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2.06 16:56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가맹점이 햄버거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문장헌 버거킹 가맹점주 협의회장의 호소다. 당시 ‘갑질’ 논란으로 국감에 줄줄이 소환된 유통 및 식품업계 최고 경영자들은 이어지는 질책에 ‘상생경영’을 외쳤다.

하지만 국감 이후에도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본사의 갑질 논란은 여전했다. 지난 2021년 맘스터치 본사는 상도역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식자재 공급을 끊었다. 점주협의회 구성을 중단하라는 본사 요구를 거부한 대가다.

공정위는 맘스터치 본사에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맘스터치를 비롯한 bhc,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등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예고하며 갑질 근절을 엄포한 상태다.

공정위의 리스트에 오른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곳들이다. 맘스터치는 케이엘앤파트너스, BHC는 MBK파트너스, 버거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투썸플레이스는 칼라일그룹이 대주주로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높은 가격에 되파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성 제고만이 지상최대 과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상생경영이 뒷전으로 밀린 채 ‘가맹점 쥐어짜기’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가맹점 쥐어짜기 전략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에 전가하거나,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모바일 쿠폰 발행계약에서 가맹점주를 배제시킨다. 여기에 가맹점의 필수품목과 원부자재의 공급가 인상, 로열티와 광고비 등 가맹점이 본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높이는 사례도 쉽게 목격된다.

문제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잡음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영혼 없는’ 약속을 본사가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맘스터치의 경우, 2021년 공정위와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체결하고 내부자율분쟁조정기구를 발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본사는 점주협의회 활동을 독려한 가맹점주 황모 씨를 겁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손해배상 청구, 공정위 신고, 언론 제보, 점주협의회 활동 등 일명 ‘가·손·공·언·점’을 진행해봤자 소용없다는 내용이다.

맘스터치 외에도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여타 프랜차이즈 본사마다 관련 기구를 발족시켜 가맹점주와의 흔들림 없는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숨겨진 본심이 오래가지 않는 ‘악어의 눈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갑질 행위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사모펀드마다 외식 프랜차이즈를 앞다퉈 사들이고, 갑질로 수익을 높여 되파는 행태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강도 높은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사모펀드의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공정성을 가지고 올바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마저 매도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10만6000여 곳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것처럼,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흐리는 사모펀드에 지금이라도 경종을 울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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