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19 12:16
경북교육청은 9월부터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질문이 넘치는 교실’을 새롭게 운영한다. (사진제공=경북교육청)
경북교육청은 9월부터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질문이 넘치는 교실’을 새롭게 운영한다. (사진제공=경북교육청)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수업에 그리 관심이 없는 어린이의 관심을 끌려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기술의 새로움에 놀라서 집중하고 학습 동기를 얻게 된다. 이를 교육전문가들은 신기 효과(novelty effects)라고 일컫는다. 

평소 산만한 아이들을 책상에 앉히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에듀테크(EdTech)가 이 과정에 개입하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자기효능감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 교육 서비스가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해 기존 오프라인 교육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민정 피아니스트가 '피아니아 콘서바토리'(피아니스트를 위한 인생학교)속에서 줌(ZOOM)을 통해 레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민정 교수)
김민정 피아니스트가 '피아니아 콘서바토리'(피아니스트를 위한 인생학교)속에서 줌(ZOOM)을 통해 레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민정 교수)

에듀테크로 학생 수준에 따른 개인 맞춤 학습이 실현되고 이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까지 정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2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원격수업도구로 줌, 구글, 유튜브 등을, 콘텐츠 제작을 위해 미리캔버스, MS 오피스, 파워포인트 등을, 협업 도구로 띵커벨, 패들렛, 구글docs 등을, 과제 제시 및 평가 피드백을 위해 클래스카드, 구글클래스홈, 패들렛 등을 활용 중이다. 교과수업은 물론 학습관리 및 진로상담, 교무행정, 학부모 상담관리 등에서 에듀테크를 쓰고 있지만 여러 점에서 숱한 애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림제공=교육부)
(그림제공=교육부)

 그간 에듀테크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개인맞춤 학습을 실현하는 도구로 발전해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수업은 교사가 칠판에 해당 과목의 주요 요점을 분필로 쓴 뒤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990년대 들어 데스크탑 PC를 통해 EBS 학습자료나 교육용 CD를 수업에 일부 활용했다. 20000년대에는 기존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긴 인터넷 강의가 널리 보급되면서 유명 학원강사의 수입이 급증했다. 2010년대 들어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로 각종 콘텐츠를 접하면서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동학습시대가 열렸다. 2020년대에는 인공지능 튜터나 생성형 인공지능, 확장현실 콘텐츠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에듀테크는 개별화 교육이나 학습 격차 해소, 교원 업무 경감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교육시장 분석업체 Holon IQ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세계 에듀테크 시장은 2950억달러(약 390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게임(2497억달러) 시장을 능가한다. 음악(586억달러), 영화(358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국내 에듀테크 시장(7조8000억원)의 50배에 달한다.

공교육의 틀속에서 디지털 기술 적용범위를 넓히고 고도화함으로써 국내 에듀테크 산업의 퀀텀점프를 유도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교육이 성과를 거두고 사교육비 경감도 유도,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평판 효과'로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듀테크를 통한 교육혁신 (표제공=교육부)
에듀테크를 통한 교육혁신 (표제공=교육부)

교육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1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에듀테크 진흥방안’을 보고한 것은 현재 사교육이 이끌고 있는 교육산업을 공교육과 결합된 에듀테크 산업으로 전환시켜 학원 수강료 부담을 줄이고 교육혁신도 도모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모든 교사들이 에듀테크를 잘 이해하고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선도 교원 양성을 늘리고 수준별 연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학교급, 과목, 활용방식, 수업 형태 등을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한 에듀테크 수업모델을 개발하고 에듀테크 활용 가이드라인을 9월 중 학교에 보급한다는 조치도 기대된다.

교사들이 다양한 에듀테크를 무료로 체험하고 평가정보도 공유할 수 있도록 내년에 에듀테크 정보플랫폼을 구축하고 에듀테크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 내년부터 구매비를 학교운영비에 포함시킨다는 결정도 눈에 띈다.

(그림제공=교육부)
(그림제공=교육부)

2025년 3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계기로 공교육에서 CPNDS(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 분야별 특화 기업이 늘어나고 에듀테크가 진화하고 확장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6월 현재 초중고 학생의 58%에게 디바이스가 보급된 상태다. 1인당 1기기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기기나 통신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술전문가를 쓰는 서비스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과 함께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보유한 5개국 중 하나다.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기술과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정작 공교육 분야 활용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학습자 대상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국내 에듀테크산업이 거대한 공교육시장과 성공적으로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 틀림없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붐을 이용, 'K-에듀테크' 해외 진출 전략부터 면밀히 수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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