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2.23 13:0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는 자정화 일환으로 지난해 7월 '자율협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는데 단어 그대로 '자율'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자율협약은 처벌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업계 일각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추진력을 도중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부산 지역에 거점을 둔 GA 스카이블루에셋에 최근 자율협약 위반 1호 결정을 내렸다. 스카이블루에셋이 소위 1200%룰을 위반한 것은 물론, 자율협약을 어기고 보험설계사 인력을 한 보험사로부터 대거 스카우트 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협회장은 "규율을 위반하는 측에는 제재가 따르지만, 협약을 위반하는 측에는 설 곳이 없다"며 "법적제재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을 악용해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스카이블루에셋은 '위반 사항이 없다'면서 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 자율협약 탈퇴를 선언한 것은 물론, 협회가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형 보험사가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보험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스카이블루에셋 측은 "협회가 자율협약으로 회원사를 불이익 조치 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불과 2주일만인 22일 소를 취하했다.

자율협약의 골자는 ▲설계사 인력 빼오기 예방 ▲허위·과장 광고 행위 금지 ▲판매 과정별 법규 및 판매준칙 준수 ▲보험설계사 전문성 제고 및 상품 비교·설명제도 안착 ▲준법 내부통제 운영시스템 컨설팅 지원 및 정보공유 등이다.

업계는 자율협약 통해 그간의 업계 불공정 관행을 모두 없애고 떨어진 위상도 바로 세우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더군다나 협회는 지난해 말까지 스카이블루에셋을 포함해 GA 60여 곳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끝마치고 자정화를 향한 첫발을 이제 막 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자율협약 그 본질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에 금이 가게 생겼다. 이번 충돌 양상이 자칫, 업계 내 안 좋은 선례로 남아 어렵게 쌓아 올린 자율협약의 근간을 '무(無)'로 되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자율에 기반한 것이어서 관계자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자율협약은 GA 업계가 그동안의 부조리를 모두 털어내고 그야말로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어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의 분리 즉, '제판분리'가 앞으로 보험업계에서 활성화할 경우 GA 업계가 보험 판매 주체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자율협약 완성에 업계의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다만, 전화위복이라는 말과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설령 이번 사태로 자율협약 그 본질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에 금이 가더라도 사후에 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끝낼지 혹은 더 큰 기회로 맞이할지는 오직 업계 손에 달린 것이다.

때문에 외풍으로 흔들린다고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자율협약의 불씨를 쉽게 꺼뜨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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