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31 14:29

초중고교 체육 수업 시간 최대한 확보

지난 5월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초등학생들이 '아리랑동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작가)
지난 5월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초등학생들이 '아리랑동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작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기 이전인 대입학력고사 시절에는 대학과 고교 입학시험에 체력장 점수가 반영됐다. 점수는 20점 만점으로 340점 만점의 학력고사와 200점 만점의 일반고교 입학시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참여하지 않아도 기본 15점, 응시만 해도 16점이 주어졌지만 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대입에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학업성적은 우수한데 운동 능력이 떨어져 내신성적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대입에선 1994학년도부터, 고입에선 1997학년도부터 폐지됐다.

입시제도 변화로 중고교에서 체육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여파는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쳤다. 체력장을 대체한 제도인 건강체력평가(PAPS)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운동기능 중심적인 평가에서 심폐지구력과 유연성, 근력 및 근지구력, 순발력, 체지방 등 건강 관련 평가로 전환된 것이 특징이다. 종목별 점수는 20점이며 전체 100점이 만점이다. 종목별로 8점 이상을 양호 구간, 8점 미만을 우려 구간으로 정의한다.

문제는 PAPS 4등급, 5등급의 저체력 학생 비율은 2019년 12.2%에서 2021년 17.7%까지 높아진뒤 지난해에도 16.6%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과후 학교운동장이나 집 근처에서 뛰어놀 시간이 부족한데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마다 게임을 즐기느라 바쁘다보니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 추진방향 (표제공=교육부)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 추진방향 (표제공=교육부)

이런 현실에서 교육부는 30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을 통해 학교단위 체육활동을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초·중·고교 체육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생들은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과목을 2년 간 400시간 공부하게 된다. 이 과목을 맡은 교사는 수업 시간을 약 3분의 1씩 나눠 미술, 음악, 체육을 가르치게 된다. 이에 따라 초 1~2 학생들은 2년 간 신체활동 수업을 현행 80시간(주 1시간)보다 많은 144시간(주 2시간)을 이수하게 된다. 

'즐거운 생활'이 취지와 달리 실제 수업에서 체육이 줄어 초등생의 활동 감소를 낳았다는 비판을 감안, 즐거운 생활에 포함된 신체활동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코로나19 이후 저하된 체력과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학생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체육 교과를 별도로 분리하면 일정 수업 시간이 확보되고 체육 전담 교사도 따로 둘 수 있다. 체육 수업을 보조하는 초등 스포츠 강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기반으로 초등 저학년생까지 건강체력평가기준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건강체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운동처방도 받도록 한다. 2024년부터 초등 4학년생에게 시범적용하고 2025년부터 초등 3학년생에게도 시범적용한다. 

현재 4, 5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체력교실에 비만으로 판정된 학생과 희망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건강체력을 향상하고 비만도 줄어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건강 체력 향상 지원 예산을 올해 42억원에서 내년에는 50억원, 2025년에는 1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릴 방침이다.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학교에서는 현재 주당 1시간(3년간 총 102시간)인 스포츠클럽 활동시간을 2025년부터 총 136시간으로 약 30%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초등 1~2학년 체육 교과 분리와 중학생 학교스포츠클럽 시간 확대는 교육과정 개정을 거쳐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초교 체육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개발하는 등 시행까지 최소 3년은 걸릴 전망이다.

학업으로 체육 활동이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고등학생의 경우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반드시 10학점은 체육 과목에서 이수해야 한다. 학교 체육 수업이 충실하게 운영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 연내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처럼 뒤늦었지만 필요한 대책이다.

체육활동 일상화 우수사례의 전국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부산교육청은 학교에 따라 전교생 또는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시간을 활용,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자기주도형 365+ 체육온활동', 개인 및 단체 스포츠를 실시하면서 체력과 인성 함양은 물론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아침 체인지(體仁智)’를 실시 중이다. 여건에 따라 희망하는 학생들이 아침·점심·방과후 틈새 시간을 활용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도록 할 방침이다. 

운동을 즐겁게 즐기려면 인프라가 요구된다. 현재 학교 수영장은 164곳에 불과하다. 수영장과 실내체육관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학교복합시설 사업 등을 통해 2028년까지 300개소를 추가 설치, 수영장을 총 466개소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사계절 내내 실내 수영장과 체육관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시설이 전국 곳곳에 마련된다면 지역공동체 유지와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무료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수원시)
어린이들이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무료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수원시)

몸 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 증진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청소년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추세다. 정서와 행동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빨리 찾아내기 위해 매년 초1, 초4, 중1, 고1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정서·행동 특성검사’ 도구를 내년까지 개편, 2025년부터 전면시행한다. 검사 결과는 학부모에게 온라인으로 알려준다. 현재는 우편으로만 결과를 통보해 학부모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 스스로가 힘들 때 자가진단이 가능하도록 ‘마음건강 진단 앱’도 개발한다.

마약을 포함한 각종 유해 약물 오남용 예방과 치유도 지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온라인 마약 거래 및 광고 게시글에 대한 '서면심의'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주 2회 이뤄지는 '대면심의'를 서면심의(전자심의)로 바꾸면서 주 5회로 늘릴 방침이다. 마약 관련 키워드를 자동 탐지하는 e-로봇의 모니터링 대상과 범위도 확대한다.

약물중독예방 교육을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최소 5시간, 중학교에서 6시간, 고등학교에서 7시간 필수로 실시한다. 올해 일반 청소년의 마약류 인식 및 노출현황 파악을 위한 온라인 실태조사에 이어 내년에는 마약류 사범 청소년의 중독 지원 현황 파악을 위한 심층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 9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23 삼성생명 배드민턴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생명)
지난 9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23 삼성생명 배드민턴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생명)

지덕체는 지육(智育)과 덕육(德育), 체육(體育)을 포괄한다. 지혜를 기르고 덕성을 키우며 신체를 단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학생 시절부터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고 덕을 베풀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지와 덕을 겸비했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 면에서 건강이야말로 낙제점을 맞아서는 결코 안 되는 요소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시기의 올바른 건강관리는 전 생애에 걸쳐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 성인에 비해 예방적 개입효과가 큰 시기인 만큼 건강 증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히다.

2020년 789만명을 기록했던 학령인구(6~21세)는 2040년에는 447만명, 2070년에는 32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 된다. 모든 학생을 낙오자 없이 건강하게 성장시키려면 국가 차원의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 문제가 가능한 덜 발생하도록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은 국가경쟁력의 기본자산 확보와 의료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통합적 지원체제를 마련,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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