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24 12:46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7일 열린 '공항운영 완전 정상화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7일 열린 '공항운영 완전 정상화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국가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은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1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조7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 7월말까지 여객은 누적 2900만여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71% 수준까지 회복됐다. 연내 흑자 전환도 가능할 전망이다. 4단계 건설사업이 내년 말 끝나면 여객 수용능력이 1억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공항이다.

이에 반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은 사정이 다르다. 14곳 중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흑자를 낸 곳은 김포, 김해, 제주공항 3곳에 그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11곳 중에는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결탁해 설립의 타당성이 낮은데도 국고 지원을 노리고 선거용으로 급조한 곳도 적지 않다. 

양양국제공항은 지난 5월 3일부터 국제선 운항을 멈췄다. 취항사인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와 KTX 강릉·동해 운항 등으로 자동차와 고속철도로 오가기 쉬워지면서 고객이 급감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활주로 길이도 2500m에 그쳐 180석 수준 이내의 비행기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대안으로 제시된 국제노선 활성화가 그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다.

무안국제공항의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은 0.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북에는 군산공항이 있는데도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적자공항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공항을 내팽개칠 수 없는 노릇이다.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공항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된 흐름을 활용하는 것에서 시작할 때다.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공간으로 치부됐던 공항은 이제 다양한 경제 활동과 가치 창출을 위한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홍콩 챕랍콕 공항, 핀란드 헬싱키 공항은 ▲비즈니스 파크 조성 ▲복합단지 개발 ▲신도시 조성 등을 통해 독자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국제공항도 물류, 관광, 항공MRO(정비·수리·분해조립) 등 공항경제허브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른 국내 공항도 주변 지역과 연계해 차별화된 생태계를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적자공항 유지에 들어가는 지자체 세금부터 줄어들 것이다.

김지수(맨왼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직진단분석센터장이 23일 토론회에 참석, 주제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지수(맨왼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직진단분석센터장이 23일 토론회에 참석, 주제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지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직진단분석센터장은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공항경제권 구축과 지방정부의 공항 운영 참여를 위한 토론회’ 에 참석해 “1980년대 거점공항, 1990년대 공항도시를 거쳐 2020년대 들어 공항경제권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항경제권은 공항 네트워크를 주변 지역의 경쟁력과 연계해 연관 산업 생태계로 확장 발전시키는 공항과 도시의 연계 생태계 개발을 의미한다”며 “인천경제와 인천공항 간 경제적 긴밀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의 공항 운영 참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지자체의 공항운영 참여방안' 발제를 통해 “공항의 소유와 운영, 주변지역 개발에 관한 모든 사무를 반드시 국가사무로 둘 필요는 없다”며 “여객청사, 화물청사, 공항접근도로, 주차장, 경비 및 보안 등 일반업무관리지역 업무와 공항주변 개발사업 등은 지자체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항경제권 개발과 육성에 대한 지자체의 참여 확대를 위한 근거 법령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공항공사법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 개정을 통해 '공사-지자체-지역주민' 간 상생협력체계를 법제화하며 지자체의 출자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배준영 의원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배준영 의원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공항은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한다”며 “공항의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려면 공항과 배후지역의 인적 ·사회적·문화적 자원을 융합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웅이(왼쪽 세 번째) 한서대 항공물류학과 교수가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웅이(왼쪽 세 번째) 한서대 항공물류학과 교수가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웅이 한서대 항공물류학과 교수는 ‘공항경제권 구축의  필요성 및 활성화 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법률과 제도는 공항, 배후도시, 주변 산업의 배치, 개발이 각각 별도로 계획·건설되면서 상호 시너지가 약한 한계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항 경제권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항경제권 개발과 육성을 위한 국가, 지자체, 공항운영자의 책임과 역할 설정 ▲공항경제권 사업의 정책적 추진을 위한 국가기본계획 수립 ▲공항경제권 구역 설정과 사업시행자 지정 방안 ▲공항경제권 인가·허가 등의 의제사항 설정, 토지 수요 및 공공 인프라 사용 허가와 관련 사항 ▲공항 경제권 사업 이행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 ▲공항경제권 활성화를 위한 특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교통과 운송 역할에 머물고 있는 국내 공항이 공항경제권 구축으로 경영난 타개를 시도한다는 전략은 유용하다고 여겨진다. 이를 감안, 국토교통부는 2019년 12월 31일 고시한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2020년~2024년)에서 공항의 역할과 기능을 ‘지역과 상생발전하는 지역의 산업·경제·사회·문화 플랫폼’으로 육성·발전시켜야한다고 밝혔음에도 아직까지 세부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항이 지역의 향후 발전방향과 연계, 특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항경제권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공항경제권 구축과 지방정부의 공항 운영 참여를 위한 토론회’ 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배준영 의원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공항경제권 구축과 지방정부의 공항 운영 참여를 위한 토론회’ 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배준영 의원실)

공항에서 출발, 배후단지를 거쳐 복합도시를 만들어 지역경제권을 효율적으로 구축한다면 주변에서 사람이 유입될 수 있다. 기관과 시설마다 따로 수행해욌던 프로젝트부터 통합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집중 검토할 때다.

다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 지자체 예산이 공항경제권 육성에 보조, 출자, 출연 등의 형태로 집행될 경우 철저한 타당성 분석이 미리 실시되어야 한다.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지방의회의 엄격한 심의와 지역 주민들의 날카로운 견제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