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30 14:14

"이중구조 밑바닥 사업주·노동자가 진정한 애국자…노동, 재벌 소유권 인정하고 임금 조율 수용해야"

30일 열린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 상식 그리고 노동개혁' 토론회에 좌장으로 참석한 주대환(오른쪽) 플랫폼 통합과 전환 운영위원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30일 열린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 상식 그리고 노동개혁' 토론회에 좌장으로 참석한 주대환(오른쪽) 플랫폼 통합과 전환 운영위원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세계은행 최신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202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990달러로 일본(4만2440달러), 쿠웨이트(3만9570달러), 이탈리아(3만7700달러)에 이어 전세계 25위를 기록했다. 

국민총소득은 한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인 명목 GNI를 인구수로 나눈 수치다. 자국민이 국외에서 받은 소득은 포함되지만 국내총생산에서 외국인(비거주자)에게 지급한 소득은 제외된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살펴보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1인당 GNI를 원화로 환산(1달러=1352원)하면 연소득이 4865만8480원이다. 월평균 405만원 가량이다.

문제는 평일에 8시간 이상 일하지만 평균은커녕 연소득 3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민이 2명 중 1명이라는 점이다. 2021년 현재 월 소득 250만원 미만 비율은 49.8%에 달했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은 6%를 기록했다.

김희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근로소득 상위 1%의 평균 연봉은 3억1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전체 평균 연봉은 4024만원이었다. 그만큼 격차가 심각하다. 이념 투쟁이 아니라 보편적 상식에 따라 약자의 점진적 소득 향상을 유도하는 노동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30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공정, 상식 그리고 노동개혁’ 토론회에 참석, “통계청의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 2019년 현재 가구소득 5분위(상위 20%)는 2분위(하위 40%)보다 교육비를 3.9배 지출했고 오락문화비도 2.15배 썼다”며 “부모 소득이 5분위인 경우 자녀의 68.7%가 4년제 대학을 가지만 1분위는 30.4%에 그친다”고 밝혔다. 

소득의 차이는 자산과 주거형태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소득 격차는 생활 수준 차이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대체로 비싼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대학 입시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세대간 사회이동이 억제되면서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총장은 이날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상과 해소방안’ 발제에서  “최종 학교 졸업 후 처음 일하게 되는 사업장의 종사자 규모를 보면 30인 미만이 전체의 63.9%를 차지하는데 비해 300인 이상은 10.8%에 그쳤다”며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 대규모 사업체로 이동한 비율은 2.0%에 그쳤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4.9%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로 대표되는 중심부와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로 상징되는 주변부로 분단된 상태다. 2021년 세전 기준 대기업에 다니는 50~54세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760만원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같은 연령대(299만원)보다 무려 461만원 더 많았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에서 2022년 상반기 중소기업 임금상승률은 4.8%로 같은 기간 대기업(9.8%)의 절반에 그쳤다. 대기업의 임금이 토끼처럼 뛴다면 중소기업은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수출에서 상당부분 매출을 올리는데다 내수시장에서도 독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높은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뒤 하청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원가 보전에 나서는 구조가 정착된지 오래다.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주변부 노동자와의 임금 및 복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선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석호 (왼쪽)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29일 토론회에 참석, 발제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석호 (왼쪽)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30일 토론회에 참석, 발제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 총장은 “이중구조 밑바닥의 사업주와 노동자는 열악한 사업환경과 낮은 소득에도 산업과 일자리를 지탱하고 내수시장에 공헌하면서 수출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게 하는 진정한 애국자”라며 “이등시민, 삼등시민이 아닌 사회적 자긍심을 높이는 용어와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0여년에 걸쳐 심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단계적 해소를 위해 노사와 정부,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해 ‘대한민국 희망연대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영세 소상공인, 청년 일자리 등에 투입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연차휴가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납품대금 연동제를 납품대금·물가연동제로 확대 ▲노사상생협력 활성화 ▲'하후상박' 소득연대 정책 실현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과제를 추진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 한 총장은 “노동은 재벌 소유권을 인정하고 임금 조율을 수용하고 자본은 고용 확장과 노조 존중, 초과 이윤의 사회 공헌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는 복지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본연의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은 이날 ‘노동개혁 방향성과 대안 제시’ 발제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향상이란 명분으로 불법적인 투쟁을 묵인했던 과거였다. 그런 투쟁으로 얻었던 것은 실제 노동자 개인의 이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특히 민주노총은 전제 조합권 권익 제고라는 명분으로 정치투쟁을 일삼아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의 권익향상은 노조가 추구해야할 최우선가치이지만 그 모든 것은 법적 테두리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노동조합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대전환 당대표인 조정훈(오른쪽) 의원이 30일 '공정, 상식 그리고 노동개혁'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시대전환 당대표인 조정훈(오른쪽) 의원이 30일 '공정, 상식 그리고 노동개혁'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행사를 주최한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대표)은 “현재 노동시장은 기득권 중심, 기계적인 평등에 치중되어 있어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노동 담론을 모아 정치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조선업에서 시작된 원·하청 상생협력 활성화 분위기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주 12시간 연장 근무한도를 지키고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도 규정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반 위에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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