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2.27 09:42
차진형 기자.
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그러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저PBR 업종으로 관심을 받았던 보험, 금융, 유통, 증권주의 낙폭이 컸다. 이들 업종은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평균 20% 상승을 보였다.

실망한 투자자는 외국인이 아니였다. 정책이 발표된 날, 코스피 지수는 0.77%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1186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475억원, 864억원을 순매도했다. 즉,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투영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효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실효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일본 증시가 급등한 배경은 정책 요인 외에도 기업 호실적, 엔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정책 발표 이후 매월 PBR 개선책을 제시한 기업 리스트를 공표하고 있다. 개선책을 제시한 기업의 주요 방안은 ROE 8% 목표, 주주환원책 개시와 실행, 구체적인 성장 전략 제시 등이다.

ROE 향상의 기본은 사업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즉, 투자자에게 성장 계획 전략과 그 실현 가능성을 공표하며 안정적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게 일본이 시도 중인 기업 밸류업의 핵심이다.

일부에선 PBR 1배를 상회할 경우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가 있다. 이 때문에 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의 31%, 스탠다드 시장 상장 기업의 14%만 개선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쿄증권거래소는 현재 개별 기업의 PBR 수준과 관계없이 전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 제시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미이행하면 합당한 이유 및 향후 이행 계획을 설명토록 요구한다.

일본 역시 강제적 요인은 없지만 개선 방안을 공표한 기업들은 주주로부터 계획 진행 상황을 엄격히 평가받고, 미이행 기업은 시장의 압박을 받는 것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식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개인투자자의 매수 자금 유입 규모다. 일본은 주식시장에 자금이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신NISA(일본판 ISA)를 개편했다. 일본은 납입 한도를 대폭 늘리고 비과세 기간을 확대한 결과 약 5조~6조 엔의 자금이 유입됐다.

우리나라 역시 주식시장이 상승장을 이루기 위해선 개인투자자의 꾸준한 거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투세 폐지, ISA 세제 혜택 확대 등 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익어가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 기업 모두의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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