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1.20 06:00

내년 ELS·해외부동산 조 단위 손실 우려...금융위 라임펀드 제재 결정 또다시 연기 

대통령의 은행권 질타가 나온 이후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이자장사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횡재세와 적정이윤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 역시 은행권 전체 이익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치권, 금융당국까지 금융권을 향해 작심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금융권에 대한 지적이 합당한지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DLF와 라임펀드 사태부터다. 고객과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본인들의 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부실 사모펀드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 결과 투자한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한 고객들이 다수 발생했다. 현재 투자 손실을 본 고객들은 원금의 70% 수준에서 보상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회사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단순히 상품판매 중개만 했을 뿐"이라고 발뺌을 하며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판매할 때는 좋은 헷지 상품이라고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 또한 공염불로 그치고 있다. 당면한 위기 돌파를 위해 내부통제 강화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그러니 매년 부실 펀드 판매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은 8월말 기준 14조5000억원이 넘는다. 전체 은행 판매분의 70%로, 손실발생 구간에 진입한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상품 대부분은 내년에 만기를 앞두고 있다. 6개월 마다 중간 평가를 진행해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총족하지 못해 자동으로 연장돼 3년 만기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판매 당시 홍콩H.지수는 1만2000을 넘겼다. 현재는 6000선을 넘지 못하고 있어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 손실이 확정된다.

또 다른 뇌관은 해외부동산이다. 5대 은행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 8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1년 6월말 4조3000억원에서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해외부동산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국내 금융회사에서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단일 부동산에 투자한 35조9000억원 중 3.7%인 1조3300억원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투자 실패는 언제든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환경적 요인을 탓하며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손실 보전을 위해 다른 고객에게 얻은 이익으로 충당금을 쌓거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들도 없다. 실제 라임펀드에 대한 경영진 제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 안건을 또 미뤘다.

이미 금감원에서 지난 2020년 이들에게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했지만,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가 결정을 미루면서 이들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징계 수위가 감경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제재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도 행정소송전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DLF 손실 사태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징계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으로 최종 승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해외투자가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투자 실패에 따른 제재나 처벌도 '솜방망이'이다 보니 부실한 해외 상품의 판매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해외투자를 했다고 해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판매하는 상품도 제대로 된 실사 없이 내놓는 게 대부분"이라며 "해외투자에 대한 통제나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고객들의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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