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21 15:20

모든 분야 AI 활용 위해 GPU 클러스터 기반 데이터센터 필요

20일 오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한 김종민(왼쪽 네 번째부터) 민주당 의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성일종 의원실) 
20일 오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한 김종민(왼쪽 네 번째부터) 민주당 의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성일종 의원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우크라이나 군이 당초 전망에 비해 러시아 군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드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손꼽힌다. 개전 초기 튀르키예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 시리즈로 러시아 군수부대와 기계화부대를 타격, 진격 속도를 늦추는데 성공했다. 러시아 군 방공망으로 저지되자 산업용 드론을 개조해 공격했다.  자체 생산한 비버 자폭 드론이나 골판지를 차체로 삼은 드론 등으로 후방지역 교란에 나섰다.

하루 300대, 월 1만여대가 격추되고 있지만 러시아 군에 실질적인 위협을 주고 있다. 비교적 값싼 드론을 통해 표적 식별에서 타격에 이르는 대응시간을 줄여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군도 가자지구 상공에 하루종일 드론을 띄워 하마스 동향을 감시 중이다. 드론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표적처리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향상될 것이다.

현재 전쟁은 정보 중심의 ‘장거리 정밀타격전’과 ‘효과 중심 마비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군의 생존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적군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려면 더 빨리 더 멀리 더 정확하게 표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나 포탄 확보가 중요하다. 자율무기가 군인과 협업해 전투에 나서는 유·무인 복합전투(MUM-T: Manned-Unmanned Teaming)와 초연결·초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전쟁으로 전환될 미래전에서 첨단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SK㈜ C&C가 지난해 9월 '드론 기반 인공지능 굴삭기감지서비스'를 전남도시가스에 공급했다. (사진제공=SK㈜ C&C)
SK㈜ C&C가 지난해 9월 '드론 기반 인공지능 굴삭기감지서비스'를 전남도시가스에 공급했다. (사진제공=SK㈜ C&C)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려면 IT와 AI를 통해 기존 무기체계 성능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보다 적은 인원으로 유지와 보수, 가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스마트강군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AI는 무인경계 감시, 지휘결심 지원체계, 유무인 복합체계, 무인자율 주행 및 전투체계, 과학화훈련시스템, 사이버 위협 식별 및 차단체계 등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얻으려고 노력 중인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단순히 맞서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명확하게 임박한 도발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군이 이러한 절체절명의 과제를 달성하려면 AI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아덱스 2023' KAI 전시관의 시뮬레이터 존. (사진=정민서 기자)
'아덱스 2023' KAI 전시관의 시뮬레이터 존. (사진=정민서 기자)

AI의 3대 요소로 빅데이터와 컴퓨팅 기술, 알고리즘 제작 기술이 지목된다. AI 모델의 성능은 충분하고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좌우된다. AI 챗봇 '챗GTP' 개발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데이터는 국방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집중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 기반의 AI 강군 육성’을 위한 전략자산이다. 문제는 보안 우려 등으로 데이터 비축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김광수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국방 분야에서는 군 보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축적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각 군에서 실시하는 훈련 결과 데이터도 평가를 마친 이후에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삭제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발간하는 ‘Fly Together’ 11월호 ‘스마트 국방을 위한 전제 조건’을 통해 “국방 전 분야에 대해 이미 축적된 데이터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확보되지 않은 데이터에 대해서는 향후 국방 인공지능 활용계획을 바탕으로 사전에 수집할 데이터의 종류, 형태, 수량 등을 고려한 데이터 수집, 관리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군과 비교하면 한국 군의 AI 대응은 늦었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AI가 바꿀 국방의 미래 모습과 대응 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은 네트워크중심전에 기반을 둔 2차 상쇄전략에서 벗어나 다영역전쟁과 모자이크전투를 중점으로 하는 3차 상쇄전략을 2014년 안보정책으로 채택했다“며 ”AI가 적용된 유무인 복합운용체계를 기반으로 지, 해, 공, 우주, 사이버 전장영역에서 전투를 치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쇄전략은 경쟁의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우위를 담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제안한 3차 상쇄전략은 경쟁국들의 반접근/지역거부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선점, 경쟁자에 앞선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4차 상쇄전략으로 유·무인 복합전투가 손꼽히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방AI 클러스터 조성'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방AI 클러스터 조성'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며 “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따라, 또 AI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밀한 공격과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국가 주도 하에 국방AI컨트롤타워를 포함한 국방AI센터 및 AI클러스터를 설립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북한 및 주변 국가들의 위협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 AI 클러스터 설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에스아이애이 이사는 “군의 첫 번째 정찰위성이 이달 말 발사되는 등  향후 많은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며 “앞으로 쏟아지는 위성 영상을 사람이 처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정찰위성분야에 AI를 적용,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해상도가 정찰위성 수준인 상용위성 영상 처리에도 AI 활용을 제안했다.

국방부도 뒤늦게나마 대응하고 있다. 작년부터 군의 데이터 수집부터 관리, 활용까지 전 업무영역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국방데이터분석센터’ 신설을 추진해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1월 30일 국방데이터분석센터 개소식을 갖고 ▲국방데이터 현황 관리 ▲데이터 수집사업 추진 ▲데이터 관리·활용 등과 관련, 국방부과 각 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어 국방부는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이끌 전문조직인 ‘국방AI센터’ 창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방AI센터 추진단'을 지난 5월 19일 출범시켰다. 위촉된 12명의 민간전문가들은 국방AI센터의 임무와 운영방안을 구체화하고 민간의 AI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데이터, 보안, 획득제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군의 AI시대 개막을 도모하기 위한 기반이 이제야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 3월 3일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미래 합동작전개념을 구현하고 미래 전장을 주도할 수 있는 AI 기반의 핵심 첨단전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1단계는 원격통제형 중심으로, 2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시범, 3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확산 및 자율형 체계 전환으로 구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반영, 2024년도 국방예산에 무인수색 차량 등 2136억원을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전 수행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성일종(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회 정책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성일종(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회 정책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육군은 2031년이후 무인복합체계를 완성하고 지능형 지휘통체제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군은 2032년까지 정찰용 무인체계와 정찰 무인수상정을, 2040년까지 공격용 무인체계와 공격형 UAV를 개발하고 공군은 2036년 이후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킬 웹(Kill-Web)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방부는 군의 모든 사용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데이터에 접근해 AI솔루션을 개발하고 AI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2019년 AI 통합 클라우드 기반 공통 플랫폼인 JWCC(Joint Warfighting Cloud Capability) 개발에 착수했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상용사업자인 MS, AWSS, 구글, 오라클과 990억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우리 군도 모든 분야에서 AI를 필수적으로 활용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의 공용화와 함께 이를 활용한 AI 학습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기반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것이다. 보안 차원에서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은 꺼려질 수 있다. 별도의 국방 데이터센터를 구축, 운영하려면 군 내부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투자 방안도 마련해아 할 것이다. 매년 막대한 방위력 개선비 투입을 통해 K-방산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면 4대 방산 선도국 도약이 가능하고 국민의 평안한 일상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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