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27 16:08
서울시립승화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립승화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2020년 현재 만 18세~34세 청년세대 인구는 우리나라 총인구(5013만3000명)의 20.4%인 1021만3000명을 기록했다. 청년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1.9%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통계청은 2050년 청년인구 비중이 11.0%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2040년 34.4%를 찍은뒤 2050년에는 40.1%로 올라갈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40%벽을 돌파하는 국가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27년 뒤인 2050년에는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은 노인이고 청년은 1명에 그치게 된다. 

이처럼 노인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장례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2020년에는 31만명이 숨졌지만 2030년에는 41만명이 사망하고 2070년에는 70만명이 세상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세대보다 생활형편이 나아진 베이비부머의 고령인구 진입에 힘입어 실버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연명치료거부 의사를 밝히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연로한 노인과 함께 병원에 같이 가서 입원 수속까지 대신해주는 ‘시니어 라이프 매니저’가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한 일본에서는 본인 인생의 종말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희망하는 장례 절차와 유품 처리, 묘지 준비, 유언, 상속 등을 기록하거나 준비하는 슈카츠(終活)가 시작된지 오래다. 자연친화적 장례문화가 선호되는 미국에선 친환경 수의, 생분해 유골단지, 친환경 시신싸개 등을 공급하는 산업이 성장 중이다

이천시립 자연장지 전경 (사진제공=이천시)
이천시립 자연장지 전경 (사진제공=이천시)

문제는 기존 묘지 내에서 자연장으로 최근 숨진 고인을 모시려면 허가를 두 차례에 걸쳐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이나 화초, 단지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지면으로부터 30㎝ 이상의 깊이에 유골함에 넣어 묻되 용기는 ▲생분해성 수지제품 ▲전분 등 천연소재로 만들어 생화학적으로 분해되는 제품 ▲수분에 의해 형체가 허물어지는 굽지 않은 토기를 써야 한다. 용기를 쓰지 않는다면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한다. 묘지와 봉안시설로 인한 국토 잠식과 자연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되는 제도다.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고 설치되었다해도 후손이 돌보지 않아 방치된 분묘가 숱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묘지를 정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골치거리다. 2001년 이전에 생긴 오래된 분묘를 함부로 없애다가 혹 유가족으로부터 항의를 받으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화장률이 2021년 90.8%에 이를 정도로 화장문화가 정착하면서 대도시는 화장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다. 고인이 숨지자마자 상조업체 직원의 충고에 따라 장사시설 예약부터 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7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발전방안:장례·산후조리’에서 2001년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도 30년이라는 법정 설치기간이 지나면 효율적인 묘지 정비를 위해 지방자단체장 등이 처리할 수 있도록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양평군 공설화장시설 건립추진위원회가 2020년 11월 19일 서울추모공원 시설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평군)
양평군 공설화장시설 건립추진위원회가 2020년 11월 19일 서울추모공원 시설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평군)

현재 자연장으로 장사 지낼 수 있는 구역을 뜻하는 자연장지를 묘지 내 조성하려면 묘지면적변경허가와 자연장지조성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장사법에 절차 간소화 규정을 신설해 묘지변경허가와 자연장지조성허가를 통합, 심사하고 공통서류 제출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처럼 자연장 확산 흐름에 부응, 묘지 내 자연장지 공급을 늘리는 조치는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고인을 화장시킨뒤 유골을 사설 납골당에 모시려면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은 100만원 내외이지만 이용기준이 까다롭다. 수목장을 선택해도 공동목을 기준으로 200~500만원을 내야 한다. 기존 가족묘지 내에 자연장지 조성허가를 받아 자연장으로 모실 수 있게 되면 추가적인 부담에서 해방된다.

묘지 정비에 나서려면 무연고분묘로 인정받아야 한다. 소관 지자체가 묘지연고자를 조사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에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신청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조사가 지연되는 근본원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장사법에 묘지를 일제조사하거나 무연고분묘 연고자 조사 시 가족관계등록 전산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수원시연화장 내 화장시설인 승화원 외부 전경.(사진제공=수원도시공사)
수원시연화장 내 화장시설인 승화원 외부 전경.(사진제공=수원도시공사)

서울과 경기도, 부산은 화장시설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다. 이를 고려해 복지부는 연소와 냉각을 별도로 할 수 있는 '캐비닛식 화장로'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일반대차식 화장로보다 화장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산분수목장과 해양장 등을 제도화한 장사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감안, 새로운 장사방식과 연계해 새로운 시신처리방식을 복지부 연구용역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웰다잉 흐름을 반영, 생애 말기에 임한 국민이 장사방식과 빈소 설치 유무, 장례장소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전장례의향서'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신청절차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도 개발, 보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례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조회사 특성에 맞는 회계지표 개발 및 지원체계 마련 ▲장례식장·화장·봉안·자연장지 등 장사시설 대상 우수 인증제도 도입 및 인증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 마련 ▲할부거래법에 상조회사 모집인 등록제 도입 검토 ▲모든 상조회사를 대상으로 개인 납입금액, 납입횟수, 재무 정보 등 통합조회가 가능한 플랫폼 구축 검토 ▲2025년 이후 장례지도사 국가시험자격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지만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은 장례산업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은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다.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관련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국민의 서비스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발표에만 그치지 않고 주기적인 현장점검을 통해 업계에서 받아들일 만한 유인책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파악, 보완방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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