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10.05 09:00

"국내외 경제, 저성장·고금리·고물가 '뉴노멀' 시대 직면"
가계 초과저축 감소…변액보험 줄고 연금 관심 뚜렷
보험사 신계약 경쟁 심화, 특정 상품 불균형 성장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내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계 초회보험료 규모가 올해보다 20% 넘게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제한적 경기회복세와 고물가·고금리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내년 보험산업 초회보험료가 올해보다 22%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납입한 보험료를 뜻한다.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유계약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조 실장은 "생명보험 개인보험 초회보험료 성장률은 퇴직연금과 일반단체보험을 제외한 개인보험 기준 -24.8%로 예상되는 반면, 장기손해보험 초회보험료는 올해와 동일한 3.3%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보험산업 초회보험료 전체 규모는 9조9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산업 초회보험료 전체 규모는 지난해 27조원을 찍은 뒤 올해 12조7000억원으로 주저앉으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증가율은 2022년 104.9%에서 올해 -53%로 급하강했다.

이와 관련해 조 실장은 "제한적 경기회복세와 고물가·고금리 현상으로 내년에 가계의 초과저축이 줄고 주가지수가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보험산업 초회보험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초과저축은 금융자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통상 소비나 부채상환 등이 증가할 경우 감소한다"며 "특히 주가지수 정체로 변액보험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보장성보험 쏠림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 설명했다.

조 실장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운데 보장성보험의 성장률은 종신보험 판매 감소로 -16.8%로 전망된다. 

일반 저축성보험은 내년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금보험 수요가 현재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변액 저축성보험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손해보험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조 실장은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의 시행으로 보험사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확보를 위한 영업경쟁은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IFRS17 특성상 미래 기대이익의 현재가치가 계약체결 시점에 CSM 형태로 측정된다. 그런데 IFRS17 하에서 신계약비 손익은 이전 보험회계 제도 때와는 달리 전체 보험기간 중 계약 초기에 높은 비중으로 몰려 인식되서다.

무엇보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익의 규모가 줄어드는 미래 시점에 신계약 규모를 다시 늘릴 필요성이 있다. 신계약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보험사 입장에서 손실부담계약 전환 가능성이 증가해 향후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영현 실장은 "대다수 보험사 CEO들이 현재의 보험영업 경쟁이 강하거나 혹은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바뀐 보험회계 제도, 법인보험대리점(GA)의 높은 시장지배력 등을 꼽고 있다"며 "보험시장의 높은 정보비대칭성에 기반한 공급·판매자 전략으로 영업경쟁이 심화할수록 특정 보험상품 중심의 불균형 성장과 소비자신뢰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를 예방하려면 정보비대칭성 완화와 신사업 확대 등을 통한 보험산업의 균형성장을 도모하고 소비자신뢰 제고조치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5일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5일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이날 열린 세미나에는 보험사 및 유관기관의 CEO를 비롯해 임원, 학계 관계자, 정책 및 감독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영현 실장 주제발표에 앞서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경제·금융환경 전망'을 골자로 한 주제발표를 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초고령사회 도래, 기후변화 심화 등으로 보험시장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처럼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국내외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고금리·고물가'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가계 초과저축 감소현상 발생 등 보험수요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전성이 낮은 회사들은 이익의 내부유보를 극대화하고 자산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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