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1.24 14:25

대통령의 은행권 질타가 나온 이후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이자장사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횡재세와 적정이윤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 역시 은행권 전체 이익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치권, 금융당국까지 금융권을 향해 작심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금융권에 대한 지적이 합당한지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4대 은행 ATM기기. (사진=이한익 기자)
4대 은행 ATM기기.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의 이자이익 비판에 동참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자율적 상생방안 보다 법으로 강제하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이 손보려는 법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이다.

이른바 횡재세법으로 은행이 지난 5년 동안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익을 낼 경우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걷는 것이다.

상생금융 비용을 강제로 걷자는 것인데, 금융산업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금융당국 수장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횡재세법에 대해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는 개별 금융기관의 사정에 대한 전혀 고려 없이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이라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횡재세에 대해 야당과 금융당국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입법조사처는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 해당 국가의 세법 체계 및 산업규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특히 기업의 초과이득에 대해 추가적인 과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떠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가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특수한 상황에서 통상 영업이익의 23배 이상 발생한다면 이를 초과이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영업이익이 예년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을 가리켜 횡재세 부과대상이 되는 영업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법인세 규모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법인세 규모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제 체계를 가지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다.

결국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입법조사처는 소급입법 문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횡재세 논의 중 일부는 지난 영업실적에 대해 초과이득에 대해 과세하겠단 취지인데,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연도에 대해 소급해 과세하겠단 것은 헌법 및 관련 세법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야당의 포퓰리즘 법안이란 말도 새어 나오고 있다.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횡재세 법안 중 하나인 ‘직전 5개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40% 세율’을 적용하면 올해 예상되는 횡재세는 1조81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고금리 기조가 사라지면 은행의 순이자수익은 내년 하반기 또는 2025년 초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횡재세 효력은 1년만 잠깐 시행될 뿐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기보다 자발적인 상생금융 마련을 통해 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일단 은행권은 상생금융 확대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예정된 은행장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일단 상생금융 규모를 약 2조원 가까이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먼저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영업활동 근간은 예금을 모아 대출해주는 예대마진이 핵심이다. 어떻게 보면 기업의 정당한 활동인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대신 기준금리가 동결인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의해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서민들이 빚 부담에 시달리는 현 상황을 타개할 필요는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살펴준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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