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2.21 12:00

세부 최북단 작은 섬…다이버·배낭여행자 안식처

드론으로 내려다본 말라파스쿠아 로곤 비치 선착장.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드론으로 내려다본 말라파스쿠아 로곤 비치 선착장.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앞두고 휴가의 시간이 주어졌다. 앞뒤 재지 않고 바로 3주간의 필리핀 투어를 계획하고, 티켓팅까지 완료했다. 도착지는 '세부막탄국제공항'. 

첫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동안 필리핀 다이빙 투어에서 가보지 못한 곳 위주로 고민했다. 우선 세부 지역을 우선 돌고 코론(Coron) 섬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코론 섬을 먼저 다녀와 세부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을 검토했다. 코론 섬은 무조건  갈 계획이었다. 

예전 동료 강사가 추천했던 코스를 살펴보던 중 '말라파스쿠아'라는 이름이 뇌리에 박혔다.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전세계 다이버들이 몰려 드는 곳. 필리핀의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수중환경보다는 조금 묵직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이 드는 사이트였다. 마치 팔라우 저먼채널의 휑한 모래바닥에서 '만타레이'가 클리닝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렸던 그 경건한 느낌. 그게 그리웠나 보다. 그래서 첫 목적지를 '말라파스쿠아'로 결정했다. 

말라파스쿠아의 전통적 강자인 솔다이버스(soldiversclub)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을 마쳤다. 최소 4일 간의 다이빙 그리고 추후 일정은 그 때 가서 고민해 보는 것으로 했다. 

2023년 6월 23일 저녁 9시30분 비행기로 세부로 출발했다. 4시간 여의 비행 끝에 세부막탄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신고데스크 앞은 한국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 군데 열리지 않아 줄은 길게 늘어섰다. 당연히 긴 시간 기다린 끝에 입국 절차를 마쳤다. 이미 짐 찾는 벨트에선 짐이 다 내려져 있었다. 10여년을 함께 한 30ℓ 캐리어를 찾아야 했다. 전면에는 온갖 다이빙 스티커로 가득 붙여져 있어 그 누구와도 혼동되지 않는 나만의 커스텀 캐리어다. 

공항을 나서니 어느새 새벽 2시 30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솔다이버스 팻말을 뒤로 하고 유심칩을 사러 갔으나 이 역시도 길게 늘어선 줄에 시간을 한참 투자해야만 했다. 3시가 훨씬 넘어서야 밴에 몸을 실었다. 나에게는 미지의 섬 '말라파스쿠아'로 향했다. 

마야항에서 말라파스쿠아로 향하는 방카보트. 멀리서 먼동이 터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마야항에서 말라파스쿠아로 향하는 방카보트. 멀리서 먼동이 터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말라파스쿠아(Malapascua)는 세부의 최북단에 있다. 마야항에서 북동쪽으로 6.8㎞ 떨어진 아주 조그마한 섬이다. 남북 길이 2.5㎞, 동서 길이 1㎞이다.  

마야항에 도착해 다시 방카보트를 타고 말라파스쿠아로 들어가야 한다. 공항에서 마야항까지는 밤에 이동할 경우 약 3시간 걸린다. 낮에 움직인다면 교통정체 등으로 5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비용은 다이브샵에 픽업 인 앤 아웃을 요청할 경우 총 220달러로 마야항의 보트 비용까지 포함된다. 개별적으로 택시 등으로 마야항으로 움직일 경우 최소 3000페소 이상이 편도로 들어간다. 또한 마야항에서는 별도의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매표소가 아침 6시가 넘어야 문을 열기 때문에 마야항에서 새벽 일찍 도착한다면 밖에서 한참 대기해야 한다. 물론 다이브샵을 통해 예약하더라도 같은 방카보트를 타야 하는 일행이 늦는다면 방카보트에서 기다려야 한다. 

