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30 13:55
윤학수(앞줄 왼쪽 여섯 번째) 대한전문건설협회장과 지성호(일곱 번째) 국민의힘 의원, 김희수(여덟 번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건설정책연구원)
윤학수(앞줄 왼쪽 여섯 번째) 대한전문건설협회장과 지성호(일곱 번째) 국민의힘 의원, 김희수(여덟 번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건설정책연구원)

[뉴스웍스=최승욱 편집인] “아파트공사 현장에서 골조 하도급공사를 하는 철근콘크리트업체의 노무비 부담은 원가의 50~70%에 이를 정도로 임금이 올랐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노동공급 확대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청년층 내국인 근로자 유입은 여의치 않고 설사 소수가 유입돼도 골조공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폼 작업을 기피하는 현실이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들은 활용해야만 공기를 준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세현 동극건업 대표이사)

“외국인 근로자 중 건설업 종사자의 재해사망이 2배 이상 높은 것은 자국에서 건설 경험이 전무한데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행동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국 전 교육훈련을 의무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은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가장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입국 후 기능검정까지 실시하면 재해예방은 물론 현장적응기간도 단축돼 토공업체에 실제 도움이 되는 외국인력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재균 강구토건 대표이사)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올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건설산업 외국인 활용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 수립 연구‘에 의하면 철콘 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48.5%에 달하며 이중 불법 근로자가 26.1%를 차지한다. 실내건축업의 외국인 비중은 30%에 이르지만 불법 근로자 비중은 2.4%에 그친다.

건설현장에서 노조원들이 불법외국인 근로자 색출을 명분으로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면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건설현장에서 노조원들이 불법외국인 근로자 색출을 명분으로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면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미국 도로 공사장에 일하는 사람은 대체로 히스패닉과 흑인이다. 아랍에미리트도 자국인은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근무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오르거나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국민들은 외부에서 일을 해야하는데다 근무지도 자주 바뀌고 사고 위험성도 높은 건설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도 잘살게 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건설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도크작업이 많은 조선업도 외국인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외국인 도입 규모가 현실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제단체와 기업의 의견을 반영, 기업체 추천과 한국어 능력을 감안해 체류자격을 승급하는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9월 25일 발표한 ’숙련기능인력 3만5천명 혁신적 확대방안‘을 통해 4년 이상 국내 체류하고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300점 만점 중 가점을 포함해 최소 200점을 충족하고 신청인 기준으로 1년 이상 근무 중인 기업체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단순노무(E-9 등) 비자를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 바꿔주고 있다.

다만 이 정도 조치로는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구인난을 해결할 수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업 외국인근로자 적정규모 산정 연구'(2022년 11월)에 따르면 내국인력 부족 규모는 2022년 16만5000명에서 내년에는 17만35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인구 감소와 함께 건설현장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 빈자리를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외국인력들이 건설현장을 지탱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외국인력의 효율적 활용은 건설업의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며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과 조화로운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건설업은 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주택을 짓고 도로, 교량, 터널 등 사회기반시설을 공급하는 중추산업이다. 국내 건설회사는 해외에서 공사를 따내면서 외화벌이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선업과 함께 외국인력의 도입 확대가 불가피한 산업이다.

현행 외국인력도입 제도는 현장경력과 기능수준 등 사용자의 필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건설업계로부터 받고 있다. 외국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건설재해도 줄일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건설정책연구원)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29일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날 행사를 후원한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건설현장 직접시공의 주역으로 200만 건설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5만여 전문건설사의 구심체”라며 “건설산업 경기를 활성화하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외국인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고령화가 심각하다. 2022년 현재 전문건설사 기능인력의 79.8%가 50대 이상이다. 30대 이하는 1.7%에 그친다. 그만큼 청년의 진입 기피가 심화되면서 외국인력을 활용해야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업 분야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일반적인 외국인 고용허가제(E-9)와 건설업 외국국적동포 특례고용허가제(H-2)로 구분된다.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건설현장의 건설업체 중 건설면허가 산업환경설비인 경우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없다. 연평균 공사금액이 15억원 이상이면 1억원 당 0.8명 고용이 허용된다.

정부는 작년까지 2400명에 그쳤던 외국인 비전문취업 건설업 쿼터를 지난 1월 3000명+1만명(탄력배정), 지난 9월 300명+220명+1만500명(탄력배정)으로 늘렸다. 불법외국인 고용시 고용제한 처분을 사업주 단위에서 현장 단위로 완화하면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쓸 수 있는 기반이 상당부분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건설업 외국인력 활용 해외사례 시사점 및 활용도 제공 방안’ 발제에서 “대만과 일본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 관련 업무를 비영리 민간단체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근로자 선발과 입국 후 관리, 교육훈련 업무위탁기관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건설현장 하도급 생산구조에서 노동력을 직접 사용하는 전문건설업체를 대표하는 기관 ▲세부 업종별 외국인 수요 파악, 선발 및 활용 효율성 제고 가능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요구되는 역량 훈련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가능 ▲국내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에 관한 매뉴얼 개발 및 보급으로 재해 위험성 감소를 손꼽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근로자들이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자국 대비 높은 수입이다. 이들이 생산성에 걸맞은 임금을 받도록 경쟁 체제가 확립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건설업계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모자라 사용자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부당한 요구에도 쩔쩔 매는 신세다.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과 훈련, 배치, 관리 등 제도 전반에 거쳐 업계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개선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실정을 가장 잘아는 민간 기관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 건설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크다. 전문건설사들도 합법 외국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하면서 3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외국인력의 자진출국을 유도하는 등 자정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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