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10.27 16:57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인구 노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노후대책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이나 해지를 막기 위해 세제를 개편하거나 관련 제도를 강제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퇴직연금은 노후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심포지엄에서 "퇴직연금 수급 시 자동으로 연금 형태로 수령되도록 조치하는 '자동연금수령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금융기관에 금액을 적립한 후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되돌려주는 법정급여 제도다.

강성호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공적연금만으로는 국민 노후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공적연금의 일종인 국민연금의 소진시점이 해가 지날수록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당시 추계로는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 국민연금은 10년이 지난 지금, 2055년으로 5년 빨라졌다.

강성호 연구위원은 "게다가 필요 소득대체율과 실질 소득대체율 간 차이가 최대 16%포인트 정도로 벌어지면서 노후준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이에 공적연금에 대한 다층적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퇴직연금이 노후생활의 최후의 보루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자와 연금 수령자의 평균 적립금이 각각 2500만원, 1억5500만원으로 약 6배 차이 나는 게 눈에 띈다"며 "그럼에도 퇴직연금의 연금화가 어려운 이유는 적립자산의 누수, 수령 형태의 자율성, 금융기관의 장수리스크 등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된 확정기여형(DC), IRP 퇴직연금을 중도인출 한 가입자는 5만1214명, 금액으로는 1조845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1조8181억원 규모의 중도인출 금액보다 271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강성호 위원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후준비 강화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후빈곤율은 지난 2021년 기준 37.7%로 OECD 가입국 중 최고수준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처럼 노후준비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55세 이상 퇴직연금 급여대상자 대부분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다"며 "그 비중이 지난해 92.9%를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연금 수령비중은 지난 2017년 1.9%에서 작년 7.1%로 5%포인트 가량 늘었지만 아직 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퇴직연금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퇴직연금 어디로 가야 하나' 정책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강 위원은 퇴직연금 수령형태를 연금과 일시금 선택으로 나눈 것을 퇴직연금 연금화의 우선적인 걸림돌로 꼽았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세제혜택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퇴직연금 연금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현행 퇴직소득공제율은 50.3%인 반면 퇴직일시금의 실효퇴직소득세율은 4.4%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건강보험료 부과소득에 포함되도록 한 것도 연금화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상품공급자인 보험사 입장에서도 장수리스크 발생은 퇴직연금 연금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 위원은 "해외의 경우 연금의 공공성이 강할수록 이를 종신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네덜란드와 싱가포르는 강제 연금화, 스위스나 칠레 등은 준강제형 연금화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해외 국가들 중에서 "미국, 영국, 스위스 등은 연금소득을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과세한다"며 "특히 미국은 일시금 수령 시 누진종합소득세를 적용하거나 59.5세 이전에 조기인출할 시 10% 패널티를 적용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연금화 작업을 통해 이들 해외 국가의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준으로 40년 가입시 13.3%에 불과하지만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은 각각 50.5%, 40.5%, 42.1%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처럼 퇴직연금의 연금화 정책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면 퇴직연금이 원칙적으로 중도 인출, 이직 후 해지되지 못하도록 세제개편이나 제도를 강제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연금화 강화에 따른 유동성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연금지급 방식 다양화와 투자상품에 연금상품의 편입 등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책심포지엄은 보험연구원, 한국금융학회, 한국보험학회, 한국재무학회,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강성호 선임연구위원에 이어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종원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퇴직연금과 관련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후 위경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김병덕 선임연구위원(한국금융연구원), 김현욱 이사(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 손재형 과장(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이경희 교수(상명대학교), 정창률 교수(단국대학교)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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