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30 10:15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 변화하면 살고 안주하면 죽는다)’의 각오로 주류 시장 평정에 나선다. 맥주 신제품 ‘켈리(Kelly)’를 통해 10여 년간 찾지 못했던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고, 숙원이었던 ‘소주 세계화’에 성공해 오는 2024년 100년 기업의 영광을 맞이하겠다는 포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김 대표 취임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김 대표는 지난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정통 ‘하이트맨’으로 2010년 7060억원의 매출 규모를 지난해 2조498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시켰다.
특히 김 대표는 올해 3월 켈리 출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맥주시장에서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맥주와 소주 모두 국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속내를 밝히는 등 100년 기업에 걸맞은 ‘톱티어’ 반열에 오르겠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의 이러한 자신감은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24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06억원으로 58.0%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지만, 이는 켈리 출시로 인한 초기 마케팅 비용의 대단위 집행이 주된 요인이다.
발 빠른 투자 단행으로 힘을 비축해 더 멀리 뛰겠다는 복안이다. 고무적인 점은 최근 진행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3명 중 2명이 ‘켈리를 안다’라고 답해 상반기 마케팅 투자가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켈리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전체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 비중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99일째 누적 1억병 판매를 돌파해 2019년 출시된 ‘테라’보다 초기 판매량이 더 빠르다. 이러한 판매 추이라면 하반기 2억병 판매고가 거뜬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출시한 테라와 함께 판매 시너지를 내는 ‘듀얼 브랜딩’ 전략도 판매 효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에서는 김 대표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 ‘카스’에게 빼앗긴 국내 맥주시장 1위 자리를 연내 찾아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을 기점으로 12년 동안 맥주시장 1위 탈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하반기 다수 경쟁제품의 등장의 견제는 김 대표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롯데칠성음료는 하반기 클라우드 리뉴얼 또는 신제품 출시에 나서며 진열을 재정비한다. 과거 ‘노재팬’으로 일컬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사실상 종식되면서 일본맥주 수입량이 부쩍 늘고 있다.
소주 시장의 새로운 흐름도 하이트진로의 주목할만한 변화다.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71억원을 기록해 소주 세계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수출 국가 중 영국에서는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4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지인 판매 비율도 77%를 기록해 현지 교민 판매에 치우쳤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났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 소주는 제품군 확장과 함께 판매 규모 증대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과일소주 수출액은 국내 판매액 83억원의 약 5배인 41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출 실적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사상 최대 소주 수출액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소주 수출액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169억원을 달성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수출액을 토대로 올해 소주 수출액은 1300억원대가 예상된다.
국내 소주 시장에서는 ‘제로 열풍’을 일으킨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의 급부상이 주된 과제다. 기존 시장 점유율인 60% 후반대를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뉴트로 콘셉트로 출시한 ‘진로’에 이어 지난 1월 ‘제로슈거 진로’를 선보이며 제로 슈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역시 맥주 시장과 마찬가지로 듀얼 브랜딩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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