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07 15:19

30년 이상 교량·터널·옹벽 2033년 53% 차지…‘자산관리’ 체계 도입 검토할 때

분당 정자교 사고 현장. (사진=원성훈 기자)
분당 정자교 사고 현장.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4월 5일 성남시 정자교 보행로 구간 중 40m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3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20대 남성은 중상을 당했다. 정자교는 정밀안전점검에서 2013년 경미한 결함으로 약간의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하는 C등급을 받고 보수작업을 마쳤다. 2019년에는 B등급(양호한 상태)을, 2021년에는 C등급을 받았고 2022년에는 B등급으로 다시 올라갔다.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이나 즉각적인 사용금지 등 조치가 필요한 상태를 뜻하는 E등급을 받은 적이 없는데다 사고 발생 2년 전에 내진성능 보강공사까지 했는데도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 불정교와 수내교에서도 보행로 침하 현상이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전문가 11명으로 구성한 사고조사위원회는 균열 발생, 방수층 손상, 수분 및 제설제 등의 침투로 철근이 부식되고 염해와 동결융해 과정을 거쳐 노후화 진행단계가 접어들었지만 제때 유지·보수가 되지 않아 콘크리트의 내수성이 저하되면서 철근의 부착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무너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위는 노후화된 2종(연장 100m 이상의 도로와 교량 등), 3종(대통령령으로 지정·고시) 시설물에 대해 구조안전성 검토를 포함한 정밀안전진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요구했다. 1960년대 지어진 다리가 멀쩡한데도 1993년 준공된 정자교가 무너진 것을 놓고 지역주민들은 부실시공과 부실관리의 합작품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4월 18일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탄천 위험교량 보도부 전면 재시공 추진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성남시)
신상진 성남시장이 4월 18일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탄천 위험교량 보도부 전면 재시공 추진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성남시)

관련 법률이 버젓이 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났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량, 터널, 항만, 댐 등 시설물의 안전점검과 적정한 유지관리에 나서야할 책무를 갖는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물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기본법’에 따라 국민들이 생활 안전과 편의에 큰 영향을 미치는 15종의 기반시설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유지관리 및 성능 개선에 필요한 종합시책을 수립, 시행할 의무를 지닌다. 15종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수도공급설비, 전기공급설비, 가스공급설비, 송유설비, 열공급설비, 통신시설, 공동구, 하천, 댐, 저수지, 하수도이다. 

한강 홍수 방지의 보루로 알려진 소앙강댐은 1973년 완공됐고 남한강의 홍수를 막는 충주댐도 1985년 세워졌다. 섬진강댐은 1965년, 안동댐은 1975년 설치됐다. 경제개발 시기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댐의 노후화비율은 61.2%에 달한다. 공동구와 항만, 하천의 노후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준공 30년을 넘은 시설물은 도로 12%, 철도 37%, 항만 23% 수준이다. 현행 법률과 제도를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과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준행(앞줄 왼쪽 다섯 번째) 대한토목학회장, 김민기(여섯 번째) 국회 교통위원장, 김병욱(일곱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국가 인프라 정책방향'  포럼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허준행(앞줄 왼쪽 다섯 번째) 대한토목학회장, 김민기(여섯 번째) 국회 교통위원장, 김병욱(일곱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및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국가 인프라 정책방향'  포럼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은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국회 건설인프라포럼에 참석, “국가 기반시설의 유지관리와 성능 개선의 기본틀을 규정한 기본법인 기반시설관리법이 2018년 12월말 제정되었지만 벌칙조항이 없어 실행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각 부처별로 소관시설에 대해 독립적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어 국가 전체 차원에서 투자우선순위 파악이 불가능하고 각 부처 전담조직도 없어 법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1,2종 시설물은 관리수준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지자체 소관 비율이 70%에 달하는 3종 시설물의 관리는 열악한데다 지자체 간 관리역량 차이를 평가할 방안도 없는 실정이다.

국가 인프라시설물 정책 방향과 관련, 김 원장은 ▲이행력 강화를 위한 기반시설관리위원회 내실화 ▲담당부서 간 칸막이 행정 타파 ▲지자체 기반시설 관리 업무 총괄 전담부서 신설 및 인력 확보 ▲상하수도, 전력, 가스 등 지하 파이프라인 시설물 가동률·상호의존성의 관망 단위 평가 ▲시설물 신고체계 개선을 통한 시민 참여 활성화를 제안했다.

설계기준을 초과한 집중호우를 버티지 못해 다리와 제방이 2000년대 들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극한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시설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민기 국회 교통위원장이 6일 제3회 국회 건설인프라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민기 국회 교통위원장이 6일 제3회 국회 건설인프라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앞으로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슈퍼태풍, 집중호우, 극한가뭄, 폭설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상기후가 뉴 노멀이 된 시대를 맞아 인프라 정비를 강화하고 설계기준도 높여야할 때다. 김진수 국회입법조사관은 이날 “국가 주요 시설물 설계기준에 대한 정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댐, 보, 제방 등 개별시설물에 대한 성능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하천을 평가하고 나아가 수계와 유역에 대한 평가를 하는 등 성능평가의 개념과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된 교량, 터널, 옹벽 등이 한꺼번에 노후화되고 있다. 올해 현재 30년 이상 노후시설물 비율은 20.1%이지만 2033년에는 53.0%로 올라간다는 것이 국토안전관리원의 전망이다. 노후시설물 증가로 유지관리 및 보수, 성능개선을 위한 비용 지출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사후보수보다는 선제적 대응이 생애주기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성능에 더해 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자산관리’ 체계 도입을 검토할 때다. 유지관리 예산을 확보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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