비행기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탓에 밴에서는 어느새 잠에 빠져 들었다.  2시간 30여분이 지나자 불꺼진 마야항으로 미끄러지듯 밴이 들어갔다. 잠시 입구에서 확인을 거쳐 항구라고 보기 쉽지 않은 세부 최북단의 끝인 마야항에 오전 5시30분 도착했다.

몇 대의 밴에서 사람들이 나왔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일군의 무리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소 늦게 도착했던 터라 바로 연계된 방카보트로 이동했는데, 비행기에 만났던 사람들이 배에 타고 있어 깜짝 놀랐다. 이 곳에 오기 위해 다른 밴을 타고 온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지출비용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물론 늘 혼자 다니는 여행에 익숙해 이동에 긴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1대의 밴이 여러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이라면 앞으로 이 곳을 오기 위해서는 비용 절약 차원에서라도 같은 날짜에 함께 들어가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동비용을 아끼면 다이빙을 더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계산법에 기인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통상 새벽에 막탄공항에서 마야향구에 도착하면 말라파스쿠아로 가는 길 내내 일출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 곽상희 강사)
통상 새벽에 막탄공항에서 마야향구에 도착하면 말라파스쿠아로 가는 길 내내 일출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 곽상희 강사)

방카보트는 나를 태우자 연결했던 줄을 풀기 시작했고, 사다리를 수거했다. 곧 말라파스쿠아로 출발할 것이다.

항구에 서서히 붉은 빛이 감돌았다. 동쪽으로 일출이 시작됐고, 붉은 영역이 어둠을 깨고 서서히 확장되어 갔다.

방카보트가 출발했다. 마치 붉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듯 말라파스쿠아를 향해 나아갔다. 눈 앞에는 말라파스쿠아가 아련히 손에 잡힐 듯 했다. 보통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경우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른 아침에 마야항에 도착하면 일출의 장관을 보며 말라파스쿠아로 이동할 수 있다.

약 30분 정도 항해한 끝에 말라파스쿠아 로곤비치(Logon Beach) 선착장이 눈 앞에 들어왔다. 이윽고 말라파스쿠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스페인어로 Mala는 나쁜(bad)을 의미하고 Pascua는 부활절(Easter)을 뜻한다. 따라서 '나쁜 부활절'이란 의미로 쓰였다. 

16세기 스페인 선박이 기상악화로 이 섬에 고립돼 성탄절부터 부활절까지 보내게 되면서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지어졌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나쁜 부활절'보다는 '나쁜 성탄절'로 해석한다. 지금이야 다이버들의 천국이지만 예전에는 충분히 고립된 지역이었음이 틀림없다.

로곤비치 선착장.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로곤비치 선착장.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긴 선착장을 따라 걸어가면 비치에 다다른다. 거기서부터 좁은 비포장 골목길을 통해 숙소로 이동해야 한다.

말라파스쿠아는 도로가 없다. 좁은 골목길로만 이뤄져 있다. 비가 내리면 물웅덩이가 길에 생기고, 그 질펀한 물구덩이를 지나야 한다. 무조건 샌들이나 쪼리를 신어야 한다.

길이 워낙 좁아 차가 다닐 수 없다. 골목길로 이어진 길이 이동을 위한 통로다. 그나마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말라파스쿠아 지역사무소(우리로 치면 치면 읍사무소 정도)에서 조만간 도로를 넓히고 포장을 하는 도로개선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선착장에서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솔다이버스 사장님의 인솔로 세실리아 리조트(솔다이버스의 숙소)를 향해 갔다.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도니, 어느새 세실리아리조트-솔다이버스클럽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새 오전 7시를 향해 다가갔다. 피곤함에 졸음이 쏟아졌지만 오늘부터 시작될 다이빙에 기대감이 훨씬 더 좁은 텐션으로 자리했다. 

말라파스쿠아는 사시사철 '환도상어'를 만나러 오는 다이버들로 북적이고,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머무르다 가는 곳이다. 3주간 다이빙 투어가 드디어 시작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