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18 15:45

'VC 투자' 스마트공장 우수 기술 기업 20곳 '고도화공장' 구축 참여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F+AW) 2023' LS일렉트릭 전시 부스 조감도. (사진제공=LS일렉트릭)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F+AW) 2023' LS일렉트릭 전시 부스 조감도. (사진제공=LS일렉트릭)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우리나라는 수입원자재로 완제품이나 중간재를 생산, 각국으로 팔아 살아가는 제조업 강국이다. 한국처럼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전자 등 핵심 산업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갖춘 나라는 소수에 그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현재 한국은 국내총생산 중 제조업 비중이 24.8%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중국에 못지않은 공장국가인 셈이다. 

제조업의 근간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분야다. 이런 뿌리산업의 대부분은 근로자 고령화와 규모의 영세성으로 가동난에 처한지 오래다. 중소제조업의 상당수도 인력 부족과 낮은 생산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디지털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중소영세업체들은 이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태부족하다. 국가가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부터 생산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해온 이유다.

문제는 보여주기 행정과 선착순 예산 집행 속에 미처 준비되지 않은 기업이 참여하면서 예산만 공연히 낭비한 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스마트공장 활용률이 ‘보통 이하’인 기업의 비율이 2020년 33.5%에서 2021년 24.2%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 단적으로 입증한다. 제조 소프트웨어 위주로 지원되고 정작 현장 수요가 많은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 지원도 부족했다. 뿌리산업진흥센터에 의하면 2022년 현재 뿌리기업의 77%는 공정 자동화율이 50% 이하에 머문 상태다.  

(그래프제공=기재부)
(그래프제공=기재부)

문재인 정부가 스마트공장을 국정과제로 변경하면서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보급 목표가 당초 2만개에서 3만개로 50% 늘어났다. 이로 인해 부작용은 심화됐다. 스마트공장 예산은 2016년 519억원에서 2018년 1351억원, 2020년 4568억원으로 눈덩어리처럼 늘어났다. 2022년에도 3466억원이 편성됐다.

관련 예산이 이처럼 급증하자 스마트공장 SW기술을 공급하는 기업도 앞다퉈 생겼다. 공급기업은 2016년 299개에서 2022년에는 1969개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중 매출이 50억원 이하가 1597개로 전체의 81.1%를 차지했다. 생산현장에서 작업일정이나 작업 지시, 품질관리, 작업실적집계 등을 지원하는 생산관리시스템을 말하는 MES 등 기존 솔루션을 단순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선착순 지원방식 운영에 따라 예산을 타내기 위한 부실구축 등 숱한 부정행위도 초래됐다. 디지털 트윈에 따른 가상제조 등 꼭 필요한 기술혁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추경호(왼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추경호(왼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이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 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신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정부는 그간 스마트공장 보급정책이 ▲밀어내기식 단기간 뿌려주기로 정책성과 미흡 ▲한국 인공지능 제조 플랫폼(KAMP)을 구축했음에도 실제 제조데이터 축적 미흡으로 기업활용 저조 ▲정부 주도의 개별기업 지원으로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미흡 ▲제조 SW기업 난립과 부정경쟁 발생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림제공=기재부)
(그림제공=기재부)

이에 따라 정부는 2027년까지 디지털 제조혁신 고도화 기업을 5000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민간과 지역 주도로 2만개 중소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을 유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민간 전문가가 최고경영자의 추진의지, 전담조직 및 인력,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비중,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평가해 DX 역량을 구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DX 멘토단’ 500명을 구성·운영하고, 중소기업과 DX멘토단을 일대일 매칭해 DX 역량평가·컨설팅, 선정·구축, 사후관리 등 전주기 밀착 지원에 나선다. 정부 주도의 획일적 지원에서 벗어나 기업의 수준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 제공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우수 기업의 경우 자율형공장, 디지털협업공장, 가상제조기술개발을 도와 선도모델로 육성한다. 

