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2.21 14:21

증권사 합병 시 종금 면허 10년 동안 유지 혜택 못 버려
위탁매매 면허 가진 회사라도 무조건 인수 나설 가능성↑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M&A 전략을 수정했다. 그동안 1조원 규모 이상의 증권사를 물색했던 과거와 달리 자기자본이 적은 소형 증권사도 인수 명단에 올렸다.

◆우리종금 5000억 증자…자기자본 1조 근접

21일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 주식을 취득했다.

이에 우리종금의 자기자본은 4371억원에서 9371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현재 18곳에 달한다. 이번 증자로 곧장 중형급 증권사 수준으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증권가는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임종룡 회장의 임기가 2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내년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실제 이번 유상증자도 우리종금 상장폐지 후 4개월 만에 이뤄져 상당히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우리종금도 내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를 떠나 여의도로 입성해 근거리에서 증권사 매물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형보다 소형증권사…브로커리지 영업 군침

증권업계는 우리금융지주가 중형증권사보다 소형증권사 인수에 무게추를 옮긴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SK증권, 다올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을 인수 유력 증권사로 검토했으나 예상과 달리 가격 차이가 상당해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금융은 중형급 매물을 주로 찾아왔는데, 5000억원을 미리 증자에 쓴 만큼 중형급보다 소형 증권사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단 위탁매매 면허를 보유한 증권사 위주로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목을 메는 이유는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투자금융(IB) 영역에서 우리종금과 우리은행 간 시너지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매매 서비스는 증권사만 영위할 수 있는 고유 영역으로 대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선 증권 면허가 꼭 필요하다. 

일단 우리금융도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을 내놨다. 이 서비스는 주식 관련 투자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지만 증권사 인수 후 주식매매 서비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소형사 인수, 금융당국 승인도 용이…‘종금+증권’ 면허 10년 유지

소형증권사를 인수하게 되면 우리종금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2000억원 규모, 투자중개업 면허를 보유한 증권사로 인수 명단을 추릴 경우 케이프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꼽힌다.

이들 회사는 자기자본이 900억~26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우리금융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있다는 분석이다.

소형 증권사 인수로 곧바로 증권업계 발을 들인 사례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매입하며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증권사를 인수해야 종금업 면허를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상 종금사가 증권사로 전환할 경우 금융당국은 종금업 겸영 가능 기간으로 10년을 유예해 주고 있다.

종금사가 증권사로 자체 전환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없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 인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동양종금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종금사와 증권사가 합병한 뒤 종금업 면허를 10년 간 유지하고 면허를 반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종금사와 증권사의 큰 차이는 수신업무다. 종금사 CMA는 예금자보호가 적용되며 고객 자금을 끌어모으기 수월해 유안타증권(구 동양종금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우리종금 역시 이와 같은 혜택을 무시할 수 없어 증권사 인수 계획안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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