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1.26 11:43

여당 "끝까지 설득" vs 야당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요구 받아야"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전날(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안전사고가 벌어질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는 2년 유예기간을 뒀다. 정부와 경영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국회에 '마지막' 2년 추가 연장을 요청했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내달 1일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만큼 처리 기회는 남아있다. 

법 확대 시행으로 83만7000개 사업장이 추가로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관련된 근로자는 약 800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일단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적용유예 입법 불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이정식 장관 페이스북)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적용유예 입법 불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이정식 장관 페이스북)

전날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 주부터 약 3개월 동안 산업안전대진단 집중 실시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사상 최초로 83만7000개 50인 미만 기업 수 전수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자체 진단할 계획이다. 진단 결과와 기업의 중대재해 대응 역량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및 시설 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대재해대책추진단도 조속히 출범시켜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개선할 것"이라며 "산업단지관리공단, 지역 업종별 협회에 배치되는 공동안전관리자를 통해 현장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안전인력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또 "관계부처, 관련 협·단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영세 중소업체, 개인사업주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교육과 홍보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인 만큼 위험성평가의 현장 안착, 안전의식 확산 노력 등을 병행하면서 현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불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26일 김수경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부 등 관계 부처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여야는 내달 1일까지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식당과 찜질방, 카페, 빵집 등 동네 상권의 근로자 5인 이상 자영업자 상당수는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며 "성실한 사업자들이 졸지에 범죄자가 되는 민생 현장의 비극을 민주당은 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현장의 준비가 안 됐는데 업주를 처벌한다고 사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면 적지 않은 기업이 5인 미만의 사업 축소를 통해 법 적용 면제를 추구하거나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근로자의 대량 실직은 필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달 1일 본회의 협상 타결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민주당은 83만 영세 사업자들과 노동자들의 진정한 안전을 위해 몽니와 고집이 아닌 양보와 미덕을 보여달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각오로 마지막까지 민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년간 허송세월 해놓고 정부여당은 어떠한 책임의식도 없이 그저 유예만 해달라고 한다"며 "최소한의 요건으로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요구를 했는데 이것을 두고 마치 제가 임박해서 추가 조건을 낸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또 "유예 관련 내용이 나오자마자 3대 조건을 냈고, 두 번째 조건이 향후 2년간 어떻게 준비하고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분기별로라도 가져오라고 했고, 거기에 핵심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라고 분명히 명시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저의 요구를 받든가, 아니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