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1.10 09:45

기준금리 인상으로 3년 새 배당금 45.73% 늘었지만 서민대출은 28% 감소
고객은 고금리로 힘든데 주주이익 우선 정책이 옳은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대통령의 은행권 질타가 나온 이후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이자장사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횡재세와 적정이윤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 역시 은행권 전체 이익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치권, 금융당국까지 금융권을 향해 작심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금융권에 대한 지적이 합당한지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자료=각 사 취합)
(자료=각 사 취합)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매년 수익을 늘려왔다. 반면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대출은 오히려 줄이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에 대한 은행의 문턱이 높다"며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채권이 더 안정적인데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서는 안된다"며 은행의 체질개선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등 6대 은행의 총 순이익은 2020년 10조3656억원에서 2022년 16조2810억원으로 57.07%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갱신은 2021년부터 기준금리가 상승해 이자이익이 함께 늘은 탓이 크다.

순이익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이들 은행들의 누적 순이익은 14조2379억원에 달했고, 이를 고려하면 올해 순이익도 전년도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주주들은 쾌재를 불렀다. 은행들의 실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배당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6대 은행의 2020년 배당금 총액은 4조7736억원에서 2022년 6조9568억원으로 45.73%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만큼 배당액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현재 은행은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배당금 전액은 금융지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올해 배당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성향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여서다. 이에 따라 은행이 금융지주에 넘기는 배당액도 이익의 절반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식회사가 초과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두고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그 재원이 서민들의 대출이자에서 나왔단 점을 생각하면 씁쓸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은행의 수익에 기여한 사람은 고객(서민)이기 때문에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은행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시선은 은행의 경우 사람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구조라서 더욱 실감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정부나 정치권의 따끔한 지적은 은행이 이익을 거둔 만큼 서민을 위해 애쓰지 못했다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실제 6대 은행의 서민대출 실적은 크게 떨어졌다. 2020년 4조6116억원에 달했던 6개 은행의 서민대출 실적은 2022년에는 3조2833억원으로 3년 새 28.8%나 쪼그라 든 것이 대표적이다.

저금리는 물론 고금리 대출 이용도 불가한 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상품인 서민대출이 줄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새희망홀씨를 포함해 햇살론15, 햇살론유스, 햇살론뱅크 등 서민에게는 마지막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서민대출이 줄어든다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갈 곳은 분명하다.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카드대출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서민들이 이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방향키를 튼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됐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서민들이 은행들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정치권에서 횡재세와 적정이윤제를 도입해 이를 재원으로 서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지금 국민들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은행 고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막대한 이익금을 바탕으로 주주와 은행원들의 배를 불린다면 누가 이를 곱게 보겠는가.

일각에서 나오는 "주주가 먼저냐, 고객이 먼저냐"는 질문에 이제 은행들이 답할 차례가 됐다. 그에 대한 답은 은행이 더욱 잘 알 것이다. 고객이 예금한 돈을 바탕으로 가만히 중개역할만 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고객들의 어려움은 나몰라하는 행태를 마냥 지켜볼 수 없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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