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23 10:42
22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개호(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어기구 의원과 임진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회복지법인분과 위원장, 강기윤, 김종민 의원이 '구조개혁' 손팻말을 들고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22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개호(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어기구 의원과 임진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회복지법인분과 위원장, 강기윤, 김종민 의원이 '구조개혁' 손팻말을 들고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어린이집은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민간 등으로 구분된다. 1년 내내 아기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어촌지역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대도시조차 영유아가 줄어들면서 모든 어린이집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감소로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다. 전체의 51%는 농어촌, 23%는 중소도시에 몰려 있어서다. 

(표=정효정 교수 발제 캡처)
(표=정효정 교수 발제 캡처)

아무리 운영난이 심각하더라도 자진 퇴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운영자가 설립 과정에서 투자했던 자신의 재산을 회수할 수 없어서다. 결국 휴·폐원을 선택한다.

부산이나 광주 등 대도시에 있던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2000년 기준 2010개소에서 2022년 기준 1254개소로 2년 만에 756개소나 줄었다. 사실상 붕괴상태에 직면한 실정이다.

입소할 영유아 수가 손익분기점 수준에 미달하면 민간어린이집 운영자는 매각과 임대보증금 환수 등을 통해 남은 재산을 챙길 수 있다.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반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특수목적 단독법인(1법인 1시설)이라도 민간어린이집으로 바꿀 수 없다. 

국가로부터 건축면적 80평에 해당하는 건축비와 인건비 90%, 시설관리운영비 80%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토지와 초과건축비용 등 사유재산을 법인에 출연, 운영해왔다는 이유에 따라 법인이 해산되면 잔여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평소에는 영유아보육법을 적용받지만 해산 시에는 사회복지사업법 기준을 따라야 한다. 

(표=정효정 교수 발제 캡처)
(표=정효정 교수 발제 캡처)

불과 30여년전만해도 영유아를 맡아 키울 시설이 태부족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으로 보호와 교육을 통합한 보육사업이 확대 실시됐다. 1995년에는 보육시설확충 3개년 계획이 추진됐다. 1997년 보육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사회복지시설 설치와 운영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됐다.

정부는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민간 보육사업자를 유치했다. 인건비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토지 기부채납 형식의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 연이어 설립됐다. 정부의 필요와 권유로 민간이 협조해오다가 출산률 하락과 재정지원 감소로 해산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김기현(앞줄 왼쪽부터)국민의힘 당대표와 성일종 의원, 강기윤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22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김기현(앞줄 왼쪽부터)국민의힘 당대표와 성일종 의원, 강기윤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22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교수)은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2010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80평 규모의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면 국공립 예상치를 기준으로 약 8억원이 들어갔다”며 “이중 국가지원은 1억8000만원에 그쳐 운영자 자신의 부담이 6억200만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산에 책임이 있는 자에게 재이용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업법이 2023년 7월 개정되면서 잔여재산 귀속주체에서 유사목적법인이 빠졌다”며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83%는 법이 이같이 개정되기 전에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기관별 지원에서 아동별 지원으로 바뀌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수준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운영난은 심화됐다.

이같은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무대응으로 인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자료에서 “100여 명씩 다니던 어린이집 원아들이 열 명 또는 다섯 명 이하로 급락하고 입소하는 원아가 한 명도 없는데 문을 닫지 못하고 원장 혼자서 빈 어린이집을 지켜야하는 암울한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진단한 뒤에도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강기윤 의원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1970년부터 현재까지 보육발전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의 어린이집마저 농어촌에 있다 보니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재정지원 조차 받기 어렵다”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서 지난 6월 유보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법인해산이란 뜻밖의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설립 취지에 맞춰 의무를 다했지만 대우는 갈수록 시원치 않았다. 더구나 권리 실현은 막힌 상태다. 국가가 참여를 권장한뒤 뒤늦게 환경이 변화하고 정책목표의 상당수가 달성되자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보통합으로 인해 교육부의 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대책이 마련되어야할 필요성이 크다. 

정 회장은 “사립학교법은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규정을 신설, 비영리법인이 학교법인이 해산할 때 투입자본 회수기회를 부여했다”며 “영유아 수요 급감으로 시설 유지가 불필요하게 된 경우 관할 시장과 도지사가 해산 절차를 판단,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해산시 잔여재산은 법인 귀속을 통해 이사회에서 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후원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회복지법인분과위원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합법적인 퇴로 모색에 주력해왔다. 이날 대회의실에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원장들이 대거 참석, 공동주최자로 나선 여야 의원 10명의 입법 작업을 재촉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절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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