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05 12:00

5m 긴 꼬리 지느러미 흔들며 유영…짧고 뭉툭한 입·크고 동그란 눈 '귀여워'

환도상어가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환도상어가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환도상어 언제 보러가요?”  

말라파스쿠아를 찾는 이들이 다이브 리조트에 도착, 다이빙을 준비하면서 늘 첫 번째로 하는 말이다.

환도상어는 말라파스쿠아를 상징하는 어종이다.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환도상어의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 세부 북쪽의 작은 섬 말라파스쿠아를 찾는다. 나 역시 환도상어를 만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 이곳에 도착했다. 

영어로 Thresher shark라 불리우는 환도상어는 악상어목 환도상어과에 속하는 상어의 일종이다. 몸통은 일반 상어처럼 방추형으로 뻗어 있고, 환도상어의 상징인 긴 상엽 꼬리 지느러미는 전체 몸 길이의 절반에 해당된다. 성체는 약 5m 정도의 크기로 성장한다. 

환도상어를 상징하는 이 긴 꼬리지느러미는 먹이를 잡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 꼬리지느러미를 채찍처럼 이용, 작은 물고기 떼 등을 때려 기절시킨 뒤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에 타작(thresh)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긴 꼬리 지느러미와 더불어 양 쪽으로 쭈욱 펼쳐져 있는 긴 팔 지느러미를 보면 마치 마치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환도상어는 주둥이가 다른 상어에 비해 짧고 뭉툭하고, 눈은 상당히 크고 둥글게 생겼다. 바라보고 있으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아주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실제로 온순한 편이며, 사람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 가이드가 브리핑 시 직접 그려 보여준 Kemod Shoal의 맵. Kemod Shoal은 현지인들의 경우 Kimud Shoal로 쓰기도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현지 가이드가 브리핑 시 직접 그려 보여준 Kemod Shoal의 맵. Kemod Shoal은 현지인들의 경우 Kimud Shoal로 쓰기도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말라파스쿠아에서 환도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Monad Shoal과 Kemod Shoal로, 말라파스쿠아에서 레이테 섬쪽으로 약 1시간여를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환도상어는 원양어종이어서 섬 연안에서는 만날 수 없다. 

Shoal은 모래톱이란 뜻으로, 바다의 주변 바닥보다 수심이 얕은 볼록한 부분이다. 단단하지 않은 모래나 진흙 등이 쌓인 곳을 의미한다. 흔히 Reef라고 말하는 암석으로 단단한 물질로 되어 있는 암초와는 다르다. Shoal이나 Reef 모두 항해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곳은 다이버에게는 다양한 수중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예전에는 Monad Shoal에서 아주 이른 시간에만 환도상어를 만날 수 있어서 말라파스쿠아는 새벽 다이빙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Kemod Shoal에서는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만날 수 있다. 

Kemod Shoal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보트들이 환도상어를 만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Kemod Shoal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보트들이 환도상어를 만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환도상어를 만나기 위해 1시간 여를 이동, Kemod Shoal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보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Kemod Shoal의 모래톱은 10m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29m까지 내려가다가 심한 직벽으로 이어진다.

환도상어가 유명한 포인트여서 다른 어종들이 잊혀져 있지만 때때로 귀상어, 만타가오리, 레퀴엠 상어떼 등 다양한 원양 어류떼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곳의 주인공은 엄연히 환도상어다.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왔고, 보는 순간 모든 것은 잊혀질 수밖에 없다. 

입수를 하니 황량한 모래지형이 우리를 반겼다. 곳곳이 환도상어를 기다리는 다이버들로 가득했다. 우리 역시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서서히 몸을 움직이는데, 가이드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르켰다. 저 멀리 모래톱 밖에서 하나의 큰 물체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환도상어는 좀처럼 곁을 허용하지 않아 조용히 앉아서 바라봐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환도상어는 좀처럼 곁을 허용하지 않아 조용히 앉아서 바라봐야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멀리서 그들의 상징인 긴 꼬리를 흔들며 나타나는 환도상어. 모두가 숨을 죽으며 그들의 유영을 지켜봤다. 처음으로 실물로 만나면서 '이것이 아름다운 감동이구나'라는 생각에 경건함마저 들었다. 다가오는 환도상어의 눈부신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가이드 안내를 받아 모래톱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다녔다. 곳곳에서 한 마리씩 모습을 드러내던 환도상어들이 한 두마리가 같이 등장하더니 어느새 4마리의 환도상어들이 우리 앞에서 뽐내듯이 차례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4마리라니, 감동에 감동이 더해졌다. 

Kemold Shoal은 환도상어의 클리닝 스페이션이다.. 작은 어류들이 환도상어에게 달려가고 있다. (사진=곽상희 강사)
Kemold Shoal은 환도상어의 클리닝 스페이션이다.. 작은 어류들이 환도상어에게 달려가고 있다. (사진=곽상희 강사)

환도상어의 몸을 청소하기 위해 작은 어류들이 득달같이 달려 붙어 신기함을 더했다. 덩치가 큰 어류들은 자신 몸에 붙어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상처들을 청소하거나 치유하기 위해 작은 어류들이 청소부로 등장하는 스테이션을 찾게 되는데, 이 포인트가 이른바 클리닝 스테이션이다. Kemod Shoal은 환도상어가 자신의 몸을 정갈하게 하기 위해 찾는 곳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어종인 만타레이가 팔라우 저먼채널 포인트에서 클리닝을 받듯, 우리가 대형 어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주로 이 같은 클리닝 스테이션이다. 

클리닝 스테이션에서는 절대 어종을 따라가면 안 된다. 애써 찾아온 대물들을 쫓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참 환도상어의 아름다운 유영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첫 만남의 설렘과 떨림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의 감동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왜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이 곳 말리파스쿠아를 찾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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