이중 내년에 인공지능과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실시간 관제와 공정 최적화, 품질 보증, 에너지 절감 등을 이룩하고 작업자 개입도 최소화하는 ‘자율형공장 사업’을 신규 도입한다는 방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기술공급기업 협업체 등 전문기관이 정밀진단과 설계부터 자율형공장 구축과 후속지원에 나서게 된다. 반도체, 미래자동차, 2차 전지, 글로벌 강소기업, 소부장 기업 등에서 성장성이 높은 20개 기업이 혜택을 받게 된다.

(그림제공=기재부)
(그림제공=기재부)

제품 기획과 생산, 유통·판매, 물류 등 가치사슬 내 5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제조이력 통합관리, 공동수발주시스템 등 공급망 협업 플랫폼을 통해 공정혁신에 나서는 ‘디지털협업공장’도 내년 6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정부는 지자체에 협업공장 추천권을 부여하고 대기업도 협업 플랫폼 설계와 표준화, 기술이전 등에 참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디지털협업공장이 제대로 가동되면 병목 공정이 개선되고 제조원가가 떨어지며 최적의 품질관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통 기업의 경우 디지털화된 제조데이터를 수집, 관리하는 기초단계 자동형 공장을 데이터 실시간 분석과 제어가 가능한 고도화 단계 지능형 공장으로의 업그레이드를 돕는다. 내년에 1050개 기업을 육성한다. 지역에서 우수 기업을 추천받아 서면평가를 거쳐 1.5배수로 줄인뒤 추진전략 수립을 지원한뒤 대면평가에서 1배수를 선정하는 2단계 경쟁방식을 도입한다.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로 여겨진다.

자동화 장비 구축이전과 이후 모습 (사진제공=기재부)
자동화 장비 구축이전과 이후 모습 (사진제공=기재부)

취약기업에게는 정책금융과 정부보조를 통해 로봇 및 자동화장비를 지원한다. 지능형공장 구축의 기반이 되고 생산환경 개선과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자금 출처별로 정부 보조로 7000개사, 지자체와 민간 지원으로 1만3000개 등  총 2만개를 2027년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KAMP의 기능과 역할을 '중소제조업 AI-Navigator'로 전면개편한다는 조치가 기대된다. 자율형공장의 AI 적용 제조데이터를 KAMP에 모은뒤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제조 AI 데이터셋을 구축한다는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내년 100개를 시작으로 2027년에는 500개로 늘릴 방침이다. 특정 업종과 분석 목적별로 수집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 가이드북의 집합체인 데이터셋은 불량률 최소화와 작업시간 단축, 고장 예측, 사전 정비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LS일렉트릭 청주스마트공장에서 무인운반차(AGC)가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LS일렉트릭)
LS일렉트릭 청주스마트공장에서 무인운반차(AGC)가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LS일렉트릭)

스마트공장 우수 기술 기업이 시장에선 널리 선택받도록 지원실적과 만족도, 매출액, 기술 분야등 주요 정보를 ‘제조혁신(DX) 포털’에 공개한다는 방침은 시의적절하다. 정책의 효과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 정부는 기존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을 수요기업의 각종 요구 사항을 입력하면 최적의 기술 공급기업과 전문가를 검색할 수 있도록  제조혁신 포털로 구축할 방침이다. 

벤처캐피털(VC)이 최근 3년 간 5억원 이상 투자하는 등 검증된 기술을 지닌 기업 20곳에 내년에 고도화 공장 구축사업 참여기회를 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람직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세청과 회계법인 협업을 통해 사업비 집행점검을 강화하고 부정행위 가담 기업에 대해선 사업 참여제한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며 사업비는 전액 환수한다. 두 번째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재발기업에게는 정부 제조 DX 사업 참여기회를 영구 박탈한다. 이를 위해 내년 스마트제조혁신법을 개정,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부정행위를 근절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정화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초일류 제조강국으로의 도약이란 비전에 다가설 수 있다. 양적인 목표 달성에 급급할 경우 과거 정책의 오류가 재발될 우려가 없지 않다. 과정과 절차에서부터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민간과 지역이 서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MIDAS 2027 전략'을 성공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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