권과 정부가 교원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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