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08 17:09

사용제한 지역 확대 검토할 때…소각 위주 재활용 방식 벗어나야

여주시 강천면 적금리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여주시)
여주시 강천면 적금리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여주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현재 SRF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분담금이 주 수익원이고 열과 전기 판매대금은 구색을 맞추는 정도다. SRF에 많이 사용되는 비닐과 필름류의 EPR 분담금은 톤당 36만3000원에 이른다. 업체들은 제조와 사용을 겸하려고 한다. 하루 100톤을 태운다면 열과 전기 판매 수익을 제외하고도 3000만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라곤 수집과 운반업체에 지출하는 약간의 돈과 선별, 분쇄 지출 뿐이다.” 

김성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오염물질 배출저감을 위한 연료제도 보완 토론회-고형연료의 적정 규제를 중심으로’에서 SRF 정책의 문제점을 이같이 비판했다.

SRF는 Solid Refuse Fuel(고형 쓰레기 연료)의 약자로 고형폐기물연료 또는 고형연료제품으로 일컬어진다. 단순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기물 중에서 플라스틱, 비닐, 합성섬유, 폐타이어, 종이, 목재 등 가연성 물질을 거르고 가공해 발전시설이나 난방시설 등에서 연료로 쓸 수 있도록 적합하게 제조된 제품을 말한다. 발열량이 높은 폐기물로 구성돼 연소 과정에서 고른 화력이 발생하는데 비해 다른 에너지보다 가격이 싸 전용발전소, 산업용보일러 등에서 널리 이용된다. 민간기업들은 발전, 난방, 공업용 스팀 생산·판매로 돈을 벌고 있다.

가연성 폐기물의 연료화, 열원 이용으로 자원순환 촉진, 폐기물 처리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2003년 고형연료제품 관리제도가 도입됐다. 정부는 자원재활용과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 고형연료 제품 장려정책을 추진해오다가 보관 과정에서 극심한 악취,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배출이 드러나자 정책방향을 전환했다.

여주시 강천면 적금리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여주시)
여주시 강천면 적금리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여주시)

환경부는 2017년부터 SRF를 석탄과 같은 고체연료로 포함,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의 사용을 제한하고 수요처를 산업단지와 광역매립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석탄, 코크스(다공질고체탄소연료), 땔나무와 숯, 폐합성수지 등 가연성폐기물 또는 이를 가공처리한 연료 등 고체연료는 2021년 현재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남양주, 의정부 등  전국 20개 광역·기초지자체에서 사용할 수 없다. 

고형연료제품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2018년 신고제로 운영되었던 사용절차를 허가제로 강화했고 고형연료 사용 보일러 최소 사용량 기준도 시간당 0.2톤에서 1톤으로 높여 소규모시설에서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했다. 2020년에는 주거지역 인근에 들어설 수 있는 고형연료 제품 사용시설 대기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고 품질등급제도도 도입했다.

뒤늦은 규제에도 SRF 생태계는 이미 구축된 상태다. 2026년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와 원유가격 불안으로 고형연료 사용은 오히려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국 282개 고형연료제픔 제조시설에 연간 가연성 폐기물량 474만톤이 공급됐다. 한 해 발생 물량의 13.2%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중 431만톤이 고형연료제품으로 제조, 사용됐다.

SRF는 혼합폐기물에 비해 성상이 균질하고 석탄보다 오염물질 농도가 낮지만 폐기물에 있던 고형물질을 태우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일정규모 이상 사용하는 업체에 굴뚝자동측정기(TMS)를 설치하지만 측정항목은 먼지,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일산화탄소 뿐이라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TMS로 측정할 수 없는 다이옥신은 분기별 1회 실시하는 자체 검사에 의존할 뿐이라고 한다. 강력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이 함유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는 검사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김성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형연료의 적정 규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성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형연료의 적정 규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제대로 관리된다면 인체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지만 운영과정을 보면 신뢰성을 갖기 힘들다. 김성길 사무국장은 “비성형 SRF와 비성형 바이오 SRF는 그냥 분쇄만 해서 태우기에 온갖 불순물이 들어갈 수 있다”며 “SRF 생산 및 사용업체 조사를 진행하던 중 비성형 SRF 제조업체 제품에서 납 등 중금속이 함유된 전기기판 조각을 발견했고 비성형 SRF에선 못과 장식품 등 금속조각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SRF시설을 '폐기물 소각시설'로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형연료가 갖는 친환경적 측면에도 불구,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역주민, 지자체와 SRF 사업자 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전국 고형연료 사용시설 143개소 중 27곳이 경기도에 있다. 양주시에만 3개가 위치한다. 양주시의회는 2020년 '양주시 고체연료 사용제한지역 지정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양주시를 제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역사회의 요구를 감안, 양주시는 뒤늦게 환경부 환경오염시설 통합 허가와 양주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고 고형연료제품 사용허가를 신청한 사업자에게 불허가 처분을 내렸지만 이어진 행정소송에서 지난 7월 최종 패소했다. 양주시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 인정된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사업자가 SRF 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와 지역의 대기질 오염현황, 대기오염 배출시설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의 대기오염배출 총량 평가가 요구된다”며 “이런 환경 쟁점에도 다른 지역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에 따른 형평성 쟁점도 발생한다. 입지와 가동으로 인한 수익을 지역사회에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성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앉아 있는 가운데 7일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디. (사진=원성훈 기자)
정성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앉아 있는 가운데 7일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디. (사진=원성훈 기자)

현대적 오염방지 설비를 갖추고 제대로 운영한다면 SRF 연소시 오염물질 배출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다만 한 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오염물질 배출 총량관리 측면에서 우려된다. SRF 사업자는 시설을 적법하게 가동하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받는 각종 피해와 불이익을 감안, 보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그 어떤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SRF 시설에 대한 배출규제를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주민피해에 상응하는 지원 강화를 통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원순환특별회계를 통해 주민에게 지원하고 SRF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발전소 등을 인허가할 때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해당 입지의 계절별 대기확산성 평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RF 위험에 대한 지역의 민원이 증폭하는 것을 감안, 사용제한 지역 확대도 검토할 때다. 고체연료 사용금지구역을 수도권 전체로 확대하고 다른 시도에서도 인구밀집도 변화를 고려해 대상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조영제(왼쪽) 전기위원회 사무국장과 박래혁 경기도기후환경정책과장이 7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조영제(왼쪽) 전기위원회 사무국장과 박래혁 경기도기후환경정책과장이 7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래혁 경기도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이날 “수은, 납 등 금속성분에 대한 SRF 품질기준을 강화하고 연료 변질, 침출수, 악취 문제 해소를 위해 항온·항습이 가능한 시설에서만 보관하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한국환경공단의 정기 품질검사에서 정밀한 검사가 이뤄져 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수용성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보공개 강화 및 주민참여 감시체제 구축 ▲대기오염 방지시설 성능 검사 실시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고형연료를 대상으로 해당 지자체가 반입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법률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SRF 소각시설의 대다수가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민간사업자에 의해 설치된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취약점이다. 가연성 재활용 쓰레기의 소각처리라는 공익적 목적과 주민의 건강 보호라는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대부분의 시설을 운영하는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다. 

근본 대책은 소각 위주의 열적 재활용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의 10%를 열분해를 통해 유류, 가스 등을 만들어 연료로 쓰거나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에 나선다는 환경부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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