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06 14:27

대기업 정규직-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격차 268만원→459만원
중기 생산성 향상 위한 혁신역량 지원·취약노동자 보호 강화해야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과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 20% 남짓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위해 아이들은 입시지옥을 견뎌야 한다. 부모는 높은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 자녀를 선택한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난 80%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속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개인적 성장의 기회가 적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격차는 지난 10월 167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도 두배 이상 차이가 나며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원청의 50~70% 수준에 불과하다. 남녀 임금격차는 2022년 기준 174만원으로 OECD 회원국 중 27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군사적으로만 분단국가가 아닌 '노동 분단국가'이기도 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서로 다른 노동조건과 특징을 가진 노동시장이 동시에 존재함을 뜻한다.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자 등 나머지 2차 노동시장 간에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 근로조건 격차가 크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2차 노동시장 종사자 중 상당수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실상 ‘2등 국민’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비판이다. 2차 노동시장 근무가 사회적 신분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과 개선이 절실하다.

정흥준 교수는 이날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인과 정책 방향’ 발제에서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2006년 106만원이었으나 2022년 172만원으로 매년 평균 4만원 올랐다”며 “이에 비해 대기업 정규직 임금은 2006년 374만원에서 2022년 631만원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난 16년간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268만원에서 459만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3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의 시간당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45% 내외에 그친다. 정 교수가 “한국 노동시장은 차이를 넘어선 차별이 존재하고 우리 사회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한계도 있다. 2020년과 2021년 일자리 이동통계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동한 경우는 60.2%를 기록했으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긴 경우는 11.8%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노동시장이 상당부분 단절되었음을 의미한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근본 이유 역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대기업·공기업 회사원이나 전문직 종사자에겐 높은 임금과 장기간 고용이 보장된다. 문제는 이같은 주류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청년은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을 상대로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낮추라는 하향평준화 요구는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 비주류 노동시장의 근로여건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1인 사장'과 키오스크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강조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직무가치 임금체계 도입 역시 경영계의 추가적인 비용 지출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사용자가 수용할 만한 유인방안이 전제되어야만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정부는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이 경쟁·대립하지 않도록 국정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산업정책은 대기업 지원에서 중소기업 지원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고용정책과 연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명준(왼쪽부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5일 토론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명준(왼쪽부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5일 토론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기업간 임금격차를 늘리는 요인으로 거론되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 개선 차원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부터 철저하게 막아야할 것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기업간 임금격차’ 발제를 통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매출액 대비 22%가 넘는 과징금이 내려진 소상공인은 단기간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적발시 평균 매출액의 단 0.17%만 부과 받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선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을 포함한 큰 규모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 상향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된 원사업자에 대한 정부조달 참여 기회 제한 ▲납품대금 연동제 대상에 노무비를 포함한 공급단가 변동분 포함 ▲협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급사업자에게 공동교섭 허용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은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성과를 내야할 과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역량 강화 정책이 다각적으로 입안, 추진될 필요성이 높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소상공인, 소기업들과 플랫폼·프리랜서 등 취약노동자 보호 방안도 강화되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실증적인 연구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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