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8.29 15:32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닥공(닥치고 공격)’이란 신조어가 잘 어울리는 수장이다. 지난 2008년 35세 이립(而立)의 나이에 회장에 취임한 뒤, 2011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와 2012년 한섬, 2015년 에버다임(현 현대에버다임)을 잇따라 인수하며 닥공투자를 예열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닥공투자의 뜻을 읽지 못하고 그의 경영 스타일이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며 '보수적이 아니냐'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2016년 들어서 정 회장은 닥공투자의 본심을 드러내며 광폭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3000억원에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현대HCN이 딜라이브의 서초권역을 335억원에, 현대홈쇼핑이 한화L&C(현 현대L&C)를 3666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20년에는 한섬을 통한 기능성화장품 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인수를,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의 지분 27.9%를 사들였다.

2021년에는 복지몰 서비스 업계 1위인 이지웰(현 현대이지웰) 지분 28.26%와 경영권을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인수했고, 지난해는 지누스를 품에 안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누스는 일명 ‘아마존 매트리스’로 명성이 자자한 글로벌 온라인 가구업체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은 8947억원의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이렇게 정 회장의 닥공투자는 10여 년 동안 총 2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재무부담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열을 올린 이유가 그룹 체질 변화에 ‘올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누스 인수와 같이 내수를 벗어난 해외 시장의 개척부터 생산과 판매를 아우른 유통채널의 수직계열화 등, 그만의 명확한 기준을 읽을 수 있다.

특히 그룹 ‘콘트롤타워’ 구축을 마무리지은 점도 주목할 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상반기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단일 지주사 체제를 구축해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정 회장과 그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경영’을 공고히 다지는 등 ‘비전 2030’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정 회장은 2021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오는 2030년까지 그룹 매출을 40조원으로 확대하는 비전 2030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올해 상반기 핵심 사업군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점도 고무적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더현대 서울’은 개점 2년 6개월 만에 방문객 1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단일 점포 최단기록이며, 연매출 1조원 돌파 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성공적 운영은 백화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경기침체, 소비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과 대비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2025년 청주 아울렛과 2027년 부산 아울렛 개점 등 총 3364억원이 투입되는 아울렛 사업에서도 정 회장이 더현대서울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네슬레그룹과 협력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본격화부터 중국 ‘유커’ 귀환에 따른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의 실적 개선을 예고한 점도 하반기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5년 재계 순위 40위권이었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21위에 오를 정도로 정 회장 취임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해 왔다”며 “대단위 투자가 이뤄진 지누스가 아직까지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연이은 투자가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와 같이 재무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한다면 하반기 주요 점포 리뉴얼과 명품 신규 입점, 중국인 관광객 입국, 공항점 신규 영업장 오픈 등의 긍정적 이슈와 맞물려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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