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7 12:37
미국의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자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두 마리의 복제견(사진 속 바브라의 양 팔에 안겨있는 두 마리)을 키우고 있다. (사진=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자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두 마리의 복제견(사진 속 바브라의 양 팔에 안겨있는 두 마리)을 키우고 있다. (사진=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개와 고양이 등과 함께 사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날로 증가하고 고령화도 빨리 진행되면서 사람 대신에 애정을 기울일 대상이 필요해진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 동물보호에 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2018년 635만 마리에서 2022년 799만 마리로 추산됐다. 남이 버린 동물을 입양해 키우는 비중이 2021년 15.5%에서 2023년 19.9%로 높아졌다는 KB경영연구소의 ‘2023 반려동물 보고서’ 내용도 소홀히 넘길 수 없다.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 반려동물을 직접 돌보겠다는 의식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표제공=금융위)
(표제공=금융위)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 평균 1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중 40%인 6만원이 동물병원에서 지출된다. 반려건 치료비는 사람보다 훨씬 비싸다. 게다가 비급여이다. 감기 치료비는 평균 8만원에 달한다. 동물병원마다 7~8배 편차가 나는 항목도 있다.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 양육과 진료비를 줄이려면 관련 보험 제도부터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지난해 현재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9%로 영국(25%), 일본(12.5%)보다 크게 낮다. 미국(2.5%)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보험상품 수가 적은데다 보험료도 높아 가입을 꺼린다.

펫보험 가입율이 저조한 것은 동물의료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가 가입할 만한 상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진료관리체계를 개선하고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며 반려동물 건강통계 자료도 확보해야 한다. 보험사와 동물병원, 전자차트(EMR) 기업 간 제휴와 연계도 요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25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로 지정된 펫스니즈의 '비문리더기를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서비스'. (사진=펫스니즈 홈페이지 캡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25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로 지정된 펫스니즈의 '비문리더기를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서비스'. (사진=펫스니즈 홈페이지 캡처)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1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비문, 홍채 등 생체인식정보로 반려등물 등록을 허용하고 동록 의무대상을 기존 반려견에서 반려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고양이는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기존 외장형 장치로는 반려동물을 식별하는데 한계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동물병원은 진료서류를 발급할 의무가 없다. 질병이나 진료행위 명칭이 제각각이어서 통계관리에도 어려움이 크다. 농식품부는 수의사법을 개정,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등을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요청하면 진료내역과 진료비 증빙서류를 반드시 발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추진한다.

반려견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용인특례시)
반려견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용인특례시)

지난 1월 진찰과 입원, 개 종합백신 등 중요 진료비 게시에 이어 내년 1월부터 100개 항목을 대상으로 진료항목 표준화를 추진한다. 보험사와 수의업계 간에 진료와 지급기준 협의, 통계 공유, 청구 간소화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체계 운영도 유도한다.

반려동물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를 만날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동물병원이나 펫샵 등은 간단손해보험대리점으로서 반려동물보험을 팔 수 있지만 판매상품이 단기(1년 이하)로 제한된 실정이다. 더구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치료 받은 동물병원을 방문, 진료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서면으로 제출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스마트싱스 펫' 서비스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트 봇 AI. (사진제공=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펫' 서비스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트 봇 AI. (사진제공=삼성전자)

금융위는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 동물병원과 펫샵에서 판매 가능한 보험상품을 장기(3~5년)로 확대하고 보험사가 관련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보험사에 진료내역을 전송하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 1분기부터 반려동물의 연령이나 종류, 질병 특성을 고려해 보험범위와 보험료가 각각 다른 상품이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금융위 방침이다. 반려동물 그룹을 세분화하고 질병담보별 위험률을 고려해 보험요율을 합리적으로 산출, 일반 진료비용부터 중증질환까지 골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상품구조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재 50~70% 수준의 보상비율을 40~90%로 넓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보험료 부담도 합리화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과 건강검진 이력을 감안해 건강한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도 나오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관련 자료가 부족한 마당에 다양한 보험상품이 출시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표제공=금융위)
(표제공=금융위)

무엇보다 반려동물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진입을 허용한다는 결정이 관심을 끈다. 현재 11개 손해보험회사가 보험을 팔고 있지만 동물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과 할증그룹으로만 구분한데다 보장한도와 보험료만 일부 다르게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역량과 의지를 갖춘 신규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메기 효과'가 나타나면서 상품 개발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보험사는 진료와 수술 보장은 물론 고액의 검사와 예방비까지 보장하는 고가의 상품을 내놓거나 수술비만 보장하는 저렴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건강검진이나 예방관리를 충분히 받았다면 고령견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팔거나 견종별 유전적 건강 특성을 고려, 해당 질병을 집중 보장하는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 소비자 보호 조치, 사업계획의 건전·타당성 등을 충실히 심사해 신규 보험사의 진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 보험사는 기존 반려동물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한 경우에 한해 자회사 방식으로 전문보험업에 나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표제공=금융위)
(표제공=금융위)

금융위에 따르면 영국 BOUGHTBYMANY는 사고와 질병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등도 폭넓게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이 추가된 보험상품을 팔고 있다. 미국 Trupanion은 갓 출생한 반려견은 물론 고령견을 대상으로 본인부담액과 보장범위를 다양화한 보험상품을 제공 중이다. 일본 츄리히소액단기보험은 암이나 양성종양, 골절 등을 보험대상으로 삼는 ‘개 암보험’을 내놓았다. 

정부가 마련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수의사들의 협력과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그간 수의업계는 소비자의 자가 진료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진료부 발급 의무화를 규정한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해왔다. 국회 농해수위에는 관련 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수의사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진료내역과 기록 발급 의무화도 수포로 돌아간다.  

이에 비해 반려동물 보험 전문회사 육성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집중된다면 능히 이뤄질 수 있다. 전문회사가 자리를 잡고 기존 보험사도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고령견 보험이나 암 등 중증질환 보장 보험이 출현할 것이다.

참신하고 차별적인 반려동물 보험상품이 잇따라 나오게 되면 소비자의 편의가 증진되고 선택권도 커지게 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연동한 상품도 출시될 수 있다. 반려인은 상해와 질병을 보장받고 반려동물은 돌봄비와 암진단비, 입원치료비 등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정부와 보험업계, 수의사업계가 손을 맞잡는다면 향후 피붙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 건강하고 즐겁게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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