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8.17 06:00

상반기 시설투자 25조2593억…90% 이상 '반도체 초격차' 위해 투입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고지혜 기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내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상반기에만 9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간 반도체가 견인해 온 전사 실적 역시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사 매출은 20.15% 감소한 123조7590억원으로 전년(123조7509억원) 대비 20.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3870억원으로 전년(28조2185억원) 대비 95.35% 급감한 수준이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한 수'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다. '위기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힘들 때 벌어진 차이는 호황에도 좁히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불황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올해 계속되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역대급 시설투자를 진행한 배경도 여기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14조5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2분기 기준 가장 많고, 역대로 따져도 세 번째 규모의 대규모 투자다. 지난 분기에도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았다. 

역대급 시설투자는 특히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시설투자에 투입한 25조2593억원 중 92%(23조2473억원)는 반도체에 투입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도체 초격차'를 굳건히 하겠단 의지 표현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와 첨단공정 수요 대응 목적으로 평택 중심 설비 투자를 이어갔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미래 준비를 위해 '실탄' 확보에 총력을 쏟는 모습도 보인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ASML, 비야디, 에스에프에이 등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각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삼성전자는 상반기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으로 21조845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 베트남 법인 등 해외 법인의 이익 잉여금이 배당금 형태로 들어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상반기 배당액(1378억원)과 비교하면 약 158배 늘어난 수준이다. 역대 상반기는 물론, 연간 배당액 기준으로도 가장 많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역시 시설투자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인 투자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황 반등 시점에 맞춰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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